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내 '젠더 균형 맞추기' 아직 멀었다

[컴퓨터를 켜며] 강아영 기자협회보 편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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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영 기자협회보 편집국 기자

지난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전국언론노동조합 성평등위원회가 ‘미디어를 위한 젠더 균형 가이드’를 발간했다. 세계신문협회가 펴낸 가이드의 번역본으로, 전 세계 50%를 여성이 차지하고 있는데 언론은 여전히 남성과 여성의 보도 균형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성 고정 관념과 성차별 사고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보도 주제뿐 아니라 뉴스 조직 안에서 여성과 남성을 동등하게 존중하자는 것이 보고서의 주요 내용이었다.


뉴스 조직 안에서 여성과 남성을 동등하게 존중하는 것이란 어떤 걸까. 책자에선 여성 바이라인 기사를 늘리고, 보도·편집 지휘 라인의 젠더 균형을 추구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여성 기자와 여성 편집·보도 책임자들이 많아져야 한다는 소리다. 궁금해졌다. 한국의 현실은 어떨까.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0 신문산업 실태조사’를 보니 성별 기자직 현황에서 남성 기자는 1만6929명(69.4%), 여성 기자는 7455명(30.6%)이었다. 남성 기자가 여성 기자의 2.3배였다. 예전보단 여성 기자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는 주장도 있어 전년 대비 증감률도 봤지만 전년 대비 남성 기자가 4.1% 줄어드는 동안 여성 기자는 12.8%나 줄었다는 사실만 확인했다. 오히려 사업체 규모가 클수록 남성 기자의 비중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보도·편집 지휘 라인은 어떨까. 2019년 말 한국여기자협회가 공개한 여성 기자 보직 현황 표를 보면 여성 기자는 국·실·본부장 급엔 6.9%, 부국장·부본부장·에디터 급엔 18.5%, 부장 급엔 14.6%만 차지하고 있었다. 편집국장 현황을 봐도 현재 경향 국민 동아 서울 세계 조선 중앙 한겨레 한국 9개 종합일간지 중 여성 편집국장은 안미현 서울신문 편집국장이 유일하다. 심지어 국민 동아 조선 한국은 아직까지 첫 여성 편집국장을 배출하지도 못 했다.


이런 주장을 할 때 쉽게 나오는 반응 중 하나는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보직에 앉혀야 하냐는 것이다. 실제 내부 반감도 많고, 막상 보직에 여성 기자를 앉힌 뒤에도 한 사람의 과오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확대돼 여성 간부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을 많이 봤다. 언론노조 성평등위원회와 권김현영 여성주의 연구자와의 좌담회에서도 이런 얘기가 나온다. “여성이 편집장을 하면 친구가 하나도 없어지고 외로워진다.” “여성이 주류 부서라 불리는 곳이나 부장, 국장 등 리더 그룹에 속하고자 하는 꿈을 말했을 때 욕심 많다고 평가받는다. 결국 여성은 주춤하면서 기회를 잃고 나중에 뉴스룸의 리더를 물색할 때 경력이 부족하다며 밀려나기도 한다.”


물론 여성 기자가 많아진다고, 여성 보도·편집 책임자가 많아진다고 단순히 뉴스룸에 젠더 의식이 함양된다거나 성 인지 감수성이 높아지진 않는다. 다만 여러 연구를 통해 중년 남성 간부 중심의 언론사 조직에서는 여성 관련 이슈를 중요하게 판단하지도 않고, 발제 단계서부터 조직 구성까지 그런 의사 결정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 이미 밝혀졌다. 여전히 뉴스에 성차별적, 여성 혐오적 시각이 반영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조직 내 성별 균형을 맞추는 건 시작점, 기본일 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 차원에서 젠더 문제에 관심을 두고 다양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점이다. 사주부터 평기자까지 정기적인 젠더 교육, 젠더 균형 스타일 가이드·여성 전문가 자료집 제작 등을 당연하게 생각해야 한다. 독자들의 젠더 감수성이 민감해진 오늘날, 기성 언론이 독자 수준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더욱 도태될 수밖에 없는 건 이제 두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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