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출범할 5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인선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방통심의위 위원 후보자 공모 및 심사 절차를 사실상 마무리 지었고, 통상 대통령이 위촉하는 위원장을 두고도 복수의 이름이 거론되는 등 하마평이 무성하다. 4월 재·보선과 내년 대선 등 선거 국면을 앞둔 만큼 정치색 없는 인사로 5기 방심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방통심의위원 9명은 대통령이 위촉하는데, 그중 3명은 국회의장이 국회 각 교섭단체와 협의해 추천하고 3명은 소관 상임위원회(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에서 추천한다. 이에 따라 통상 여야가 6대3의 비율로 위원을 구성하게 되고, 현 4기 심의위도 이런 구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5기 심의위 인선을 앞두고 이전 정권 시절 언론탄압에 앞장섰다는 비판을 받는 이들이 여당 추천 후보로 거론돼 논란이 일었다. 이장석 전 목포MBC 사장과 강선규 전 KBS비즈니스 사장이 민주당 추천 인사로 언급되자 한국기자협회와 전국언론노조, KBS·MBC노조 등은 일제히 성명을 내어 내정 철회를 촉구했다. 결국, 두 사람에 대한 내정은 취소됐다. 현재 여당 쪽 추천 인사로는 김수정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 정민영 변호사(법무법인 덕수) 등이 거론되고 있으며, 3기 방심위원을 지낸 윤훈열 정동 동아시아 예술제 조직위원장이 부위원장에 내정됐다는 소문도 있다. 위원장으로는 방통위 부위원장을 지낸 김충식 가천대 특임부총장과 정연주 전 KBS 사장 이름이 함께 거론되는데 제3의 인물로 결정될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힘 추천 인사들은 여전히 ‘부적격’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의힘은 황성욱 현 상임위원을 포함해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을 지낸 이상휘 세명대 교수, 당 대변인 등을 지낸 김우석 미래전략개발연구소 부소장을 추천 명단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세 사람 모두 여러 차례 총선 출마에 도전했으나 공천심사에서 탈락했던 인물들이다. 언론노조 등이 ‘보은인사’라고 비판한 이유다. 자유언론실천재단도 “(방심위가) 전문성과 도덕성보다는 정치 철새들의 놀이터로 자리 나눠 먹기의 전리품으로 전락한 지경에 이르렀다”며 “이런 위원 구성으로는 정치심의, 편파심의, 청부심의 논란은 결코 해소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종선 언론노조 방심위지부장은 “방심위원 자리는 방송, 통신, 광고 부문의 전문가들로 이루어져야 하며, 정치적으로 독립하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는 인사들이 와야 하는 자리”라며 “국회의원들과 국회의장이 국민의 대표로서 적절한 추천 권한을 행사하는 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김고은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