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에도 견고했던 '여성기자 유리벽'… 성차별·편견 맞선 목소리들

[저널리즘 타임머신] (56) 기자협회보 2002년 3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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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언론계에 여풍이 불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편으론 21세기에도 여기자에게 ‘첫’이라는 타이틀이 붙어야 하는 현실은 여기자가 무엇을 하기에 아직도 어려움이 있음을 웅변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기자협회보는 2002년 3월6일자 <아직도 높은 편견의 벽…그래도 ‘여풍’은 분다>는 기사에 이 같이 적었다. 권태선 한겨레 민권사회1부장, 김경희 일간스포츠 편집국장, 성숙희 경남일보 문화특집부장, 최춘애 KBS 경제부장 등 지금보다 훨씬 더 공고했던 언론계 ‘유리벽’에 균열을 내온 여성기자들의 목소리, 그들이 겪어온 이야기가 담겼다. 3월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나온 기사였다.

 

기사에 따르면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여성기자들은 경찰기자를 하지 않고 곧바로 문화부 등에 배치됐다. 90년대 초까지 KBS에선 남성기자들만 숙직근무를 했다. 똑같이 기자로서 근무하게 해달라는 여성기자들의 투쟁이 잇따랐다. 기자협회보는 “‘기자’라는 일상 업무를 수행하는 것 자체가 ‘힘겨운 투쟁’이었던 셈”이라며 “균등한 경험의 기회가 차단되면서 여기자들은 결국 승진에서도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낳으면 관둬야 하는 분위기, “육아와 일을 병행해야 하는 ‘악조건’”이 이전 시대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비판, “남자보다 두배 이상은 노력해야” 동등하게 평가받는다는 고충도 담겼다.


‘여풍’이 분다지만 성별에 따른 구조화된 차별, 편견이 여전함을 지적한 당시 기사는 ‘승진과 부서 배치 ‘유리벽’’, ‘결혼과 출산 그리고 육아’, ‘두배 세배 잘해야 겨우 인정’ 등 파트로 나뉘어 기록됐다. 지난 8일 2021년 세계 여성의 날을 지나친 현재 여성기자들도 이 같은 고충에서 완전히 벗어나진 못했다. 1977년 중앙언론 첫 여성기자 공채 출신 최춘애 KBS 경제부장은 당시 기자협회보에 “후배들을 보면 마음이 든든하다”고 했다. 먼저 그 길을 걸었던 이들로 인해 아무튼 우리 사회는 조금 더 나아갔다. 다만 갈 길은 멀고 더 나아갈 몫은 지금 여기의 우리에게 남아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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