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가을 기자가 잊어버린 열정, 설렘을 떠올리게 하나 봐요"

[인터뷰] 소설 데뷔작 '고도일보 송가을인데요' 펴낸 송경화 한겨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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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화 한겨레신문 기자는 요즘 이런 연락을 자주 받는다. ‘어떻게 하면 소설책을 낼 수 있느냐’는 동료들의 물음이다. 15년차 현직인 송 기자는 이달 초 소설 <고도일보 송가을인데요>를 펴내며 작가로 데뷔했다. 저자의 예상보다 반응이 뜨겁다. 출간 2주 만에 2쇄를 찍었다. 여러 서점에서 ‘오늘의 책’, ‘MD의 추천’ 등에 꼽혀 주목받고 있다. 


송 기자가 소설을 쓰기 시작한 건 13년 차, 사회부에서 정치부로 옮긴 지 3년쯤 됐을 때였다. 이야깃거리들이 머릿속에 꽉 차 더는 안 되겠다 싶었다. “미루고 미루다 실행한 것 같아요. 사회부 경험을 좀 털어내야 정치부 내용을 풀어낼 공간이 생길 것 같았어요.”

 

15년차 현직인 송경화 한겨레신문 기자(사진)가 자신의 취재 경험을 모티브로 한 소설 <고도일보 송가을인데요>를 펴냈다. 송 기자의 작가 데뷔작이다. (송경화 기자 제공)

퇴근 후 다시 노트북을 켜 소설을 쓰는 나날이 이어졌다. 사회부 경험을 모티브로 새 살을 붙이고 극적인 반전을 넣기도 했다. 퇴근길 서울 동부간선도로를 달리며 생각의 조각을 모으다 결론이 나면 자기 전에 한 편을 다 쓰는 식이었다. “쓰다 보니 혼자 재밌어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자다가도 일어나서 쓰고 그랬어요. 단행본 책 한 권 분량 정도가 모였다 싶을 때 멈췄고요.” 마침 한겨레출판사에서 한겨레 구성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저술 공모에 당선돼 출판 계약서를 썼다. 


책은 고도일보 신입기자 송가을이 경찰서 1층 형사과로 들어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형님, 고도일보 송가을 왔습니다. 오늘 뭐 먹을 거 좀 없습니까? 요즘 사건이 없어도 너무 없어요.’ 너무나 현실적인 이 멘트처럼, 소설은 실제 존재하는 듯한 송가을의 ‘정의 구현 취재 활극’이다. 20대 초짜기자가 경찰팀, 법조팀, 탐사보도팀을 거치며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15개 에피소드로 풀어냈다. 


“모든 이야기가 제 경험에서 시작됐어요. 평균을 내자면 70% 이상은 실제 겪은 일이고 90% 이상인 것도 있어요. 취재차 홍등가를 돌아다니는 에피소드에서 ‘남자친구 찾으러 왔다’며 남친 사진을 들고 다니는데요. 이건 실제 경험을 묘사한 거예요. 알고 보니 남친이 거기 단골이었다고 마무리 지은 건 상상이고요. 미국에서 탈북자를 인터뷰하는 에피소드는 경험만으로 상당 부분을 채운 것 같아요.”

(한겨레출판사)

현실감 넘치는 소설 내용 덕분에 송 기자는 동료 기자들의 반가운 연락을 받고 있다. 소설 쓰는 방법과 출간 과정, 이를 계기로 파생되는 다른 활동에 대해서도 질문이 많다. 그처럼 10년 넘게 기자 일을 한 이들은 ‘옛날 사스마와리(수습이나 사회부 막내 기자가 경찰서를 도는 것을 뜻하는 언론계 은어) 시절 열정이 떠올랐다’, ‘잊고 있었던 초심이 오랜만에 생각났다’는 반응을 전해준다고 한다.


“저에게도 이 책은 설렘, 초심 같은 걸 떠올리게 하는 것 같아요. 기자 일이 익숙해져가고 있었는데 다시 첫 마음을 떠올리면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잘 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요.”

 

기자가 아닌 일반 독자들의 피드백도 긍정적이다. ‘기자가 실제 이렇게 취재하는지 처음 알게 됐다’거나 ‘기자라는 직업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었다’는 평에 송 기자는 안도했다. “비록 ‘기레기’가 기자를 일컫는 말로 익숙해진 시대지만 아직 좋은 기사를 기대하고 계신 독자, 시청자가 많을 거라 생각해요. 소설을 통해 기자를 바라보는 이해의 폭을 조금이라도 넓힐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어요.”


주인공 송가을의 활약은 내년쯤 드라마에서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송 기자는 책을 출간하기 전에 드라마 제작사와 판권 계약을 했다. 극본도 그가 쓴다. 마지막 에피소드 ‘대통령의 올림머리’의 모티브인 기사 <박 대통령, 세월호 가라앉을 때 올림머리 하느라 90분 날렸다>가 계기였다. 당시 송 기자는 한 배우의 제보로 기사를 쓸 수 있었고, 나중에 소설 초고를 본 이 배우가 드라마화를 제안해 실제 이뤄졌다. 드라마뿐 아니라 정치부 이야기를 다루는 차기작도 독자를 찾아갈 예정이다.

 

“좋은 기자는 ‘좋은 기자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끝내 놓지 않고 늘 고민하는 기자라고 생각해요. 소설 속 송가을을 그런 모습으로 그리고 싶었어요. 부끄럽게도 저는 아직 그러지 못한 것 같아요. 매일 마감을 하고 일상에 치이면서 그 질문을 잊었던 적이 적잖았거든요. 저부터 마음을 다잡고 노력해보려고요.”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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