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전초전’으로 불렸던 4·7 서울·부산시장 보궐 선거. 내년 대선을 앞두고 우리나라 제1·2 도시의 단체장 선거가 동시에 치러진 만큼 선거 열기는 뜨거웠고, 언론사들도 보궐 선거로는 이례적일 만큼 선거방송에 공을 들이며 ‘준 대선급’ 개표방송을 선보였다.
지난해 총선 당시 다양한 플랫폼과 데이터를 활용한 개표방송으로 압도적인 스케일을 자랑한 KBS는 이번 재·보궐선거에서도 방송사 중 가장 많은 자원을 투입하며 공영방송으로서 차별화를 시도했다. 서울도서관 옥상과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 등지에 야외 특설 스튜디오를 설치하고, 개표방송으론 국내에서 처음 사용된 AR(증강현실) 카메라와 헬기 등을 이용해 다채로운 볼거리를 선사했다. 지난 총선부터 선보인 ‘정치합시다’ 라이브 방송을 통해 그동안의 여론조사와 투개표 데이터에 기반한 과학적 분석을 전달하고 유튜브와 틱톡, 카카오톡 등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한 모바일 개표방송으로 TV와는 다른 재미를 주기도 했다.
MBC는 초대형 ‘LED 월’을 통해 출구조사와 개표 현황을 “그 어떤 선거방송에서보다 뛰어난 고화질 화면”으로 전달했고, 특히 득표 현황을 치킨 상자 같은 배달 이미지로 형상화해 보는 재미를 줬다. SBS는 중독성 강한 댄스로 화제를 모았던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와 콜라보로 개표방송 그래픽에 재미와 친숙함을 더했고, 디지털 브랜드 비디오머그도 모바일을 통해 실시간 소통형 개표방송을 선보였다.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역대 선거 결과를 심층 분석해 서울과 부산 유권자 지도를 만들어 데이터로 민심의 변화를 알려주기도 했다.
그러나 공들인 만큼 반향이 크진 않았다. 출구조사 결과를 통해 선거 판세가 일찌감치 정해지면서 개표방송에 관한 관심도 금세 시들었고, 이 때문에 시청률도 지난해 총선보다 전반적으로 저조하게 나타났다. 닐슨코리아가 집계한 수도권 시청률을 보면 지난 7일 오후 7시부터 방송된 KBS ‘내 삶을 바꾸는 선택 2021’ 1부 시청률이 7.1%로 지상파 개표방송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총선 당시 KBS 개표방송 전체 평균 시청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했던 것에 비교하면 크게 낮아진 수치다. 게다가 이날(7일) 지상파 3사 저녁 메인뉴스 시청률도 전날보다 오히려 하락해 ‘선거 특수’가 전혀 없었다.
반면 종합편성채널인 TV조선은 톡톡히 재미를 봤다. 이날 TV조선 개표방송 ‘결정2021’ 2,3부는 5.7%가 넘는 시청률로 나란히 종편 일일 시청률 1,2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총선 개표방송 시청률보다도 2%p 이상 오른 수치다. 또한, 개표방송에 앞서 방송된 ‘시사쇼 이것이 정치다’, ‘보도본부 핫라인’ 같은 정규 편성 프로그램들도 전날보다 시청률이 올랐다. JTBC는 디지털 전용 콘텐츠 ‘선거를 아는 형님’ 등을 제작하고 종일 재·보궐선거 특집 편성을 하며 분전했으나, TV 시청률에선 TV조선은 물론 채널A에 비교해서도 주목받지 못했다.
개표방송의 경계도 많이 허물어졌다. 개표방송은 방송사의 전유물이란 공식은 이미 깨졌다. 중앙일보가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처음으로 라이브 개표방송을 선보였고, 한겨레와 국제신문도 지난 총선에 이어 또다시 유튜브로 라이브 개표방송을 했다. TV 개표방송에 비교하면 볼거리나 콘텐츠의 다양성도 부족하고 동시 접속자 수도 방송사의 10~100분의 1 수준에 불과했지만, 선거라는 대형 이벤트에서 충성 독자(시청자)층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의미는 작지 않다. 강찬호 논설위원과 함께 3시간 넘게 중앙일보 개표방송 라이브를 진행한 윤석만 논설위원은 “지난해 말 ‘뉴스뻥’, ‘투머치토커’ 같은 콘텐츠를 런칭하고 지난 1월부터는 한 달에 한 번 라이브 방송을 시작하면서 장시간 생방송을 진행하는 게 가능하다는 판단이 들어 편집인께 제안했고,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이번에 개표방송을 하게 됐다”면서 “내년 대선 때는 더 열심히 준비해서 방송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개표방송에서 매체 간 장벽이 없어지고 TV 방송사도 모바일 전용 콘텐츠를 만들 정도로 플랫폼별로 다양해지면서 내년에 있을 대선과 지방선거에선 개표방송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덩달아 ‘펜기자’들의 ‘곡소리’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윤 위원은 “예전엔 신문사가 우월적 플랫폼에 있었지만 지금은 유튜브, 블로그 등 많은 매체가 있기 때문에 독자(시청자) 프렌들리한, 다양한 방식으로 지금까지 해온 중요한 역할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단순히 테스트 차원이 아니라 여러 방식을 시도하는 게 뉴스 소비자인 시청자와 독자를 위한 길”이라고 말했다.
김고은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