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조심하고 방역수칙도 잘 지켰다고 생각했다. 지난 1년간 보건소나 선별진료소같이 코로나19와 관련된 현장을 취재하러 다니면서도 “위험하지만 조심하면 된다”고 여겼다. 그래서 지난 1월15일, 코로나19 확진자와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을 때 “충격 비슷한 걸” 느꼈다. 임열수 경인일보 사진부장은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코로나19에 노출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다행히 감염은 되지 않았지만, 방역지침상 자가격리는 피할 수 없었다. 문제는 가족이었다. 화장실 딸린 방에서 따로 격리 생활을 해야 하는데, 그러면 가족들의 활동이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짐을 싸서 서울 남산 자락 아래 게스트하우스를 구해 격리에 들어갔다. 원래 외국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곳인데, 코로나19 시국이라 자가격리 전용 숙소로 제공하는 듯했다. 침대 매트리스가 놓인 1.5평의 공간은 비좁고 꿉꿉한 냄새마저 났다. 그곳에서 11일간 생활한 기록을 임 부장은 지난 1월28일자 경인일보 2면 머리기사로 남겼다. 그는 “현장을 누비는 사진기자가 오랜 기간 숙소에서만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사실은 ‘고통’ 그 자체였다”고 썼다. “확진자 같은 경우 더 하겠지만, 그런(감염) 위험이 상시 도사리고 있다는 걸 직접 체험하니 황당하고 답답했죠. 지금 생각해보면 편하게 지내거나 뭐라도 할 수 있었을 거 같은데, 막상 있다 보니 잘 안 되더라고요. 시간도 잘 안 가고요. 필요하면 정신 상담을 받으라고 문자도 오더군요. 심심해서 한 번 해볼까 생각도 했어요.”
잘 쓰지 않던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추가로 설치해 각종 음식을 배달해 먹고, 새벽배송 서비스도 처음 이용하며 코로나19가 가져온 생활의 많은 변화를 몸소 체험하기도 했다. 자가격리 이전보다 더 경각심을 갖고 조심하게 된 것도 변화라면 변화다. 그는 “예전에는 무심히 지나쳤던 부분까지도 개인 방역이나 개인위생에 더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자가격리 중엔 어쩔 수 없이 재택근무를 했지만, 이후로는 다시 회사로 출퇴근하면서 데스크와 사진기자의 업무를 병행 중이다. 아침 회의와 오후 회의 사이에 시간을 내서 취재하고, 주말을 이용해 기획이나 스토리 사진을 촬영하곤 한다. 그렇게 해서 작년 한 해 동안만 해도 한국사진기자협회에서 주는 ‘이달의 보도사진상’을 세 번 수상했다. 이렇게 소중한 일상이 언제든 멈춰 서고 단절될 수 있다는 걸,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시간을 겪어본 그는 이제 안다. “특히 사진 기자들은 현장에 많이 가잖아요. 병원 취재도 가고 선별진료소도 가고 위험에 많이 노출돼 있는데. 그렇다고 일을 안 할 순 없죠. 현장을 기록해야 하니까. 다만 스스로도, 주위 사람들에게도 더 조심했으면 해요. 내 주변에서 언제든지 확진자가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기본적인 방역수칙을 잘 지켜야 본인도 지키고 주변 사람도 지킬 수 있으니까요.”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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