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가 살린 증시에 숟가락 얹는 정치권

[이슈 인사이드 | 금융·증권] 이혜진 서울경제신문 증권부 차장

이혜진 서울경제신문 증권부 차장

▲이혜진 서울경제신문 증권부 차장

한국사회에서 부동산은 이념의 격전장이다. 주택의 유무, 지대를 보는 세계관에 따라 부동산을  바라보는 시각은 첨예하게 갈린다. 같은 부동산 정책이 나와도 언론사의 성향에 따라 보도는 극과 극이다. 개인 역시 마찬가지다.


반면 주식시장은 정치성을 덜 타는 영역이었다. 자본주의를 채택하는 한, 주식 시장의 내적 논리는 큰 틀에서 반박불가다.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은 각론에선 차이가 있을지언정 총론에선 이론이 적다. 정치성향을 떠나 증시가 꾸준히 오르기를 한마음으로 응원하고, 주가가 급락하면 모두 걱정한다.


그러나 요즘 한국 증시에 정치 바람이 세게 불고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정치인들의 숟가락 얹기가 치열하다. 사회의 어떤 분야보다 시장의 논리가 우선돼야 할 영역인데 정치적인 해석과 정치적 의도가 담긴 정책들이 난무한다.


우선 야당을 보자. 야당 의원들은 한국 증시가 박스피를 벗어나자 “상황이 위험하다. 하락할 수 있다”며 경고하는가 하면, 주식시장이 자산증식의 무대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여당 대표의 발상이 “위험천만하다”고 비판했다. 의문이 든다. 주식은 “슬픈 투기”(원희룡 제주지사)이고, 부동산은 정당한 투자인가. 주가는 실물에 비해 지나치게 부풀려졌다고 비판하면서, 지난 몇 년 간 폭등한 아파트 가격에 대해서는 과열이나 하락위험을 제기하는 야당의원이 누가 있었나. 오히려 주식과는 비교할 수 없는 레버리지를 일으켜 하는 ‘빚투’인 갭투자에 나선 다주택자를 잡으려는 정부 정책을 과잉 규제라고 몰아댔다. 증시가 단기적으로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데는 동의한다. 그러나 실물과 동떨어진 자산시장의 과열을 진정 걱정한다면 부동산도 같이 걱정해야 일관된 태도가 아닐까.


여당의원들은 한술 더 뜬다. 대표적인 사례가 공매도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 충격이 증시를 덮칠 때 6개월간 공매도를 금지했다. 지난해 9월 재개 시점에 여당 의원들은 경쟁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냈다. 결국 금융당국이 물러서며 재개 시점은 올해 3월로 한차례 연기됐다. 이로써 전 세계 주요 증시 중에서 공매도가 불가능한 곳은 한국뿐이다. 아직 공매도 금지 조치를 유지한 곳은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정도다. 그런데도 박용진, 양향자, 김병욱 등 일부 여당의원들은 공매도를 또 연장하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부추기고, 불법 공매도에 대한 감시와 처벌이 불완전한 상태라는 이유를 들어서다. 공매도 시행으로 떨어질 주가라면 언젠가는 거품이 꺼질 주식이다. 또 그들의 논리대로 불법 공매도에 대한 ‘완전무결한 처방’이 없어 공매도를 금지해야 한다면, 주가 조작에 대한 ‘완전무결한 대책’이 나올 때까지 주식시장을 아예 열지 말아야 한다. 결국 일부 여당의원들의 행태는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어떻게든 주식시장을 띄우고, 막대한 세력이 된 동학 개미들의 비위를 맞추려는 의도가 아닐지 의심된다.   


시장의 실패에 정치의 개입은 정당하다. 그러나 정치의 개입으로 인한 시장의 실패도 숱하게 본다. 주식시장의 발전보다는 단기적인 정치적 이익을 위한 행동이 걱정되는 이유다. 정치인들은 동학개미가 살려 놓은 주식시장에서 숟가락을 거두는 게 장기적으로 투자자를 도와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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