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코로나19 대응정책과 마스크

[글로벌 리포트 | 독일] 장성준 라이프치히대 커뮤니케이션학 박사과정·언론학 박사

장성준 라이프치히대 커뮤니케이션학 박사과정

▲장성준 라이프치히대 커뮤니케이션학 박사과정

현재 독일에선 FFP2 마스크 착용이 주요 이슈다. 바이에른 주가 FFP2 마스크(우리나라의 KF94 수준) 착용을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중순, 연방정부와 주정부 총리들이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현재의 락다운을 2월 중순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한 것에서 나아가 바이에른 주가 FFP2 마스크 착용의무를 결정한 것이다. 현재 락다운은 핫스팟(확진자 급증 지역) 거주민의 이동거리, 야간통행, 상점운영, 모임인원 제한 등으로 적용되고 있다. 한편 당시 회의에서 바이에른 주 총리는 독일 전역에서 FFP2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1월 말 현재 일부 주에서만 그 의견을 받아들였다. 그 외의 주들에선 FFP2 마스크보다 기능이 떨어지는 수술용 마스크까지 포함하는 마스크 착용 의무조치를 결정한 상태다. 1년 전 우리나라에서 KF94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 공적마스크를 공급했던 것과 비교하면 느려도 너무 느린 대처다.


독일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으로 보고된 날은 지난해 1월27일이었다. 그때만 해도 이 새로운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지 못했기에 경각심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독일 보건부 대변인이 이 바이러스가 사스(SARS)보다 위험하지 않다고 1월 말 내각에 보고할 정도였다. 하지만 2월 말, 독일의 여러 주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보고되면서 연방정부와 주정부 총리들이 위기를 인지하기 시작했다. 3월 초, 이들은 3월23일부터 시작되는 전국적인 락다운에 합의했고 4월 초 6000여 명까지 상승했던 신규확진자가 2000~3000여 명 수준까지 낮아지면서 약 한 달 만에 이 조치는 해제되었다.


당시 락다운 해제와 함께 공공장소에서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는 방안이 논의되었지만 실제 도입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당시 우리나라와 몇몇 아시아 국가들에서는 호흡기와 직간접접촉으로 확산되는 코로나19의 특성상 대인접촉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판단 하에 여러 조치들이 시행되었고 시민들의 참여도 높았다. 그러나 독일에선 마스크 착용의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며 반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마스크 생산의 해외의존도가 높은 만큼 일반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할 경우 의료용 마스크가 부족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마스크 가격 자체가 높은 것도 문제시되었다. 그 결과 대중교통과 쇼핑센터, 마트 등에서 마스크 대신에 ‘코와 입을 가리는 것’을 의무적으로 착용하게 되었다. 종류를 불문한 이 결정 때문에 마스크 대신 스카프나 손수건, 목이 긴 옷으로 얼굴을 감싸는 행위가 많은 사람들의 일상이 되었다. 말 그대로 ‘코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 된 것이다.


마스크 착용을 둘러싼 문제들은 코로나19 확산이 잠시 주춤했던 여름 동안엔 잠잠해졌다. 하지만 날씨가 추워지면서 사람들의 실내 활동이 증가했고, 동시에 확진자 수도 급증하기 시작했다. 하루 1000~2000명 수준이던 독일 내 신규 확진자 수가 10월 들어서면서부터 4000~5000명으로 증가했다. 10월엔 일일 1만 명, 11월엔 2만 명을 돌파하면서 3월보다 더 큰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인구 10만 명당 신규 확진자 수를 하루 50명 이하로 유지하는 정책을 내세웠음에도 확진자 수는 100~200명 수준까지 증가했고, 그 결과 핫스팟으로 지정된 지역은 11월2일부터 일명 ‘강한 락다운’을 취하고 있다.


물론 현재의 독일 내 코로나19 확산이 마스크 착용을 거부한 결과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신규 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한 경제난과 생활상의 위축 등을 1년 간 경험했으면서도 일상에서 가장 쉽게 가능한 방역조치가 논쟁의 대상이 되는 현실은 의아할 뿐이다. 문제가 되었던 FFP2 마스크 가격도 잡히지 않았다. 작년 3월 락다운 때 전국 마트에서 휴지 품절사태가 있었던 것처럼 FFP2 마스크 또한 사재기로 인해 가격이 급상승한 상태다. 지난 3개월간의 락다운에도 불구하고 일일 신규확진자 수는 1만명 이하로 내려가지 않았고, 백신접종은 지연되고 있으며, 전국적인 FFP2 마스크 착용의무도 결국 무산되었다. 이것이 코로나19 대응강국으로 꼽히는 독일의 현재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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