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영향에 바야흐로 음식배달시장이 호황이다.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어플리케이션 터치 몇 번이면 음식을 배달해 먹을 수 있었지만 독일은 비교적 최근에서야 그런 문화가 보편화됐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하더라도 음식점에서 배달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는 자체 배달인력을 확보해 자동차나 자전거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추가 요금을 받았다. 하지만 현재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작년 11월부터 코로나19 확산 저지 조치로 독일 내 모든 음식점의 실내 및 실외영업이 금지됐다. 손님이 직접 찾아가는 포장판매나 배달만 가능한 제한적 영업상태이기에 플랫폼을 통한 배달이 주요판매창구가 된 듯하다. 이동제한과 비대면 권고 등의 방역수칙에 따라 음식점 방문보다는 배달서비스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독일의 음식배달서비스 시장은 점점 확대되고 있다.
독일에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음식배달 플랫폼이 존재한다. 업계 1위이자 사실상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테이크어웨이닷컴이 대표적이다. 네덜란드와 영국계 자본으로 설립된 이 회사는 1999년 암스테르담에서 설립되어 현재 약 15개 국가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2008년부터 사업을 시작했다. 그 외에는 우리나라의 음식배달 플랫폼인 배달통과 요기요를 소유한 딜리버리히어로가 있었다. 이 회사는 2012년 독일에서 사업을 시작해 푸도라, 리퍼헬트 등의 브랜드로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2014년 독일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3대 스타트업으로 선정된 바 있다. 그 외에도 피자닷데에, 딜리버루 등의 회사들이 진출해 있는 상황이었다.
참여자가 늘어나며 시장이 점차 확장되어가던 2014년, 테이크어웨이닷컴은 독일의 음식배달 서비스 브랜드 리퍼란도를 인수하며 공격적으로 가맹점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이에 맞서 딜리버리히어로는 2015년까지 리퍼헬트, 푸도라, 피자닷데에 등을 자회사로 통합하며 기업 규모를 키웠다. 이로써 독일 배달서비스 시장은 리퍼란도와 딜리버리히어로가 양분하는 구도로 재편되는 듯했다. 하지만 2019년 테이크어웨이닷컴이 9억3000만유로를 투자하여 딜리버리히어로의 독일사업장을 인수, 독점구조의 시장이 형성됐다. 이에 따라 독일의 음식배달 플랫폼을 둘러싼 문제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특이한 점은 독일이나 국내 상황이나 문제들이 유사해 보인다는 데 있다.
관건은 배달료와 수수료다. 상당수의 리퍼란도 가맹점은 음식값의 30%를 테이크어웨이닷컴에 수수료로 지불하고 있다. 리퍼란도 플랫폼을 통해 주문을 받고 리퍼란도에 고용된 배달원을 이용하는 경우다. 시스템만 이용하고 자체 배달인력을 활용하는 경우 음식점은 13%의 수수료가 부과된다. 음식값과는 별도로 주문 건마다 배달료가 부과되는데, 가맹점은 이를 자체적으로 부담하거나 이용자가 일부 혹은 전체 지불하도록 선택하게 된다. 이미 수수료로 13~30%를 지불하는 상황이므로 중소 규모의 음식점들은 많은 경우 배달료 전체를 리퍼란도 서비스 이용자가 부담하도록 설정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리퍼란도 측이 운영비용상승을 근거로 독일 내 주요 도시들에서 현재 기본배송료(1.5유로)를 약 두 배(2.9유로)로 인상하기로 결정하면서 가맹점과 이용자 모두에게 불만을 사고 있다. 어떤 방식을 취하든지 가맹점과 이용자 둘 중 한쪽은 비용이 상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둘 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독점구조니 말이다.
4월 중순까지 락다운이 연장된 현재 독일의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음식배달 수요가 줄어들진 않을 듯하다. 가맹점이나 이용자나 어찌 되었건 현재의 시스템을 이용할 수밖에 없으며, 플랫폼업체가 설정한 비용을 내야만 하는 실정이다. 그렇기에 사회의 한 영역이, 또는 하나의 산업이 독점형태의 플랫폼에 의해서만 운영될 경우 발생하는 불합리한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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