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세대 이해 없인 언론사 발전도 없다"
[각 사들 밀레니얼 중심 조직 구성]
동아 '평균 30세' 밀레니얼 스쿼드
서울 '주니어 보드' 편집국장과 소통
중앙 '밀실' 1년 반 넘게 운영 지속
젊은 기자들, 부서 운영에 부담도
‘전원 10년차 이하, 절반 이상 5년차 이하.’ 동아일보엔 이 기준을 원칙으로 구성한 평균연령 30세의 조직이 있다. 지난해 10월 정식 출범한 ‘밀레니얼 스쿼드’다. 밀레니얼 스쿼드는 편집국과 100주년 혁신업무 부서인 뉴센테니얼본부가 만든 프로젝트 그룹이다. 미디어 트렌드는 MZ세대(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합성어로,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사이 출생한 세대)가 이끌어가고 있는 만큼 그들의 시각에서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자는 취지에서 조직했다.
밀레니얼 스쿼드 팀원들은 현재 한 달에 한 차례 모여 조직문화에 대한 서로의 솔직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지난해 창간 100주년을 맞이해 ‘워크 리디자인 매뉴얼’이 만들어졌는데, 올해 6월 활동기간이 끝날 때 그동안의 의견들을 정리해 이를 업데이트하는 것이 주요 업무다. 이달 중에는 현행 매뉴얼에 대한 평가와 스스로 느끼는 조직문화 및 일하는 방식의 개선점 등을 정리해 편집국장과 간부들에게 전달한다.
김성규 동아일보 뉴센테니얼본부 기자는 “동아일보 기자 중 흔히 밀레니얼 세대로 분류되는 1980~1999년생 비중은 2019년 말 기준 51.7%, 90년대생만 치면 15.8%로 타사에 비해 결코 비중이 작지 않다”며 “하지만 조직문화나 일하는 방식, 혁신 의지에 있어 그만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이에 2011년부터 2018년 입사자까지 6명의 기자로 팀원을 구성해 진단과 개선을 맡겼다”고 말했다.
이런 시도는 동아일보가 처음은 아니다. 일부 언론사들도 젊은 기자들로 조직을 꾸리고, 이들의 의견이나 고충을 적극적으로 듣거나 아예 젊은 기자들에게 밀레니얼 세대와 관련한 콘텐츠 제작을 전적으로 맡기고 있다. 2019년 7월부터 ‘밀실(밀레니얼 실험실)’을 운영하고 있는 중앙일보는 1년 반이 넘는 지금까지 저연차 기자 3명이 밀레니얼 세대 이야기를 주요 콘텐츠로 생산하고 있다. 밀실팀에 속해 있는 최연수 중앙일보 기자는 “2019년 기준, 모두 20대 기자들로 팀이 꾸려졌다”며 “편집국장이 ‘새로운 뉴스의 길을 만들어보라’고 해 아예 기획부터 우리 손을 거쳤고, 20대에게 친밀한 뉴스를 제작하자는 의견에 따라 그동안 관련 콘텐츠를 생산해왔다”고 말했다.
운영 초기부터 밀실팀은 편집국에선 유일무이하게 데스킹을 거치지 않는 팀이었다. 지금은 팀장이 있지만 아이템 선정이나 데스킹은 팀원들의 의견이 전적으로 존중되고 있다. 최연수 기자는 “또래랑 일하니 아이디어 교환도 쉽고 저희끼리 ‘킬’도 엄청 많이 한다. 일주일에 한 번 기사가 나가다 보니 어떻게 하면 재밌을지, 더 사람들이 주목할지 팀 내부에서 엄청 꼼꼼하게 데스킹도 보고 피드백도 준다”며 “취재 관련해 20대 친구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 그때마다 그들의 뉴스 접근도 자체가 너무 떨어진다고 느낀다. 앞으로도 20대가 관심을 가지는 아이템을 꾸준히 써야겠다는 생각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신문에서도 편집국장의 공약에 따라 지난해 1월부터 막내 기자 기준, 위로 여섯 기수 각 1명과 온라인부문 3개 부서 인원으로 구성된 ‘주니어 보드’가 활동하고 있다. 젊은 기자들이 두 달에 한 번 모여 지면 제작과 편집국 운영 등에 대해 편집국장과 직접 논의하는 회의체다.
주니어 보드에 참여하는 한 기자는 “지난해 코로나19로 회의 진행이 어려워 2월, 5월, 9월 세 차례 정도 모였다. 아무래도 ‘워라밸’을 중시하는 세대라 지면 개선 방안보다는 평상시 노동 조건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며 “데스크들이 젊은 기자들 얘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회식 자리나 업무를 지시하는 시간 외에는 없는 게 사실인데 별도의 자리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바를 부장 위에 있는 사람에게 직접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젊은 기자들의 평가가 긍정적이었다. 실제 국장이 주니어 보드 회의 때 나온 이야기들을 부장회의 때 공지하고 일정 부분 개선된 것들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상설기구를 젊은 기자들이 스스로 운영하는 부담도 분명히 존재한다. 2019년 9월 구성돼 상근위원이 편집회의 등에 참여해 수시로 주니어 기자들의 의견을 국장단에 전달했던 한겨레신문의 ‘레드위원회’는 지난해 4월, 논의 끝에 8개월 만에 활동을 종료했다. 레드위원회 마지막 상임위원이었던 최하얀 한겨레 기자는 “딜레마와 부담이 있었다. 기구 특성상 상임위원이 구성원들의 불평불만을 한데 모아 전달하고 싸우고 동료들을 설득하는 일이 쉽지 않았고, 또 상임위원이 편집회의에 참여하기 때문에 지면에 대한 비판이 나왔을 때 그 책임을 같이 지게 돼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었다”며 “그 딜레마가 종합돼 이 기구를 끌고 가는 것이 맞느냐, 차라리 없애는 게 낫다는 총의가 모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하얀 기자는 젊은 기자들의 비슷한 시도는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기자는 “논의 끝에 없어지긴 했지만 지금은 젊은 기자들이 어떤 의견을 피력하기 위해선 즉흥적이거나 비상시적인 채널을 통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서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며 “콘텐츠 생산 방식이나 소비되는 내용 등 언론 환경이 정말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데, 예전처럼 언론사가 한 목소리를 가지고 일사불란하게 1면과 사설을 쓰는 식으로는 더 이상 조직이 움직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젊은 세대 목소리를 듣지 않으면 독자와의 소통 감각도 굉장히 낮아질 수 있기 때문에 언론사 조직이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기 위해 무엇인가를 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김성규 기자도 “대부분의 보도 활동과 여론 형성이 디지털을 매개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디지털 공간을 움직이는 큰 축인 밀레니얼 세대를 이해하지 못하고는 언론사의 발전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그런 점에서 어떤 식으로든 내부의 밀레니얼 세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것이 보여주기 식으로 그치고 실제 바뀌는 것은 없다면 의미가 퇴색될 것이고, 젊은 세대의 요구를 얼마나 담아낼 수 있는가가 앞으로 언론사의 경쟁력과도 연결될 것”이라고 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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