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치기 추천' 논란이 일었던 MBN 사외이사 후보가 19일 공식 선임됐다. MBN 노조는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정당한 심의를 거치지 않은 사외이사 선임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MBN은 이날 개최한 주주총회에서 직전 MBN 시청자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신용섭 전 EBS 사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신 전 사장은 지난달 25일 MBN 시청자위원회의 추천으로 이사 후보에 올랐으나, 이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가 불거졌다.
MBN 사측은 시청자위원회 회의를 3일 앞둔 지난달 22일 시청자위원회에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요청했다. 회의 당일 시청자위원회 총 11인 중 사측 추천 위원 6인은 신 전 사장을 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노조측 위원 5인은 후보 자격, 평가 기준 등부터 논의한 뒤 복수의 후보를 추천하자고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사측 위원들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신 전 사장은 이사 후보가 됐고, 19일 주총에서 선임 안건이 통과됐다.
노측 시청자위원인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는 19일 서울 중구 MBN 사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참담하다. 시청자위 운영규정부터 이사 후보 추천 관련해 어떤 논의도 없었다"며 "MBN이 방송통신위원회의 재승인 조건을 지키기 위해 최소한 시민사회 목소리를 들으려는 줄 알았더니 다 쇼였다. 저는 들러리가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방송통신위원회는 MBN의 재승인을 결정하면서 17가지 조건을 달았다. 사외이사 선임 시 시청자위원회가 추천하는 인사를 포함하라는 내용도 포함했다. 최종연 법무법인 일과사람 변호사는 "이번 MBN의 사외이사 후보 추천 과정엔 법률적 하자가 있다"면서 방통위 재승인 조건에도 위배된다고 했다.
최 변호사는 "시청자위원회는 시청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방송법이 규정한 기구다. (MBN 사례는) 시청자위원들의 심의권, 의견권을 중대 위반한 것"이라며 "상법상으로도 사외이사는 특수관계인을 선임해선 안 되는데 (사외이사로 선임된) 신 전 사장은 직전 MBN 시청자위원장으로 여기 포함된다. 선임 과정에 총체적인 부실이 있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조 MBN지부는 이날 최 변호사와 함께 'MBN 시청자위원회 사외이사 후보 추천의 부적법성'에 대한 의견서를 방송통신위원회에 전달했다.
나석채 언론노조 MBN지부장은 "방통위 권고를 무시하는 사측은 3년 뒤 재승인을 받을 생각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부끄러운 불법행위(자본금 불법 충당 건)를 저지른 경영진은 합리적인 재발방지 대책 마련이나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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