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한 ‘제52회 한국기자상’ 시상식이 1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이번 시상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지침 준수를 위해 수상자와 가족 등 인원을 제한해 개최됐다.
이번 한국기자상 심사엔 총 101건의 후보작이 올라 이 가운데 2편의 대상을 포함, 2020년을 대표하는 수상작 11편이 선정됐다. 김동훈 한국기자협회 회장은 “아쉽게도 올해는 코로나19 방역 지침 관계로 많은 분들을 모시지 못했지만 두 건의 대상작을 비롯해 9건의 부문별 수상작들을 보면 내용면에서는 그 어느 해 못지않은 품격 높은 시상식이 아닐까 생각된다”며 “수상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운 언론 환경 속에서도 치열한 기자정신과 사명감으로 언론의 본령을 잊지 않고 땀과 열정으로 언론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 우리 사회를 비추는 등불이 되었다”고 격려했다.
4년 만의 대상…한겨레신문과 국민일보의 <n번방 사건과 그 후>
특히 올해는 지난 2016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보도’로 TV조선과 한겨레신문, JTBC가 공동 수상한 이후 4년 만에 대상이 나왔다. 한겨레신문과 국민일보의 <n번방 사건과 그 후> 보도가 그 주인공이다. 심사위원회는 “두 언론사 취재진이 장기간의 추적 끝에 범죄의 실상을 폭로해 국민의 공분을 일으켰다”며 “이는 경찰의 수사와 용의자 검거로 이어졌으며, 피해자 보호와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변화까지 뒤따랐다”고 호평했다.
이어 “심사위원회는 두 매체의 보도가 우열을 가리기 힘들 뿐 아니라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면서도 사실상 협업의 결과를 이뤄냈다고 보고 공동 수상을 결정했다”며 “보도의 단초를 제공하고 취재와 수사 과정에서 크게 기여한 ‘추적단 불꽃’ 대학생 2명의 활약을 특별히 언급할 필요가 있다는 데도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가장 뜨거운 경합이 펼쳐진 취재보도부문에선 택배 노동자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고발함으로써 사회적 논의의 장을 마련한 JTBC의 <택배노동자 과로사 추정 사망>보도가 선정됐다. 심사위는 “택배 노동자의 열악한 근로 환경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비슷한 유형의 보도도 줄을 이었으나 여론의 반향이 가장 크고 사회적 논의의 장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JTBC 보도가) 2020년을 결산하는 취재보도부문 수상작으로 손색이 없다”고 평가했다.
경제보도부문에선 서울신문의 <2020 부동산 대해부-계급이 된 집>이 선정됐다. 심사위는 “문재인 정부를 가장 곤혹스럽게 만든 부동산 문제에 관해서는 그동안 숱한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며 “이 가운데서도 서울신문의 보도는 서울 강남3구의 초고가 아파트 10개 단지의 등기부등본 8000건, 1급 이상 고위공직자 787명의 재산 목록, 지난 20년간 사회간접자본 예비타당성 조사 사례 370건을 분석해 단연 돋보였다”고 호평했다.
기획보도부문에선 경향신문의 <검찰·법무부 ‘비공개 내규’를 공개합니다> 보도와 KBS의 <존엄한 노후, 가능한가> 보도가 나란히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심사위는 각각의 보도에 대해 “검찰과 법무부의 비밀주의 관행을 깨뜨려 국민의 기본권 확보에 이바지했다” “요양병원의 약물 오·남용과 식비 착복 실태 등을 고발했다”며 역작이라고 평가했다.
지역에서도 2편 선정…전문보도에선 수상작 3편 나와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선 경인일보의 <화재 참변 인천 초등생 형제> 보도가 선정됐다. 심사위는 “코로나 사태로 학교에 가지 않은 아이들만 집에 있다가 당한 사고라는 점에 주목함으로써 짤막한 1회성 기사로 끝날 수도 있는 사안을 국민적 관심사로 부각했다”고 심사평을 내놨다. 지역 기획보도부문 수상작인 KBS광주의 <‘농민 없는’ 농업법인...특혜로 키운 불법 온상> 보도에 대해서도 “투철한 기자정신과 치밀한 확인 취재로 뿌리 깊은 부패 구조를 파헤친 수작이었다”고 평했다.
이번 한국기자상에선 전문보도 중 사진보도부문과 온라인부문에서 총 3개의 수상작이 나왔다. 사진보도부문에선 개성공단의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장면을 남측 언론사 기자로는 유일하게 담은 국민일보의 <폭파된 남북화해의 상징> 보도가 선정됐다. 심사위는 이 보도에 대해 “끈질긴 노력과 기민한 감각으로 이뤄낸 수작이었다”고 밝혔다.
온라인부문에선 SBS의 <털어봤다! 동네의회-업무추진비 편> 보도와 부산일보의 <살아남은 형제들> 보도가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심사위는 “시민 감시가 소홀한 기초의회의 업무추진비 사용 실태를 빅데이터로 분석해 돋보였다” “33년 만에 형제복지원 감금 피해자 33인의 증언을 인터랙티브 동영상으로 소개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선양특파원으로 재직 당시 순직한 故 조계창 기자를 기리기 위해 2010년 한국기자협회와 연합뉴스가 공동으로 제정해 올해로 11회째를 맞은 ‘조계창 국제보도상’ 수상작에는 연합뉴스의 <베를린 소녀상 설치와 철거 명령 논란>이 뽑혀 이날 함께 시상식을 진행했다. 심사위는 “국제적 쟁점으로 비화한 소녀상 논란을 민족 감정 차원이 아니라 인류 보편적 인권 문제로 접근함으로써 현지 시민사회의 성숙한 해결 노력해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방역 관련 뉴스에 머물지 않고 권력 감시, 사회 부조리 고발하려 노력해"
이희용 심사위원장(전 연합뉴스)은 “2020년은 코로나19가 인류의 일상을 온통 뒤바꿔놓은 해였다. 국내에서도 코로나는 모든 이슈를 집어삼켰고, 기자들은 감염의 공포를 무릅쓴 채 현장으로 달려갔다”며 “기자들의 관심은 방역 관련 뉴스에만 머물지 않았다. 비대면·비접촉이 뉴노멀로 자리 잡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 시스템이 무너지지 않도록 음지에서 애쓴 택배 노동자들의 눈물에 주목하는가 하면,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의 한숨과 어린이들의 울음소리를 전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권력을 감시하고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려는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고 격려했다.
한편 한국기자상은 1967년 뛰어난 보도활동과 민주언론 창달에 뚜렷한 공적이 있는 기자를 격려하기 위해 제정됐다. 중견 언론인, 언론학자, 변호사 등 각계 18명으로 구성된 심사위가 엄격하고 공정한 심사를 거쳐 선정하며, 전통과 권위 등 여려 면에서 명실상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언론상으로 평가받는다.
이하 제52회 한국기자상(2020년) 수상작.
◇대상
△한겨레신문 김완·오연서 기자 <n번방 사건과 그 후>
△국민일보 특별취재팀(박민지·황윤태·김지애·정우진·송경모·강보현·정현수 기자) <n번방 추적기>
◇취재보도부문
△JTBC 기동이슈팀 박준우·조소희·이예원·김지성·여도현 기자 <택배노동자 과로사 추정 사망>
◇경제보도부문
△서울신문 경제부(김동현·임주형·하종훈·장은석·홍인기·강윤혁·나상현 기자) <2020 부동산 대해부-계급이 된 집>
◇기획보도부문
△경향신문 사회부 윤지원·허진무 기자 <검찰·법무부 ‘비공개 내규’를 공개합니다>
△KBS 시사제작2부 홍혜림 기자, 영상취재2부 왕인흡 기자, 문화복지부 우한솔 기자, 사회부 전현우 기자 <존엄한 노후, 가능한가>
◇지역 취재보도부문
△경인일보 사진부 조재현 기자, 사회부 공승배·박현주 기자 <화재 참변 인천 초등생 형제>
◇지역 기획보도부문
△KBS광주 탐사팀 김효신·유승용 기자, 보도국 이승준·신한비 기자 <‘농민 없는’ 농업법인...특혜로 키운 불법 온상>
◇전문보도부문(사진보도 부문)
△국민일보 사진부 최현규 기자 <폭파된 남북화해의 상징>
◇전문보도부문(온라인 부문)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 심영구·배여운·정혜경·배정훈 기자 <털어봤다! 동네의회 – 업무추진비 편>
△부산일보 디지털센터 이대진·이승훈 기자 <살아남은 형제들>
※ 제11회 조계창 국제보도상
△연합뉴스 국제뉴스부 이광빈 기자 <베를린 소녀상 설치와 철거 명령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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