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 없이 '뺄셈'만 있는 KBS 직무 재설계?

15개 국, 34개 부서 감축 방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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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디지털 직무형 조직’으로 전환하겠다며 내놓은 직무 재설계 안이 ‘인력감축안’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부서 통폐합이나 인원 감축 대상이 된 부서들 사이에선 크고 작은 동요와 반발이 이어지고 있어 향후 조정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양승동 사장은 지난해 7월 경영혁신안을 발표하며 “전사적인 직무 재설계”와 이를 통한 인건비 감축을 공언했다. 이에 따라 KBS 혁신추진부에서 마련한 직무 재설계 초안이 지난해 말 완성돼 임원들에게 먼저 공개됐고, 지난 11일엔 양대 노조에 설명회를 했다. 본문 내용만 240여 쪽에 달해 설명회에 4시간씩 소요됐다고 한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가 11일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KBS 사측은 ‘직무’를 ‘구성원 1명이 상시적으로 수행하는 업무’로 규정하며 현재 4550개에 이르는 직무를 2025년 1월까지 950개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15개의 국, 34개의 부서가 감축되고 남은 부서들 또한 대부분 직원 수가 축소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업무 자체를 ‘다시 디자인’하기보다 사람을 줄이고 개인별 직무량을 확대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KBS본부는 “단순히 부서를 통합하고 직원 수를 줄이는, 너무나 간단한 아이디어를 어떻게 ‘직무 재설계’라 부를 수 있는가”라며 “경영철학의 빈곤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기술직, 지역국 조합원 비율이 높은 KBS노동조합 역시 설명회에 앞서 공공연한 소문 등을 근거로 “‘일단 줄일 수 있는 조직은 무조건 줄인다’는 게 유일한 의도처럼 보인다”고 일갈한 바 있다.


상당한 규모의 부서 통폐합, 인원 감축이 예상되는 기술직군 등에선 이미 여러 차례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를 내왔다. 보도본부의 경우 해설위원실 폐지, 시사제작부서 통합, 방송뉴스주간과 디지털뉴스주간 통폐합 등 일부 조정이 있지만, 감축 폭은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그러나 기자들이 제작하는 시사프로그램 ‘시사기획 창’의 폐지 가능성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뉴스라인’과 ‘더 라이브’, ‘시사기획 창’과 ‘시사직격’처럼 비슷한 성격의 프로그램이 제작 주체만 각각 기자와 PD로 다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데일리는 기자가, 위클리(이상)는 PD가 만드는 방향으로 정리하자는 취지의 제안이 담겼기 때문이다.


양 노조는 직무 재설계 안에 대해 조합원들의 의견을 청취한 뒤 향후 열릴 공청회 자리 등을 통해 사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KBS측은 노조원과 임직원의 피드백을 받아 1분기 안에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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