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인원 1000명 감축’을 골자로 한 직무 재설계를 다음달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내부 구성원들의 반대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KBS는 지난해 7월 발표한 경영혁신안의 후속 조치로 그해 말 직무 재설계 초안을 마련해 지난 1월 노조 설명회까지 마쳤다. 2025년 1월까지 국 15개, 부서 34개를 줄이고 인력도 약 1000명 감축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그러나 현장에 대한 정확한 이해나 소통 없이 단순 ‘인력 감축’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KBS 경영진이 최근 수신료 조정안을 이사회에 제출하며 약속한 공적 책무 확대 계획과 배치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과반노조인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지난 1월28일 직무 재설계안을 만든 혁신추진부를 상대로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자리를 마련했는데, 7시간에 걸쳐 나온 다양한 의견들의 결론은 ‘원점 재검토’였다. KBS본부가 지난달 조합원들을 상대로 시행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도 10명 가운데 7명(69.2%)이 직무 재설계안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실현 가능성이 낮다’(55.7%), ‘선택과 집중에 대한 원칙이 없다’(50%)는 점을 문제로 꼽았고, 논의 과정에 대해서도 ‘의견수렴 과정 부족’(77.1%), ‘비전 없음’(67.2%)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KBS본부는 직무 재설계안이 일방적이고 졸속으로 추진되는 것을 막겠다며 지난달 25일 피켓시위에 돌입, 8일 기준 12일째 이어오고 있다. 양승동 사장 체제 들어 KBS본부가 이처럼 물리적 반대 투쟁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KBS노동조합도 부서 통폐합과 직원 감축의 합당한 이유를 찾을 수 없다며 직무 재설계안 즉각 폐기와 양승동 사장 사퇴 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양승동 사장은 지난 2일 공사 창립 48주년 기념사를 통해 “3월 중으로 이사회 의결을 받게 되면 4월1일자로 시행할 계획”이라며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양 사장은 “직무재설계와 조직개편은 당연히 고통을 동반한다”면서 “하지만 회사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감내해야 하는 진통”이라고 말했다. 다만 “연이은 대규모 자연 퇴직으로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곳에는 신규 채용을 통해 충원하겠다”면서 “이번 채용은 예년 수준을 넘어서는 규모로 상반기 내에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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