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편집국원 일동, 최승욱 대표 비판 성명

"대표의 편집국장 직무정지 발령은 보복성 인사"

  • 페이스북
  • 트위치

​15일 스포츠서울 기자들은 편집국 일동 성명을 내 “(대표는) 편집국장과의 언쟁을 빌미 삼아 정상적인 인사위원회 절차도 없이 보직해임을 단행했고, 뒤늦게 절차상 문제가 걱정됐는지 보직해임 인사를 공표한 지 10시간도 되지 않아 편집국장 ‘직무정지’로 선회했다”며 “신문사의 중추인 편집국의 수장에 대한 인사라면 더 진중하게 다뤄졌어야 했다”고 밝혔다.


성명에 따르면 최승욱 스포츠서울 대표는 고진현 편집국장과 언쟁 이후 지난 10일 고 국장을 보직 해임했고, 다시 직무 정지를 발령했다. 이를 두고 언론노조 스포츠서울지부는 지난 11일 성명을 통해 "명백한 편집권 침해이자 편집국원 전체를 모욕하는 심각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스포츠서울은 이번주 고 편집국장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개최해 징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지난해 5월 스포츠서울은 기업회생 과정에서 서울STV(김상혁 회장)를 새 대주주로 맞았고, 지난달 26일 최 대표가 선임됐다.


스포츠서울 기자들은 이날 성명에서 “고진현 국장은 스포츠서울이 지난한 기업회생의 과정을 통과하는 동안 회사와 편집국을 지켜내기 위해 누구보다 헌신한 인물”이라며 “그런 그에게 갓 부임한 최승욱 대표가 시니어 라이터 운용과 관련해 비난에 가까운 지적을 했다. 편집국장과 체육부원 간의 갈등이 있었던 양 야비한 이간질도 했다. 고진현 국장이 오류를 바로잡으려 하자 “말을 자르지 말라”며 ‘복종’을 강요했다. 이에 반발하는 과정에서 고성이 오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 대표는 취임하자마자 이 사람 저 사람을 불러다가 ‘뒷담화’를 종용했고 아예 노골적으로 “사내 정보를 내게 보고하라”며 프락치를 만들려는 움직임까지 보였다”며 “언론의 자유가 가장 잘 실현되어야 할 언론사에서 “내 말을 자르지 말라”는 시대착오적인 발언이 횡행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 대표의 비뚤어진 리더십과 절차를 무시한 일방통행식 징계의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며 “전통과 역사를 가진 회사에서 편집국원의 신뢰와 존경을 받으며 정공법으로 뭔가를 도모할 생각조차 못 한다는 데 절망감을 느낀다. 신문을, 편집국을 만드는 기자들을 존중하지 않으면서 ‘충성’을 바라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덧붙였다.

 

최승욱 대표는 편집국장 직무정지 발령 이유에 대해 “부회장, 편집인과 함께 한 회의에서 고진현 국장은 상급자에 대해 수차례 폭언을 했으며 일방적으로 회의장을 나갔고, 회의 주제와 관련해 논의하던 중 상급자의 확인요청 등에 불응했다”며 “이런 행위로 인해 회사 근무 분위기가 저해됐다. 고 국장이 휴가에서 돌아오면 며칠 뒤 인사위원회를 열어 본인의 해명을 듣고 향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성명 전문.

 


편집국 얼굴에 먹칠한 ‘보복성 인사 폭거’ 규탄한다.


스포츠서울 사상 초유의 참담한 인사 폭거가 자행됐다.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사실이 명약관화하기에 편집국원들의 우려가 크다. 매일 만들어지는 신문, 그 신문 제작을 총괄하는 편집국장과의 언쟁을 빌미 삼아 정상적인 인사위원회 절차도 없이 보직해임이 단행됐다. 대표이사, 부회장, 사외이사라는 직함을 달았으면 그 무엇보다 신문을 생각하는 게 최우선이다. 편집국장 없이 신문을 어떻게 운영할지 아무런 대책도 없이 해임이 그리 급한가. 언론사를 대체 무엇으로 알고 있기에 이렇게 막 나갈 수 있을까.


경영행위에도 금도가 있다. 입사 1년된 기자도 인수인계를 하고 퇴사한다. 편집국 수장인 편집국장을 덜컥 해임하고 “그 다음 수석은 누굽니까?” 망발을 하는가. 셋이 머리를 합쳐 덜컥 편집국장 보직해임을 해놓고 뒤늦게 절차상 문제가 걱정됐는지 보직해임 인사를 공표한 지 10시간도 되지 않아 편집국장 ‘직무정지’로 선회했다. ‘직무정지’에 담겨진 속내가 참으로 적나라하다.


인사가 곧 만사라 했다. 그것도 신문사의 중추인 편집국의 수장에 대한 인사라면 더 진중하게 다뤄졌어야 했다. 칼자루를 쥐었으니 흔들어보고 싶었던 것인가. 인사는 경영진의 칼장난이 아니다. 그 한심함에 기가 찬다. 이런 경영진을 어떻게 믿고 따르라는 것인가.


최승욱 대표와 고진현 국장 간의 언쟁은 요약하자면 ‘전문가를 앞에 두고 벌어진 비전문가의 농단’이다. 고진현 국장은 체육기자들에게 최고의 명예로 일컬어지는 ‘이길용 기자상’과 ‘소강체육대상’을 모두 수상한 베테랑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몸통이었던 체육계 비리를 파헤친 주역이기도 하다. 체육계에서는 누구나 인정하는 전문가라는 얘기다.


스포츠서울이 지난한 기업회생의 과정을 통과하는 동안 고진현 국장은 회사와 편집국을 지켜내기 위해 누구보다 헌신한 인물이다. 포털사이트와의 콘텐츠 제휴가 사실상 백지화되는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게 이를 정상화시킨 이도 다름 아닌 고진현 국장이었다.


그런 그에게 갓 부임한 최승욱 대표가 시니어라이터 운용과 관련해 비난에 가까운 지적을 했다. 편집국장과 체육부원간의 갈등이 있었던 양 야비한 이간질도 했다. 고진현 국장이 오류를 바로잡으려 하자 “말을 자르지 말라”며 ‘복종’을 강요했다. 이에 반발하는 과정에서 고성이 오간 것이다.


사실 최 대표의 이같은 행태는 처음이 아니다. 취임하자마자 이 사람 저 사람을 불러다가 “A는 일 잘하냐? B는 어떠냐? 둘 중 한 명만 골라봐라”는 등 편집국원에게 누군가에 대한 ‘뒷담화’를 종용했고 여기선 이 소리, 저기선 저 소리를 하며 얄팍하기 짝이 없는 내분을 종용했다. 아예 노골적으로 “사내 정보를 내게 보고하라”며 프락치를 만들려는 움직임까지 보였다.


자신이 말을 하는 도중 의견을 내면 번번이 “왜 말을 자릅니까?”하며 발끈한다. 자신은 별 4개쯤 단 대장이고, 편집국원들은 “충성” “필승”하는 졸개들인 줄 아는가. 언론의 자유가 가장 잘 실현되어야 할 언론사에서 “내 말을 자르지 말라”는 시대착오적인 발언이 횡행하니 다들 귓병이 생길 지경이다. 고진현 국장의 모든 행동이 옳았다고 항변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최승욱 대표의 비뚤어진 리더십과 절차를 무시한 일방통행식 징계의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다.


유사한 사례가 발생했을 때 고진현 국장은 후배들에게까지 징계가 돌아가지 않도록 스스로 모든 징계를 떠안았다. 그 과정은 박건승 부회장 또한 소상히 알고 있다. 이번엔 정반대다. 최승욱 대표는 스스로 ‘선배’임을 자처하면서도 모든 책임을 후배에게 떠밀었다. 어느 쪽이 바람직한 선배의 모습인가. 리더십은 “나를 따르라”고 선언하는 것에게 비롯되지 않는다.


편집국원들은 주 28시간 단축 근무체제의 문제점을 끊임없이 지적했는데도 불구하고 사측은 강제로 시행했다. 전 대표는 뒷짐을 지고 방관했고 새 대표는 “제가 그런 것은 아니잖아요”라고 발뺌했다. 그리고는 설명 한번 없이 중단했다. 그로 인한 피해와 실체의 책임에 대해선 그 누구도 일언반구 말이 없다. 그런 경영진이 편집국장 징계는 전광석화같이 진행됐다. 그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불편부당하려면 휴업을 추진했던 장본인부터 징계에 부쳐야 한다.


최승욱 대표는 지난 9일 경영설명회에서 스포츠서울을 다시 부흥시키겠다는 일말의 진정성을 피력하며 “두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가 되겠다”는 고백도 했다. 자신의 말에 담긴 무게를 알기 바란다. 여기 있는 많은 직원들 모두가 누군가의 아버지고 어머니며 아들이고 딸이다. 생계를 떠나 신문 제작의 사명을 금과옥조로 여겼고, 회사 이름과 명예를 위해서는 기꺼이 몸을 던져왔다. 주 60시간이 넘는 살인적인 노동강도에도 오로지 신문을 위해 헌신했다.


취임 12일 만에 아무 대책도 없이 편집국장을 날리고, 편집국을 거대부서로 하겠다는 게 기껏 생각해낸 당신의 ‘스포츠서울 쇄신안’인가. 전통과 역사를 가진 회사에서 편집국원의 신뢰와 존경을 받으며 정공법으로 뭔가를 도모할 생각조차 못 한다는 데 절망감을 느낀다. 존경받고 싶으면 존중하라. 이것은 상식이다. 신문을, 편집국을, 그것을 만드는 기자들을 존중하지 않으면서 ‘충성’을 바라는 건 어불성설이다.


2021년 3월15일 편집국원 일동

박지은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