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 강행 앞둔 스포츠서울, 구성원만 희생?

경영진, 인원 30% 감축 등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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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원하는 대로 인원 30% 정리해고를 하게 되면 사실상 부장급은 물론 차장급도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 사람들을 붙들어놓고 대표는 부서 현안, 수익 사업 등 아이디어 있으면 발표하라고 한다. 언제 잘릴지도 모르는데 어떤 부장이 신이 나 발표하겠나.”


스포츠서울 경영진이 계속된 적자를 이유로 구성원에게 인원 30% 감축과 임금 삭감을 예고했다. 기업 회생이라는 힘든 시기를 겪은 스포츠서울 기자들은 새로운 대주주가 투자와 비전 제시 대신 구성원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해 3월 기업회생에 들어간 스포츠서울은 6개월 만인 지난해 9월 기업회생 절차를 졸업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기업회생 과정에서 당시 서울신문STV 컨소시움(현 서울STV. 김상혁 회장)은 스포츠서울을 인수했다.

 

스포츠서울 경영진이 계속된 적자를 이유로 구성원에게 인원 30% 감축 정리해고와 임금 삭감을 예고했다. 스포츠서울 기자들은 지난 2019년 12월과 지난 2월 이미 희망퇴직을 시행하고, 2주간 휴업을 돌입해 경쟁사 대비 40~50%의 인원으로 편집국이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사진은 지난해 2월 스포츠서울 노조가 이전 대주주의 스포츠서울 사옥 매각 반대 집회를 연 모습. /스포츠서울 노조 제공

지난 22일 열린 스포츠서울 정리해고 관련 스포츠서울 노사협의회에서 양측의 의견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최승욱 스포츠서울 대표, 전대식 전국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 황철훈 언론노조 스포츠서울지부장 등이 참석한 이날 노사협의회에서 사측은 4월 중순 희망퇴직 및 정리해고를 시행한다는 구조조정 일정과 임금별 5~35% 임금 삭감안을 제시했다. 노조 측은 사측의 일방적 태도에 문제를 제기하며 구조조정에 앞서 해고회피노력, 노사간 긴밀한 협조 등의 절차가 반드시 이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2019년 6월 이전 대주주(한류타임즈) 시기 코스닥 상장사인 스포츠서울은 상장폐지 사유인 회계 감사 ‘의견 거절’로 거래 정지돼 오는 12월 상장유지·폐지 여부를 결정할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 절차를 앞두고 있다. 때문에 사측이 정리해고를 강행하려는 이유가 상장유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3월 회계법인인 스포츠서울은 오는 4월부터 최소 6개월간 영업이익이 나와야 상장유지가 가능하다.

그동안 희망퇴직만 두 번에 휴업까지… 이젠 차장급까지 내몰리는 상황

스포츠서울 A 기자는 “기업회생까지 간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던 회사인데 그런 것을 알고 비교적 싸게 인수한 대주주가 당연히 해야 할 투자나 연계 사업 검토 없이 바로 과실을 따려고 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에 실망감이 크다”며 “결과적으로 스포츠서울이라는 언론사를 인수한 게 아니라 상장사 지위를 가진 기업의 경제적 이익만 생각하고 인수했다고 본다. 최소한 언론사를 인수했으면 언론사 핵심 가치에 관해 고민하고 언론사가 갖는 사회적 책임도 고민해야 하지만, 그저 돈의 논리로만 이 사안을 바라보고 있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스포츠서울 기자들은 이미 경쟁사 대비 40~50%의 인원으로 편집국이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스포츠서울은 지난 2019년 12월 한차례 희망퇴직을 시행했고, 새 대주주가 들어온 뒤 지난 2월 희망퇴직과 2주간 휴업을 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직원 30여명이 스포츠서울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B 기자는 “스포츠서울 구성원들은 이미 정리해고, 임금 삭감의 피로도가 누적됐다”며 “1년 사이에 편집국 인원의 삼분의 일이 줄었다. 신문을 만들기 위한 최소인원이 유지되고 있는데 이마저도 지키기 힘들어졌다. 콘텐츠 질적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구성원들 “대주주, 투자·비전 제시는 없고 우리의 희생만 강요”

기자들은 스포츠서울이 기업사냥꾼의 타깃이 된다는 점에서 상장회사에 대한 회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A 기자는 “스포츠서울이 상장사 지위를 갖고 있어 외부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한류타임즈 때처럼 경영진들의 잦은 전횡으로 거래정지 같은 일들이 반복돼왔다”며 “그 과정에서 대주주들은 경영 실패에 대해 자발적으로 책임을 지지 않고, 구성원의 희생만 강요해왔다. 이런 점에서 상장사라는 것이 구성원에겐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고 했다.


사측이 예고한 구조조정 일정과 관련해 스포츠서울 노조는 조합원 총회를 통해 의견을 모아 대응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황철훈 지부장은 “노조는 회사가 어려워 비용 절감을 한다는 데 동의한다. 대신 순리대로 하자는 것”이라며 “지난 1월부터 정리해고 관련 9차례 노사협의회를 가졌지만, 대표는 같은 말만 반복하고 있다. 이번 구조조정을 통해 회사가 과연 정상화되겠냐며 끝까지 싸우자는 의견이 나오지만, 일부에선 협상을 통해 구조조정을 최소화하는 게 최선이라는 말도 나온다. 조합원 의견을 수렴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지은 기자 jeeniep@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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