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비리·부조리... 지역언론 고사하면 누가 감시하나

[코로나19와 지역기자들] 지역 밀착 취재하지만… 재정부터 인력까지 더 극심해진 생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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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11년차 기자였던 도성진 대구MBC 기자는 고민이 많았다. 열심히 취재한 내용을 TV나 라디오로 내보내도 사회에 끼치는 영향은 미미해 보였고 공허한 울림이 된 것만 같았다. 사람들이 봐주지 않으면 열심히 만든 뉴스의 의미가 없어지는 것 같아 페이스북을 열심히 해보기도 했지만, 큰 성과가 없어 기자 생활을 계속할 수 있을지 근본적인 물음이 나오던 때였다. 그 때 본 것이 뉴욕타임스의 혁신보고서였다. 도 기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뉴욕타임스조차 뉴미디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회사가 망한다는 각오로 총체적인 혁신을 준비하고 있는 데 큰 충격을 받았다. 지역MBC는 어떤 노력을 하는지, 그에 앞서 자신은 또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의문이 들며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일러스트=김성규

▲일러스트=김성규


노트북을 사서 ‘포토샵’을 공부하고 카드뉴스를 만드는 등 스스로를 디지털 환경에 적응시키려 노력한 때가 그 즈음이었다. 동영상 촬영·편집은 물론 카카오·페이스북·유튜브 채널을 만들고 운영하며 뉴미디어 쪽에 깊숙이 발을 담갔고 회사에도 관련 요구를 지속적으로 했다. 덕분에 여러 팀이 만들어지고 해산된 끝에 2019년, 보도국 산하에 디지털미디어팀이 만들어졌고 어느덧 팀장도 맡게 됐다.


다른 지역 언론사에 비해선 나았지만 인력이든 재정이든 객관적인 상황은 열악했다. 정규직은 그 하나였고, 사무공간도 열악해 보도국 한쪽 귀퉁이에서 도 기자는 5~6명의 인턴을 다독이며 함께 콘텐츠를 만들어갔다. 다행히 팀원들 간 끈끈한 유대관계가 이어지며 좋은 결과물들이 나왔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구를 덮쳤을 땐 두 달 넘게 유튜브로 대구시 브리핑을 실시간 중계하고, 대구시의 신천지 대처와 방역의 미진함을 지적하는 영상을 확산시키기도 했다. 팀 자체적으로 운영한 SNS를 통해 시시각각 변하는 응급실 정보 등도 제공했다. 덕분에 지난해 5월 도 기자는 코로나 참상에서 대구시민의 불안감을 해결하고 대구시를 감시하는 역할을 잘 해냈다며 ‘이달의 기자상’을 받았다.     


# 지역 감시를 활발히 수행해 사안을 전국적으로 공론화시킨 사례는 또 있다. 이무헌 강원일보 기자는 지난해 5월 초 “반환미군기지에서 유전이 발견됐다는데? 빨리 취재해 봐”라는 문화체육부장의 농담 섞인 말에 본격적인 취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춘천의 반환미군기지인 캠프페이지 부지에서 시민복합문화 공간 조성을 위한 문화재 발굴 도중 지하 2~3m 아래 석유 냄새가 진동하는 토양층이 발견됐다는 소식이었다. 2005년 미국으로부터 반환받을 당시 심각한 오염도를 보였기에 문화재발굴조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던 만큼, 강원일보는 문화부와 사회부, 사진부의 공조 아래 즉각적으로 전담 취재팀을 구성했고 지속적인 현장 확인은 물론 관련 자료 확보와 전문가 인터뷰를 착실히 진행했다.


이 기자는 “한 달 대부분을 취재하면서 총 31개 지면에 걸쳐 이 문제를 충실히 다뤘다”며 “그동안 미군기지 이전 이후 부실정화의 근거를 찾아내 공론화 한 매체는 없었던 데다, 서울 용산 미군기지의 반환을 앞두고 시사하는 바가 워낙 크다 보니 중앙 언론에서의 관심이 특히 높았다. 실제 첫 기사 게재 이후 한 달 가까이 중앙지와 지역지를 가리지 않고 100건이 넘는 관련기사들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이 기사 역시 개발과 환경 사이에서 고민하는 지역 언론에 바람직한 사례를 만들었다며 지난해 6월 ‘이달의 기자상’을 받았다.  


두 사례처럼 지역의 각종 비리와 재정 누수, 사회 문제는 중앙 언론에선 다루기 힘든 사안이다. 중앙 언론에서 지역 뉴스는 사건·사고, 날씨 정도로만 소비되기에 지역민과 밀착 호흡하며 그들의 입장에서 애환을 전달하는 지역 언론의 존재감은 더욱 소중하다. 열악한 재정 여건으로 감시의 날이 무뎌져 ‘무용론’까지 나올 정도로 안팎의 비판을 받고 있지만, 지역 언론이 고사해 지역 권력을 제대로 감시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면 그 피해는 오롯이 지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지난해 코로나19는 예외 없이 지역에도 번졌고 지역 언론의 살림살이는 더욱 팍팍해졌다.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은 강원일보조차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이 기자는 “입사 19년차인데 독자 고령화 등에 대한 불안감이 많아 요즘 그 어느 때보다 신문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며 “그 전이 할당 개념이었다면 지금은 생존의 문제로 여기고 전 사원이 절박하게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MBC도 마찬가지다. 도 기자는 “모바일에 역전돼 TV 광고가 원래부터 심각하게 줄고 있던 상황이었고, 코바코 광고로는 인건비도 충당하지 못한 지 몇 년 됐다. 그런데 코로나19까지 확산하자 대부분의 지역 MBC들이 수십억 적자가 났고, 대구MBC도 지난해 70억원 적자를 봤다”며 “이런 상태로는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몰라 공포심이 있다. 보도국 기자들은 자본과 권력에서 자유로워야 하는데 당장 충북MBC처럼 휴업하는 곳들도 있으니, 옛날처럼 오롯이 기자 정신이나 저널리즘의 가치에 집중하기 힘든 여건이 됐다”고 말했다.


생존을 위해 최근 지역 언론사들은 지자체나 지역 기업들의 광고와 협찬에 기댔던 수익모델에서 벗어나 라이브 커머스, 웨비나 등 그동안 시도해지 못 했던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 사업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다만 코로나19로 열악한 여건 아래 정부의 적절한 지원·보완책이 없다면 이런 시도들은 쉽사리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지역 기자들은 한 목소리로 우려했다.


강아영·최승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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