“유튜브에서 <놀면 뭐하니> 클립을 봤는데 너무 재밌어서 찾아봤더니 MBC에서 만들었더라고요. 그때 MBC를 처음 알았어요.”
한 대학에서 실습을 나오기로 한 미디어학과 학생의 자기소개서엔 변화된 미디어 환경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끊임없이 콘텐츠는 소비하지만 그게 어디서 만들어졌는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다양한 플랫폼과 수천, 수만개의 채널과 함께 자란 세대에게는 당연한 일일 수밖에 없다. 온 가족이 거실에 모여 텔레비전을 보던 시절 “MBC 뉴스 틀어라”하면 알아서 11번을 누르던 시절에 자란 세대로서 그야말로 격세지감을 느낀다.
따라가기도 어려운 속도로 미디어 환경이 변하고 있는 걸 알면서도 대부분 언론사는 몇 개 없는 플랫폼으로서 지위를 누리던 과거의 영광은 잊지도 버리지도 못하고 있다. 무거운 엉덩이는 떼지도 못하고 고개만 돌려 포털만 한참 바라보다가, 이제 유튜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것도 같은 시점이 오니 또 새로운 포맷이 쏟아져 나온다. 들어본 건 같은데 써보진 않은 틱톡을 넘어 릴스, 쇼츠가 콘텐츠 소비자의 시간을 새롭게 점유하고 있다. 이들을 따라가기에 언론사는 젊지도, 빠르지도 않다.
그러면서도 디지털을 강화하겠다거나 데이터 저널리즘, 탐사보도를 강화해 우리만의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다짐은 철마다 등장한다. 디지털 퍼스트를 이야기하는 것이 혁신에서 클리셰로 변하는 긴 세월 동안 막상 이를 행동에 옮긴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방울을 다는 게 좋겠다는 아이디어엔 모두가 동의하지만,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달 것이냐”고 물으면 모두 한 발자국씩 뒤로 물러나 결국 남는 이가 없다.
신문기자는 지면기사 쓰고 싶고, 방송기자는 방송하고 싶어하는 게 당연하다. 여태 해왔던 출입처 관리나 남들 다 쓰는 기사를 우리만 도외시할 수도 없다. 그러다 보니 방송과 지면을 넘어선, 기존의 관행과 다른 시도는 보통 ‘가욋일’로 여겨지고 대부분 ‘가외인력’에게 맡겨진다. 본업이 방송이고 지면이라는 대전제가 깨지지 않는 이상 합리적인 선택이다.
언론사의 합리적인 선택 뒤에는 그늘이 있다. 비정규직 보도에 열을 올리면서도 언론사 디지털 인력의 대부분은 비정규직이거나 파견직이다. 언제든 디지털 부서가 없어져 내 역할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은 덤이다. 뉴욕타임스의 구독모델을 관심있게 지켜보면서도, 그 성공을 가능케 한 사람이 기자뿐만이 아니었음을 알려 하지 않는 회사에 실망하며, 오늘도 언론사를 떠나는 ‘한 때는 열정이 넘쳤던’ 가외인력이 있다. 이럴거면 새로운 시도를 선택하기보단 ‘본업’에 충실한 게 낫다.
새로운 환경에 플레이어가 되기로 결정했다면 제대로 무기를 갖춰야 한다. 정답은 ‘뭐든 잘하는 기자’가 아니다. 그 분야에서 잘하는 사람을 데려오거나, 공채 수습기자를 키우듯 정성스럽게 인력을 키워내야 한다. 말로, 글로, 영상으로 기록하는 자와 마찬가지로 개발하는 자도, 디자인(시각화)하는 자도, 분석하는 자도, 또 디지털 문법을 잘 아는 자도 그들의 방식으로 우리 사회를 기록한다. 새로운 플랫폼에서 기록하는 방식이 다양해졌을 뿐, 모두 저널리스트이다.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기록하는 자들을 존중하고, 제대로 대접할 때 이들이 언론사 목에 새로운 먹거리가 될 디지털 방울을 달아줄 수 있을 것임을 우리는 모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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