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밤에 일하는 이들에겐 가혹하지만 야간 서비스를 누리기엔 최적의 국가다. 자기 전 스마트폰 주문 한 번이면 다음날 아침 현관문 앞에서 주문 상품을 받아 볼 수 있고, 새벽 시간에도 배달음식을 시키면 언제든 원하는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잠을 자야 하는 시간에 이뤄지는 노동이 당연하게 여겨지니 노동환경의 위험성도 부각되지 않는다. 적어도 지금 한국 사회에서는 그렇다.
서울신문이 데이터로 확인한 2020년 상반기 산재로 사망한 야간노동자 148명은 대한민국 사회가 야간노동의 위험성에 얼마나 무감각한지 보여주는 수치다. 취재로 확인한 결과 같은 기간 전체 산재 사망자 중 야간노동자 비율 13.4%는 전체 노동자 중 야간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율인 10.2%보다 3.1%포인트 높다. 이들은 인력부족을 이유로 2인 1조 작업규정을 어기고 혼자서 야간 순찰에 투입돼 집수정(하수관)에 빠져 목숨을 잃거나 겨우 하루 3시간 잠을 자고 일하다 주상복합건물의 방재실 간이침대에서 숨을 거뒀다. 모두 규정을 지켰거나 안전점검만 제대로 됐어도 막을 수 있는 죽음이었다. 유럽 대부분 국가에서는 밤 9시면 거리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는다. 국민도 이를 당연히 여긴다. 구성원 모두가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받기 위해선 조금의 불편함은 감수해야 한다는 일종의 사회적 합의다. 달빛노동 리포트가 우리 사회에 야간노동에 대한 위험성을 조금이라도 알린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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