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기자들 이직, 언론계 무겁게 받아들여야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여러 가지 현상들이 언론의 위기를 말한다.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으로 경쟁은 치열하고 독자의 신뢰는 하락했으며 기사의 영향력은 예전 같지 않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신기술이 일부 언론의 역할을 대체한다는 전망도 있다. 최근 추가된 위기의 신호는 ‘기렉시트’다. ‘기자’에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뜻하는 ‘브렉시트’를 합친 신조어는 사양산업이라는 에두른 정의보다 언론의 현실이 체감적으로 다가온다. 기자들의 전직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나 기렉시트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과거 다른 업계로 이직한 기자들은 그동안의 언론사 경력을 디딤돌로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목적이 강했다. 정계와 재계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가 특히 그러했다. 그래서 차장급 이상의 이탈이 주를 이뤘다. 반면 최근의 이탈은 입사한 지 10년 미만의 젊은 기자들, 특히 밀레니얼 세대에서 두드러진다. 권력과 재력 등 사회적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계산보다 자기 계발이라는 좀 더 역동적인 이유로 이직하는 특징도 있다. 이들에게 기자라는 직업은 ‘성장하고 있다’는 확신을 주지 않는 것이다.


기자협회보가 지난해 8월 기자 653명을 설문한 조사를 보면 그 원인을 짐작할 수 있다. 기자들 가운데 “직업에 만족한다”는 답은 46.4%에 불과하고 “1~2년 사이 사기가 저하됐다”고 한 사람은 91%에 달했는데, 사기 저하의 가장 큰 이유는 ‘기자에 대한 사회적 평가 하락’(48.6%)이었다. 기자로서 직업적 경험이 성취감을 주지 못하는 것은 언론을 바라보는 사회와 시민들의 시선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기자가 정권과 권력의 감시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회적 공감대는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다. 여론에 영향을 미치는 콘텐츠는 기사 외에도 차고 넘치도록 많아졌다.


사회의 다양성이 커질수록 사람들의 관심사는 파편화되고 기술이 발달할수록 콘텐츠를 매개로 한 소통의 경험이 중요해졌지만, 언론들은 여전히 대중을 대상으로 한 일방적이고 일괄적인 기사 생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많은 ‘인플루언서’들과 ‘파워 계정’에 밀려 ‘브랜드’ 노출이 줄면서 포털사이트조차 이용하지 않는 10~20대 취재원에게 언론사의 이름은 낯설기만 하다. 현장 기자들은 이들에게 자신이 어디에 소속된 존재인지부터 설명해야 하는 상황과 맞닥뜨린다.

 

현재 언론의 당면 과제인 디지털 전환은 이같이 달라진 독자 환경에 적응하는 작업이다. 종이에 출고하던 기사를 스마트폰 등 최신 디스플레이로 옮기는 단순한 의미가 아니다. 디지털 세상 속 개별화된 사람들과 소통하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적절한 형식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언론사의 의사결정권은 여전히 실시간 온라인 송고를 포함한 디지털 환경에서의 취재 경험이 없는 구세대가 가지고 있다. 언론의 영향력 변화를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현장의 기자들만큼 절박하게 가슴으로 느끼지는 못하는 세대다. 독자와의 소통을 위해서는 개발자와 디자이너 직군 등의 인력이 절실하지만 기자 중심의 공고한 조직문화 역시 인적구성의 변화를 더디게 한다.


평생직장이 목표가 아니라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추며 자신이 원하는 삶의 형태를 좇아 직장은 물론, 직업과 직종까지 바꾸는 것도 개의치 않는 밀레니얼 세대의 이직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언론인을 꿈꿨던 젊은 세대가 생각하는 ‘성장’에 현재의 언론, 그리고 기자라는 직업이 열외가 된 이유를 생각하면 씁쓸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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