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MBC 사장, 한 달 넘도록 손 놓다 뒤늦게 사과

심의위 권고 이행 않고 피해자에 2차 가해 발언
기자협회 등 반발하자 피해자에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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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여성회는 2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본사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피해자 보호 조치를 무시한 채 2차 가해를 하고, 사건 발생 후 두 달이 된 시점에 뒤늦게 사태 수습에 나선 양찬승 사장에 대해 MBC 차원에서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포항여성회)

지난 3월 포항MBC에서 발생한 성희롱 사건에 대해 성희롱 고충심의위원회가 ‘위계에 의한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이라는 결론을 내렸는데 사장이 피해자 보호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고 2차 가해 발언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항MBC 기자협회 등에 따르면 3월10일 포항MBC 보도부 A기자가 업무 시간 도중 동료 여성 직원에게 성희롱 발언을 했다. A기자는 앞서 또 다른 업무 자리에서도 같은 여성에게 성희롱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희롱 피해 신고가 접수되자 포항MBC는 사내외 인사로 성희롱 고충심의위원회를 구성해 피해자 및 참고인 진술을 듣고 가해자를 조사했다. 성희롱 고충심의위원회는 지난 3월17일 참석자 전원 만장일치로 ‘위계에 의한 직장 내 성희롱 사건’으로 결론 짓고 가해자의 기자직 배제와 타 부서 발령, 징계 등을 권고했다.

하지만 징계는 감봉 6개월로 끝났고, 가해자에 대한 기자직 배제와 타 부서 인사 발령 권고는 1개월이 넘도록 이행되지 않았다. 특히 양찬승 포항MBC 사장은 피해자와 면담 자리에서 “이번 성희롱 사건이 일부 세력의 정치적인 의도에 의해 부풀려졌다”, “(감봉 6개월 징계는) 회사 사정을 고려한 합리적 결정”이라고 주장하며 회사 결정을 수용하라고 종용했다.

포항MBC 기자협회는 지난 14일 성명을 내어 “직장내 성희롱 사건을 엄중하게 처리할 것을 요구하는 피해자에게 사장이 직접 정치적이라는 딱지를 붙여 매도하며 회사의 미흡한 대처를 수용하라고 압박한 것은 명백한 2차 가해다”고 지적했다.

기자협회와 포항MBC 민주노조 등의 반발이 일자 양찬승 사장은 지난 19일 ‘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작은 발언이라도 피해자 입장을 먼저 생각하고 피해자 입장에서 사안을 바라보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크게 뉘우치고 반성한다”며 △가해자를 현 부서에서 배제하고 다른 부서로 인사 조처 △사장 포함 전 직원 대상 성폭력 예방 교육 실시 △가해자에게 성인지 감수성 향상 교육 실시 등을 약속했다.

포항여성회는 2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본사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피해자 보호 조치를 무시한 채 2차 가해를 하고, 사건 발생 후 두 달이 된 시점에 뒤늦게 사태 수습에 나선 양찬승 사장에 대해 MBC 차원에서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포항여성회는 “양 사장은 왜곡된 정치적 프레임이 작동할 수 있다는 식으로 사건을 왜곡했고,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자행하면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두 달여의 시간을 보냈다”며 “여성단체와 노조 측의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뒤늦게 피해자의 의견을 수용하겠다며 미온적 대처를 한 것은 명백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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