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한 어머니는 몇 달간 집에 방치됐고, 장애인 아들은 노숙을 한다.’ 믿기 힘든 제보를 전해 듣고 찾아간 주택 입구에는 주인 없는 우편물이 가득했습니다. 건강보험료 미납 통지서가 눈에 띄었습니다. 약 100개월간 체납된 건보료, 장기요양 보험료만 563만750원. 방배동 모자가 비극에 직면하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의아했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의 죽음은 수개월 동안 파악되지 않았고, 30대 중반인 아들의 장애 여부는 아무도 알지 못했습니다. 공과금이 연달아 체납돼도 위기 가구로 지정되지도 않았습니다.
보도로 문제를 널리 알리는 게 목적이지만, 그보다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길 바랐습니다. ‘복지 사각지대’라는 말로 넘기지 않고,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를 조명하고 싶었습니다. 개인적인 일이라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유족들이 취재를 허락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단순 고독사 보도는 사건팀이 합심해 한 편의 기획이 되었습니다. 사례를 넓혀 장애인 등록의 높은 문턱과 부양의무자 기준 논란, 재건축 지역의 소외를 짚었습니다. 비극의 이면에서 남몰래 남들을 돕던 평범한 이웃들도 조명했습니다.
한국식 복지는 ‘정말로 어려운 이’보다 ‘어려움을 더 잘 드러내는 사람’을 먼저 찾아가는 게 현실입니다. 취약가구가 끝없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송파구, 관악구 그리고 방배동. 보도가 촉발한 법과 제도의 변화가 또 다른 비극을 막는 출발점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한국일보 사회부 선배·동료들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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