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한국ABC협회(협회)의 ‘부수 부풀리기’과 관련해 사무 검사를 실시한 결과 실제 신문 유료부수가 그간 공시된 수치의 절반을 웃도는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체부는 16일 “신문지국 인터뷰와 관련 입수자료 분석결과에 따르면 지국별 편차는 있으나 신문지국의 평균 유가율은 62.99%, 평균 성실률은 55.37% 수준이었다”며 협회 발표와 실제 조사 간 상당한 차이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1월 협회 내부 관계자가 부수공사 과정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하고, 언론에서도 지속 신뢰성 논란이 제기되며 문체부는 관련 조사를 진행해왔다.
이날 문체부가 발표한 ‘(사)한국ABC협회 사무검사 주요 결과 및 조치 권고사항’에 따르면 A신문사의 2019년 유가율은 협회 자료에선 95.94%였지만, 조사결과 평균 67.24%였다. 성실률 역시 협회 자료엔 98.09%였지만, 조사 결과 55.36%에 그쳤다. B신문사와 C신문사 역시 실제 유가율은 각각 58.44%와 56.05%, 성실률은 각각 50.07%와 62.73%인 것으로 조사됐다.
3개 신문사에 대한 조사결과는 지난 3년간 ABC협회 자료와 비교해 유가율은 20~25%p, 성실률은 20~44%p까지 차이가 난다. 유가율은 발행부수 대비 유료부수 비율, 성실률은 신문사가 협회에 보고한 유료부수 대비 공사원이 실사를 통해 인증한 유료부수의 비율을 뜻하는데 이번 조사는 현재 신문사별 실제 유료부수가 협회 공사 보고서 수치의 50~60% 가량이란 의미다. 현 ABC제도는 정부광고 집행 과정에서 활용돼 왔고, 그 외 기업이 신문에 광고를 집행하는 기준으로도 여겨져 왔다.
문체부는 “사무 검사의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부수공사 과정의 부실을 추정하고 제도 개선 사항을 도출하기에는 충분히 유의미한 결과”라고 밝혔다. 다만 표본의 한계로 모든 신문지국의 상황으로 일반화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를 통해 문체부는 ‘신문사의 부수보고’, ‘협회의 표본지국 선정‧통보 및 공사원 배치’, ‘표본지국 공사(실사)’, ‘보정자료 인정 및 인정위원회 운영’으로 이어지는 부수공사 과정 전반에서 불투명한 업무처리를 확인했다고도 했다. 부수공사 결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표본지국 선정 및 공사원 배치를 특정 관리자 1인이 외부참관 및 기록 없이 단독 수행하는 문제가 대표적으로 거론됐다. 이에 따라 모든 신문사가 부수보고관리시스템 활용, 표본지국 선정 시 제3자 참관, 공사원 무작위 배치, 자국 실사 통보시점 조정(1~3일 전) 및 신문사 직원 개입 가능성 차단 등 전면 제도개선이 권고됐다.
아울러 ABC협회 운영방식 개선을 위한 조치도 요구됐다. 신문업계와 광고업계로 구성된 현 이사회를 신문협회, 광고주협회, 제3자(언론학회‧광고학회‧소비자단체‧언론재단 등)가 동등한 비율로 참여하는 구조로 바꿔 “부수공사 대상인 신문업계가 주도하는 구조를 전문가(제3자) 중심으로 개선”하라는 것이다. 더불어 회장의 협회 부적정 운영으로 갈등이 지속되고 부수공사제도의 신뢰성 상실 등이 초래됐다고 보고 기관장 경고를 하는 한편 공정하고 객관적인 후임 회장 선출 절차를 조속 진행하라고 권고했다.
이와 별도로 매체 환경 변화를 고려해 종이신문 부수와 온라인 신문 트래픽을 함께 조사하는 통합ABC제도 도입이 제시되고, 필요한 경우 현재 동결 중인 협회 기금 활용 방안을 검토하라는 조치도 권고됐다.
향후 문체부는 이번 사무 검사와 신문지국 인터뷰 표본의 한계를 감안, 공동 조사단을 꾸려 6월 말까지 현장 실사를 추진할 예정이다. 공동 조사단엔 ABC협회는 물론 전문가, 유관기관 등이 참여해 규모가 확대(9~10인)되고, 이에 따라 조사 지국 수도 기존 12개에서 30~50개로 대폭 늘어날 예정이다.
문체부는 “이번 사무 검사 권고사항이 6월30일까지 이행되지 않을 경우 ABC부수공사의 정책적 활용을 중단하는 등 추가적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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