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다음 달 구독형 유료 뉴스 서비스를 오픈할 예정이다. 입점 제안을 받은 언론사들은 참여 여부와 콘텐츠 주제를 고민하는 한편 뉴스 유료화마저 네이버에 종속될까 우려하고 있다.
기자협회보 취재를 종합하면 네이버는 ‘유료 구독형 지식 콘텐츠 플랫폼’ 베타서비스를 다음 달 23일 시작하기로 하고 여러 언론사 관계자와 만나고 있다. 현재 네이버가 참여를 제안한 언론사는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신문, 머니투데이, 한국경제신문 등을 포함한 신문사 10곳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는 서비스 오픈을 앞두고 언론사들에 이달까지 참여 여부, 유료 제공 콘텐츠 주제를 회신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기성언론사가 아닌 전문 콘텐츠 창작자 10팀도 플랫폼에 입점한다. 네이버 관계자는 “유료 구독 플랫폼은 언론사와 콘텐츠 창작자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유료화 툴로 구상 중이기 때문에 특정 언론사만을 위한 서비스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유료 구독 플랫폼 준비 사실을 알리며 “다양한 형태의 (유료 콘텐츠) 실험이 가능하도록 결제 수단 방식, 알림, 툴을 제공하려 한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이번 베타서비스에선 텍스트 중심(영상‧오디오 삽입)으로 콘텐츠를 구성하고, 결제는 콘텐츠 건당 결제와 언론사‧창작자별 월간 구독 결제 방식을 준비 중이다.
네이버의 ‘선택’을 받은 언론사들은 갸웃한 표정이다. 입점을 결정하더라도 당장 다음 달부터 추가 인력을 투입해 기존 기사가 아닌 ‘돈 되는 콘텐츠’를 생산해야 한다는 데 부담이 크다. 이미 입점을 확정한 언론사들은 경제, 주식, 부동산, 재테크 등 상대적으로 유료 결제 수요가 높은 주제를 선정했지만 이마저도 성공을 확신하기 어렵다. 입점을 제안받은 A 언론사의 관계자는 “네이버 모바일 언론사편집판 메인 화면에서 언론사홈으로 들어오는 비율이 5%도 안 되는데 실제 결제까지 얼마나 이뤄지겠느냐”며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네이버 플랫폼의 성패를 떠나 근본적인 문제는 더 깊어지는 포털 종속이다. 네이버에 이어 오는 6월 카카오도 현재 운영 중인 구독 서비스에 유료화가 가능한 뉴스 콘텐츠를 추가할 예정이다. 뉴스 유료화를 지상 과제로 여겨온 언론사들은 제대로 된 준비 없이 포털에 떠밀려 유료화 시장에 나서는 셈이다. B 언론사 관계자는 “언론사는 유료 구독 모델을 원하지만 자체적으로 구현하기엔 아직 한계가 있다. 포털이 그걸 알고 제안한 것”이라며 “유료화 시스템을 포털에 넘기면 언론사는 주도권을 상실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우려에도 이들 언론사 대부분은 입점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포털이 새로운 뉴스 서비스를 내놓을 때마다 논란이 일었지만 현실적으로 반기를 드는 곳은 없었다. C 언론사 관계자는 “유료 구독 플랫폼 입점에 부정적인 시각이 많지만 남들이 들어간다는데 우리만 빠질 순 없다는 분위기”라며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입점 여부를 논의 중인 한국일보의 김주성 디지털전략팀장은 각 언론사가 분위기에 휩쓸려 결정하기보다 ‘전체 언론사 대 포털’의 관점으로 이번 사안을 짚어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팀장은 “포털 뉴스 서비스가 변해온 과정을 보면 포털 목소리에 언론사들은 크게 휘청했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서로 눈치 보다가 포털에 종속되는 것보다 언론사 경영진, 발행인, 신문협회 차원에서 TF를 구성하거나 언론사들이 모여 공동의 목소리를 내는 방향을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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