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보도로 소송을 당한 기자들을 대신해 회사가 변호사 지원을 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노동조합이 있다. KBS노동조합은 ‘검언유착 오보’로 불리는 이동재-한동훈 녹취록 보도로 억대 소송을 당한 자사 기자들의 소송 수임료를 회사가 지원한다는 이유로 양승동 KBS 사장과 전략기획실장, 법무실장 등 3명을 지난 9일 경찰에 고발했다. 허위보도 관계자들을 변호하기 위해 KBS가 소송비용을 대는 것은 KBS 재정에 손실을 주는 “범죄행위”이며 ‘업무상 횡령’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KBS 단체협약은 “조합원이 정당한 업무수행을 하는 과정에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당하거나 그 결과로 인해 불이익이 발생할 경우 공사는 조합과 협의하여 법적 대응 및 지원에 최선을 다한다”고 정하고 있다. KBS는 이를 근거로 “정당한 업무수행 과정의 결과로 발생한 이번 소송에 대해 KBS와 KBS 구성원의 이익을 위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KBS노조는 회사가 이미 ‘오보’를 인정하고 사과까지 한 만큼 이를 “정당한 업무수행”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지난해 해당 보도 직후 ‘권언유착’, ‘청부보도’ 의혹을 앞장서서 제기하며 보도에 관여한 기자와 간부들을 형사 고발하기도 했다. “그런 조합원도 싸잡아 보호하겠다고 나선다면 그건 노동조합이 아니라 ‘마피아’ 집단이 될 것”이란 논리다.
하지만 개인 비위가 아닌 오보 등 업무상 과실에 대해 개인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조직은 거의 없다. 인사나 징계 등 내부적으로 책임을 묻되 소송이나 외부의 공격에 대해선 구성원을 보호하는 게 일반적인 대응이다. 이미 담당 기자와 데스크 등은 감봉과 견책 등의 징계를 받았다. 이와 별도로 KBS는 발제와 취재, 데스킹 등 보도 과정의 광범위한 오류를 시인하고 시스템 개선 등 후속 조치를 진행한 바 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중간의 과정을 떼놓은 채, 오직 결과만 놓고 ‘오보의 책임’을 기자가 홀로, ‘방송사고의 책임’을 PD가 홀로 감내하라면 누가 기사를 쓰고 프로그램을 제작하겠는가”라며 “업무상 발생한 상황의 모든 책임을, 개인이 오롯이 감내하라는 게 ‘노동조합’의 주장으로 가당키나 한 소리인가”라고 꼬집었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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