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언유착 의혹' 어느덧 1년… 실체는 여전히 미궁 속

[결정적 증거 없이 16일 19번째 공판]
의혹 관련해 명확한 물증 안 나와
수사 과정서도 증거 찾지 못한 채
이 전 기자만 강요미수 혐의 기소

일각 "애초부터 근거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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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31일 MBC가 채널A 기자의 취재윤리 문제와 검찰과의 유착 의혹을 보도한지 1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기자가 검찰 고위 간부와의 친분을 강조하며 취재원을 압박했다는 보도 내용은 언론계에 큰 충격을 안겼고, 특히 ‘검언유착’ 의혹의 경우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갈등으로까지 비화하며 사회적 파장이 컸다. 결국 해당 기자는 취재윤리 위반 등의 이유로 채널A에서 해고됐고, 검언유착 의혹은 관련 수사로 이어져 기자가 구속되기에 이르렀다. 다만 1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검언유착의 실체적 진실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MBC는 지난해 3월 말에서 4월 초 연속된 기사에서 이동재 채널A 기자의 취재윤리 위반과 검언유착 의혹을 보도했다. 이 보도로 논란이 확산되자 채널A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55일 만에 보고서를 내 이 기자가 취재윤리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이후 메인 뉴스에서 취재윤리 위반을 공식 사과하고 이 기자는 해임, 사회부장과 법조팀장엔 정직의 중징계를 결정했다. 지난해 8월27일엔 채널A 성찰 및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켜 취재 가이드라인과 법조 취재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검찰과의 유착 의혹과 관련해선 명확한 물증이 나오지 않았다. 채널A 보고서도 관련 근거를 확인할 수 없다고 했고, 후속기사 격인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과 이 전 기자의 부산고검 대화 녹취록 보도 역시 오보 논란만 무성한 채 공모의 정황을 밝혀내지 못했다. 수사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 전 기자의 노트북 포렌식 결과를 분석하는 등 네 달여간 한동훈 연구위원과의 공모 여부를 수사했으나 명확한 증거를 찾지 못한 채 지난해 8월5일 이 전 기자만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한 연구위원과의 공모 여부는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공소사실에서 제외했지만, 지난해 8월26일 첫 공판이 열린 이후 결정적인 증거는 나오지 않은 채 오는 16일 19번째 공판을 앞두고 있다.

 

다만 검언유착 의혹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입장 차가 갈린다. 한 연구위원이 본인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함구하는 등 관련자들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체를 못 밝혔다는 주장과 애초부터 무리한 수사였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어서다. 12일 민주언론시민연합 주최로 열린 ‘채널A 검언유착 사건 1년을 돌아보다’ 토론회에서 김태현 아주경제 기자는 “재판 과정에서 밝혀진 것은 단 하나도 없다고 생각한다”며 “현재까지 진전이 없었다고 한 이유는 이 전 기자가 채널A 조사위 제출 전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초기화했고 한 연구위원의 휴대전화 역시 포렌식을 진행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미 수사팀이 지난해 말 한 연구위원을 무혐의 처리하기로 결론을 내렸다는 보도들이 나오면서 검언유착은 애초 근거가 없었다는 목소리도 크다. 방송사 법조팀 한 기자는 “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최소한 검언유착의 정황이라도 나와야 하는데 그런 것도 없고 8개월간 진행된 재판에서도 관련 증거가 전혀 안 나오고 있다”며 “이미 수사팀은 한 연구위원에 대해 무혐의 처리 결재를 올리고 있는데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안 받아주고 있지 않나. 만약 한 연구위원이 무혐의가 되면 검언유착 자체가 성립 불가능했다는 걸 인정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실체는 오리무중인 상황에서 지난 1년 사이 검언유착이란 단어는 더욱 공고해졌다. 검찰과 언론이 공모해 취재·수사를 한다는 의미에 국한되지 않고 검찰발 정보를 기사로 쓰는 행위에까지 검언유착이란 단어가 붙으며 정치권에서 매번 논쟁이 일었다. 반대 진영에선 똑같은 행위를 ‘권언유착’으로 부르기도 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 ‘빅카인즈’에서 검언유착이란 단어는 2019년 3월31일부터 2020년 3월30일까지 54개 매체에서 딱 5번 쓰였지만 MBC의 첫 보도 이후인 2020년 3월31일부터 올해 3월30일까지는 총 2694건 사용됐다. 539배 늘어난 수치다. 권언유착이란 단어도 76건에서 657건으로 9배 늘었다.


검찰에 출입하는 한 기자는 “일종의 프레임으로 한 번 자리를 잡으니 사실관계 여부를 떠나 마음에 안 드는 보도가 나오면 서로 검언유착, 권언유착 얘기를 하고 있다”며 “특히 검언유착과 피의사실 공표가 함께 묶여 진영논리로 쓰이고 있다. 아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런 상황은 똑같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검찰 출입 기자도 “채널A 사건 이후 검찰 취재원들과의 만남 자리가 굉장히 불편해지고 서로 꺼리는 분위기가 돼 버렸다”며 “정보 공개가 원활화고 다양한 방식으로 취재가 가능하면 오히려 팩트 검증이 쉬운데, 지금은 워낙 폐쇄적이고 검찰 취재가 불가능해져 오히려 검사들의 입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 때문에 편의적이고 선택된 정보들이 제한적으로 언론에 흘러나오는 문제가 계속 악순환처럼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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