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손사래치는 개발자, 들어온 사람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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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종합일간지 IT부서는 한 달 넘게 진행하던 웹개발자 채용을 잠정 보류했다. 지원자가 예상보다 적어 네이버, 넥슨 등 IT기업들의 대규모 개발자 채용 이후에 다시 공고를 내기로 한 것이다. 이 언론사는 편집국에서 인터랙티브 콘텐츠의 중요성이 커지며 추가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콘텐츠 제작 문법, 인력 구성, 의사 결정까지 ‘기자 중심’

#헤럴드 디지털콘텐츠국은 지난 3월 웹개발자 1명을 경력 채용했지만, 예년에 비해 지원자가 3분의 1 가까이 줄어 채용에 애를 먹었다. 자체 솔루션 프램그램 개발을 진행하는 헤럴드는 더 많은 개발자 인력이 필요했다. 헤럴드 디지털콘텐츠국 관계자는 “이왕이면 연봉 많이 주는 곳에 지원자가 몰리는 거다. 비대면 시대에 개발자들이 할 일이 많아져 그만큼 사람도 많이 필요해진 시점”이라며 “경제지, 방송사 등 같은 계열의 개발자 동료들과 연락해봐도 사람이 나갔는데 새로 뽑히지도 않아 고민이 크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최근 IT업계를 중심으로 ‘개발자 모시기’ 경쟁이 벌어지면서 언론사들이 개발자 인재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상황으로 비대면 서비스가 성장하고, IT기업들의 대규모 채용으로 개발자 수요가 증가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네이버만 해도 최근 세자릿수 규모의 개발자를 뽑는 신입 채용을 진행했고, 올해 하반기까지 900명 채용을 예고했다. 특히 구인난과 함께 개발자들의 언론사 이탈이 잇따르면서 디지털 인력 성장을 가로막는 언론사 조직문화에 쇄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개발자 성장할 토대 부족… “열정 갖고 들어온 초기 멤버들 다 떠나”

개발자들은 지난 10년간 소비자 친화적인 인터랙티브 콘텐츠 구현과 데이터 분석, 기술 개발 등 언론사의 디지털 역량을 높인 주역이다. 함형건 YTN 데이터저널리즘팀장이 “데이터 분석 보도에서 개발자가 있으면 할 수 있는 아이템의 범위가 확 늘어난다”며 “개발자가 없어 기획 단계에서 접어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 이유다. 더욱 시급해진 디지털 전환, 비즈니스 모델 기술 개발 면에서 디지털 인력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뉴스레터 기반 미디어 스타트업 뉴닉은 앱 출시를 예고하며 앱 서비스 개발을 위한 프론트엔드 엔지니어(Frontend Engineer)와 백엔드 엔지니어(Backend Engineer) 채용을 진행했고, MBC는 콘텐츠 제작 시스템을 연구 개발하는 IT개발 부문 개발자를 뽑고 있다.


MBC 정책기획부 관계자는 “최근엔 클라우드 등 새롭게 기술을 개발할 분야가 나오고 있어 디지털 인력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내부의 니즈가 생겼다”며 “경력 공채 이전에 전문계약직 형태로도 IT개발 부문을 채용하려 했지만, 지원자 수가 기대한 수준보다 굉장히 떨어졌던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애초에 언론사는 개발자들이 선호하는 업계가 아니라는 점이 구인난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제작 문법, 인력 구성, 의사 결정 등이 기자 중심으로 돌아가고 디지털 콘텐츠를 부차적으로 취급하는 언론사 관행은 디지털 인력 성장의 걸림돌이었다. 개발자 인력 특성상 개인의 포트폴리오가 중요하지만 언론사들은 개발자가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주지 못했다.


정한진 전 KBS 데이터저널리즘팀장은 “저널리즘 영역에서 개발자 역할은 커지겠지만 이들의 참여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편집·보도국은 여전히 기자 중심의 조직이고, 협업 문화의 부재는 10년 전과 비교해 크게 바뀐 게 없기 때문”이라며 “초창기 열정을 가지고 언론계에 들어온 개발자도 거의 떠났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개발자가 도전할만한 좋은 사례가 없다보니 언론사에서 개발자 구하기는 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유력 매체에선 개발자의 연봉이 편집자·기자 연봉을 넘어섰다(미국 직장 평가 사이트 글래스도어 기준)는 소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연합뉴스에 근무했던 한운희 엔씨소프트 R&I 실장은 “대부분 나이가 젊은 개발자들에게 커리어 설계는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언론사는 지원자에게 개발자로서 가치를 느끼고 회사에 기대감을 갖게 할 힌트를 줘야 한다. 개발자가 어떤 포지션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명백하게 알려줄 지표가 무엇일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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