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LG 회장 고모회사 일감몰아주기 의혹

[제365회 이달의 기자상] 강나현 JTBC 탐사기획2팀 기자 / 경제보도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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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나현 JTBC 기자

“안타깝지만 법을 어긴 건 아니잖아.” LG 트윈타워 청소노동자 집단해고 사태를 취재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입니다. 원청이 계약을 끊으면 그만이고, 고용승계는 해주면 ‘감사할 일’이지 노동자가 ‘감히’ 요구할 수 없는 한국 사회에서 이 사태는 그저 안타깝지만 별 수 없는 일에 불과했습니다.


이상했습니다. 모두 법대로 했다는데, 그저 열심히 일한 누군가 억울함을 품은 채 생계의 위협에 내몰렸습니다. 이게 법을 잘 지켜 벌어진 일이라면 더 큰 문제 아닐까 싶었습니다.


노동자이면서 기업 논리에 자신을 맞춰온 이들은 “왜 떼 쓰냐”는 말을 뱉기 시작했습니다. 차디찬 칼바람보다 이 말들이 노동자들에겐 더 아팠습니다. 책임 없다던 LG의 말을 의심해봐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취재는 그때부터 LG를 향했습니다.


해당 청소 업체는 구광모 회장 고모 소유입니다. 오직 노동자 몸에 기대어 돈을 벌고, 한 해 수십억원 배당금을 챙겼습니다. 용역 계약서 입수로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보도 사흘 만에, LG는 업체 지분을 정리하겠다고 했습니다. 지난해 이 업체가 매출액(2019년) 절반 이상을 LG계열사를 통해 일군 사실도 뒤이어 드러났습니다. LG는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10년 넘게 청소를 잘해 계약했다던 LG는 이번엔 청소를 못해 계약을 끊었다 합니다. 달라진 건 하나입니다. 노동자가 노조를 만들어 부당함에 목소리를 냈다는 사실입니다. 사태가 아직 해결되지 못한 채 이 상을 받는 게 겸연쩍습니다. 앞으로 더 책임 있게 기자일 하라는 뜻으로 깊게 새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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