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매립지 '종료 카드' 쥔 인천시 앞엔… '수습'이란 큰 산이 남았다"

[지역 속으로 / 김은희 인천일보 기자] 인천 '수도권 매립지' 취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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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 인천일보 기자

▲김은희 인천일보 기자

출퇴근 일주일째 쓰레기로 뒤덮인 산이 집 앞에 우뚝 서 있다. 이사를 끝낸 주민들이 스티로폼, 플라스틱, 책장, 전자제품까지 갖가지 쓰레기를 계속 내놓는 참이다. 옆에서 폐상자를 정리하던 경비원이 흘끗 보더니 중얼거렸다. “관리사무소 가서 한 마디라도 해줘요, 그래야 다 수거해가지.”


누구든 한 번쯤 생각해봤을 테다. 저 많은 쓰레기는 과연 어디로 갈까. 전날 편의점에서 무심코 받아온 비닐봉지가 땅속에 묻혀 500년간 썩기만을 기다리는 것은 아닌지, 쓰레기통에 던져넣은 일회용 물티슈가 인천 앞바다에 둥둥 떠 있는 것은 아닐지. 상상 속 결말은 늘 최악의 수를 택한다. 분리수거를 하면서 스스로 잘하고 있다고 마음먹는 게 가장 속 편한 일이다.


하지만 실제는 상상보다 더하다. 수도권 2600만 주민들이 배출하는 생활 쓰레기 일부는 고스란히 인천 땅에 묻힌다. 수도권 전역의 쓰레기를 빨아들인다고 해서 소위 ‘블랙홀’이라 불리는 수도권매립지다. 이곳엔 주민들이 묶어 내놓은 종량제 봉투가 그대로 땅에 묻히고 있다.


수도권매립지엔 지난 1992년부터 인천 9개 군·구를 비롯해 경기도 30개 시·군, 서울 25개 구의 폐기물이 반입되고 있다. 지난 한 해 수도권매립지에 반입된 폐기물량은 299만5118t인데 여기서 주민들이 배출한 생활폐기물 양은 74만8228t(24.3%)이다. 사업장폐기물이 129만3340t(43.2%)으로 가장 많고, 건설폐기물도 52만5424t(17.5%) 규모를 차지한다. 단일 특·광역시 기준 최다 인구가 거주하는 서울시를 살펴보면, 지난 2018년 하루 평균 25개 구에서 발생하는 생활폐기물 8587t 가운데 840t가량이 수도권매립지로 직행했다. 무려 29.3% 비율이다. 서울시민이 내놓은 종량제 봉투 3개 가운데 하나씩은 봉투째로 인천 땅속에 묻혀 썩기를 기다린다는 의미다. 누군가 분리수거했음에도 재활용되지 못한 폐기물도 수도권매립지행 차량에 탑승하게 된다.


수도권 64개 기초지자체에서 반입된 쓰레기들이 인천시 서구에 위치한 수도권매립지에 들어오는 모습. /연합뉴스

▲수도권 64개 기초지자체에서 반입된 쓰레기들이 인천시 서구에 위치한 수도권매립지에 들어오는 모습. /연합뉴스


이렇게 쓰레기가 묻힌 땅이 평범해지는 데만 수십 년이 걸린다. 수도권매립지는 ‘안정화’라 불리는 후속 절차에 따라 관리되는데, 부패한 폐기물에서 발생하는 매립가스(LFG)를 자원화하고 침출수를 별도 시설로 보내 재처리하는 과정 등을 통칭한다. 앞서 2000년 폐기물 6400만t이 묻힌 수도권매립지 제1매립장 위엔 골프장이 들어서 있으나 여전히 지반 침하에 따른 보수 작업은 현재 진행형이다. 제1매립장은 지난해 법적 사후기간이 종료됐음에도 안정화 지표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서 관리기한이 늘어났고 1000억원 넘게 관리비용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다.


결국 민선7기 인천시는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지난해 10월 기자회견을 열고 “쓰레기 발생지 처리원칙에 충실한 환경정의 구현을 위해, 아이들에게 녹색환경을 물려주기 위해 인천이 자원순환 정책 대전환을 시작한다”며 “서울과 경기에도 쓰레기를 처리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인천은 수도권매립지를 대신할 독자적인 매립지 조성에 나섰다. 지역에서 발생한 폐기물을 최대한 소각하고, 소각재와 타지 않는 불연성 폐기물만을 묻는 자체매립지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이는 일본·스위스·독일 등 선진국에서 적용되는 폐기물 처리 방식인데 국내에선 ‘혐오시설’로 분류되는 폐기물 처리시설이 입지 선정부터 주민 갈등을 불러일으키며 거의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다. 인천만 해도 국제도시인 청라·송도 등 2곳에 소각시설이 만들어진 지 20년이 흘렀으나 주민 반대로 현대화 등 보수 작업은 이뤄지지 못했다. 지난 2019년엔 비상정지 사고만 13차례 벌어지며 연간 소각장 가동 기간은 평균 286.5일에 그쳤다.


정책 발표 이후 인천 내부에서도 신규 폐기물 처리시설 건립을 두고 찬반 갈등이 이어지는 중이다. 인천 환경단체의 지지가 이어지는 가운데 예비후보지로 지목된 지역에선 플래카드를 내걸고 시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일부 기초단체장은 단식 투쟁에 나서면서까지 정책 철회를 요구했고, 서울·경기와 환경부도 인천 발표에 덩달아 바빠진 모습이다. 지난 2015년 인천시와 맺은 4자 합의에 따라 부랴부랴 수도권매립지를 대신할 대체매립지 공모에 나선 것이다. 말 그대로 ‘시계제로(視界zero)’다. 내·외부 혼란 속에서도 수도권매립지 종료 카드를 붙들고 있는 인천시 앞엔 ‘수습’이란 큰 산이 남았다.


# ‘지역 속으로’는 지역의 여러 이슈와 지역민의 삶을 차별화된 시각으로 다룬 지역기자들의 취재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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