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화 트렌드로 가는 뉴스

[글로벌 리포트 | 미국] 신현규 매일경제신문 실리콘밸리특파원

신현규 매일경제신문 실리콘밸리특파원

한국에도 뉴스레터를 유료로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서서히 등장하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뉴스레터 콘텐츠 유료화 열풍이 시작된 지 조금 됐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서브스택’(Substack)의 성장이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엑셀러레이터인 와이컴비네이터 프로그램으로 2017년 탄생한 이 기업은 뉴스 콘텐츠를 유료구독자들에게 이메일로 전송하기 위한 모든 솔루션을 제공해 준다. 유료구독을 위한 결제기능, 이메일 편집기능, 과거 보냈던 이메일 아카이브, 고객 데이터 분석 기능까지 모든 것이 포함돼 있다.


서브스택은 순항 중이다. 최근 이 기업은 약 6억5000만달러(약 7300억원)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6500만달러(약 73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수천명의 작가들과 50만명의 유료구독자들이 서브스택으로 연결되고 있다. 매년 수억원씩 벌어가는 작가들도 생겼다. 롤링스톤즈 지에서 정치담당 기자였던 매튜 타이비는 지난해 4월 직장을 그만두고 이메일 뉴스레터로만 정치관련 뉴스를 독자들에게 보낼 거라고 선언했는데, 그의 서브스택 뉴스레터 유료구독자는 수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월구독료 5달러를 감안하면 연수입은 6억7000만원에서 12억원 사이로 추정되니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 물론 타이비는 서브스택 플랫폼 사용자 중에서 상위(4위)에 있는 인물이긴 하다.


하지만 그와 같은 성공사례가 알려지면서 서브스택을 사용하려는 기자와 작가들이 늘고 있다. 특히 유료구독자 숫자가 수만명까지 가지 않아도 팩트를 확인하고 널리 알리며, 이를 통해 사람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는 기자의 본질적 소명을 충족시키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점에서 호응이 있다. ‘파퓰러인포메이션’이라는 뉴스레터를 쓰고 있는 저널리스트 제드 레굼은 최근 한 이벤트에서 이렇게 말했다. “독립해서 독자적인 뉴스레터 매체로 살아간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일 수도 있어요. 언론사 뉴스룸의 취재지원이 없다는 것이 무엇보다 크죠. 고객(독자)들을 자신이 직접 찾아야 한다는 것도 힘든 일일 거예요. 하지만 다행스러운 점이 하나 있어요. 먹고 사는데 엄청나게 많은 숫자의 구독자들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에요. 저 같은 경우 2000명 정도 돈을 내는 구독자들이 생기니 그때부터 살만 하더라고요.”


이처럼 뛰어난 작가와 기자들이 서브스택으로 간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페이스북과 트위터도 유료구독 플랫폼을 만들기 시작했다. 트위터는 지난 1월 서브스택과 같은 유료구독 뉴스레터 플랫폼 레뷰(Revue)를 인수했다. 페이스북은 인수전략이 아니라 아예 자체적인 뉴스레터 구독상품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나왔다. 듣는 소셜미디어로 최근 화제가 된 클럽하우스도 결제기능을 넣어 콘텐츠 구독상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사람들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이미 오래전부터 네이버가 유료 콘텐츠 플랫폼을 준비해 왔고, 여러 언론사들과 함께 공동작업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국내에서도 아웃스탠딩 등과 같은 다수의 유료 콘텐츠 회사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 모든 사실들은 어쩌면, 인터넷과 모바일이 등장하고 난 뒤 형성된 ‘뉴스=공짜’라는 과거의 등식이 일부 파괴되고 있다는 뜻인지도 모른다. 서브스택이 등장하면서 양질의 콘텐츠들을 모두 그쪽으로 빼앗길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등 거대 IT 공룡기업들이 그런 파괴를 부추기고 있다. 자체적으로 뉴스를 유료화하여 판매하는 언론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뉴스=공짜’라는 함수에 매달려 있던 미국의 미디어 산업 플레이어들이 이제는 모두 ‘뉴스=유료’라는 미래에 대비하기에 분주한 모습인 것이다. 미래에 대한 대비는 결국 ‘투자’다. 양질의 뉴스 콘텐츠가 유료가 되는 시대를 대비해 수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은 결국 그러한 시대가 올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정말 ‘뉴스=공짜’라는 등식은 바뀔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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