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사장 임명동의제 폐기 요구에 구성원들 반발

SBS 사측 "노조가 합의 어겨"
SBS 직능단체 공동 성명 "임명동의제 폐지 움직임 좌시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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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박정훈 SBS 사장(왼쪽)과 윤창현 전국언론노조 SBS본부장이 SBS 사장 등 최고책임자에 대한 직원들의 임명동의제 시행을 약속한 '10·13 합의'를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장 임명동의제는 방송사상 처음으로 도입됐다. (사진=언론노조 SBS본부)

▲지난 2017년 박정훈 SBS 사장(왼쪽)과 윤창현 전국언론노조 SBS본부장이 SBS 사장 등 최고책임자에 대한 직원들의 임명동의제 시행을 약속한 '10·13 합의'를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장 임명동의제는 방송사상 처음으로 도입됐다. (사진=언론노조 SBS본부)


방송사상 최초로 도입된 SBS 사장 임명동의제가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사측은 노조가 원인을 제공했다는 입장인데, 구성원들은 이에 반발하며 폐지 요구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SBS 사측은 지난달 22일 사내 알림글에서 "지난 18일 노조에 전달한 회사측 단체협약 개정안에는 '윤창현 노조위원장의 일방적 10·13 합의 파기에 따른 임명동의제 원인무효'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SBS 노사는 지난 2017년 사장과 편성, 시사교양, 보도부문 최고책임자에 대한 직원들의 임명동의제 실시에 합의했다. 이 합의는 사장을 임명할 때 SBS 재적 인원의 60% 이상이 반대하면 임명을 철회하는 제도다. 또 편성, 시사교양 최고 책임자는 각 부문인원의 60%가 반대할 경우, 보도부문 최고책임자는 50%가 반대하면 임명할 수 없다. 체결 날짜에 따라 '10·13 합의'로 불린다. 사측은 올해 임협 개정을 앞두고 이 합의안 가운데 임명동의제를 폐기하자고 요구한 것이다.

SBS 사측은 "10·13 합의의 핵심 내용 중에는 그동안 노조가 회사의 경영진을 상대로 해온 일방적인 비난을 멈추고 그 내용에 대해 법적 대응이나 유출을 하지 않는다는 약속이 포함돼 있다"며 "그러나 합의 당사자인 윤 위원장은 2019년부터 4차례에 걸쳐 대주주와 사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했다. 노조의 고발행위가 임명동의제의 뿌리인 10·13 합의를 파기했으니 해당 조항을 삭제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사측 입장에 반박했다. SBS본부는 지난달 27일 "모든 갈등의 발단은 대주주와 경영진의 '소유·경영 분리 원칙' 파괴였다. 고발의 출발점이었다"며 "사측은 임명동의제라는 대의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 절차 문제를 지렛대 삼아 임명동의제를 파기해야 한다는 건 궁색한 핑계일 뿐 저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SBS 직능단체들도 사측의 임명동의제 폐기 요구를 비판했다. SBS 기술인협회, 기자협회, 방송촬영인협회, 아나운서협회, 영상기자협회, PD협회는 지난달 29일 공동 성명을 내고 "임명동의제는 단순한 찬반 투표가 아니다. 권력에 의해 좌지우지됐던 과거의 허물을 벗고 방송 공정성과 독립성을 담보하겠다는 시청자와의 약속"이라며 "폐기 시도를 지금이라도 철회하라"고 했다.

직능단체들은 성명에서 "사측은 '10.13 합의 파기'를 그 근거로 대고 있지만 이는 노사 간 정치적 쟁점일 뿐 임명동의제 그 자체의 목적을 부정할 논리가 될 수 없다"며 "안타깝게도 사측은 임명동의제가 가지고 있는 제도 자체의 문제점은 전혀 지적하지 못하고 있다. 제도에 대한 생각부터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국내 방송사 최초로 사장 임명동의제가 시행됐다는 사실은 SBS 구성원들에게 자부심과 같았다"면서 "제도의 순기능을 존중하며 그 순기능이 마모되지 않는 이상 우리는 임명동의제 폐지 움직임을 좌시할 수 없다. 직능단체들은 연대해 함께 외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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