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6회 이달의 기자상] 낙동강변 살인사건 재심

문상현 일요신문 일요신문i팀 기자 /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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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현 일요신문 기자

2016년 2월이었습니다. 분홍색 보따리를 든, 시각장애로 앞을 잘 보지 못하는 남자와 그의 팔을 꼭 붙잡고 있던 덩치 큰 남자를 만났습니다. 보따리 매듭을 풀자 누렇게 바랜 수백 장에 달하는 서류 뭉치가 나왔습니다. 낙동강변 살인사건 수사·재판기록이었습니다. 마주앉은 두 남자는 이 사건의 범인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살인범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살인을 했다는 증거가 단 하나도 없다고 했습니다. 유죄 확정판결의 유일한 증거였던 두 남자의 자백은 경찰의 고문과 폭행을 이기지 못해 어쩔 수 없이 했던 허위 자백이었고, 검찰과 법원에서 바로잡으려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21년 넘게 복역한 후에 세상에 나온 이들은, 여전히 누구도 자신들의 말을 믿어주지 않지만 진실을 밝히고 싶다고 했습니다.


낙동강변 살인사건 재심의 시작과 끝을 전부 기록했습니다. 증거수집부터 재심 본안 재판 등에 직접 참여했습니다. 2016년 3월부터 2021년 2월까지 5년에 걸쳐 만들어진 이 탐사보도에는 무고한 사람을 처벌하지 않도록 한다는 형사재판의 최고 이념이 무너진 자리에서, 다시 재판을 통해 그 이념이 되살아나는 역설적이면서도 극적인 장면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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