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KBS 수신료 회계분리·수신료산정위 추진

5기 방통위 주요 정책과제 발표…방송 허가·평가, 광고규제 등 전면 재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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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가 신년 업무계획을 밝히기에 앞서 제5기 위원회(2020.8~2023.7)의 비전과 주요 정책과제를 발표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6일 기자회견을 열고 ‘신뢰, 성장, 포용’의 3대 목표와 12대 정책과제 추진 계획을 설명했다. 방송의 공적책무를 강화하면서 미디어산업의 활력을 높이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발표 직후 ‘방통위, KBS 수신료 인상’,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 등을 제목으로 한 기사들이 쏟아졌다. 방통위는 즉각 반박자료를 내고 “오늘 발표내용 중에는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없다”며 “기사 내용이 사실과 다를 경우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 청구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6일 5기 방통위의 비전과 주요 정책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방통위 제공)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6일 5기 방통위의 비전과 주요 정책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방통위 제공)

KBS가 난색 표해온 ‘수신료산정위원회·회계분리’ 꺼내든 방통위

실제로 이날 발표된 48쪽짜리 정책과제 자료집에 ‘수신료 인상’이란 표현은 등장하지 않는다.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도 한상혁 위원장은 “방통위나 정부 차원에서 수신료 인상을 하겠다, 안 하겠다, 이런 논의는 진행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방통위는 다만 “방송 재원 구조 전반에 대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문제 인식 아래 “수신료 산정과 사용내역의 합리성・투명성을 제고하고 공영방송 역할을 강화할 수 있도록 수신료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제는 KBS 등 공영방송의 자구 노력과 함께 ‘수신료 회계 분리’와 수신료 산정을 위한 ‘수신료 위원회 설치’다. 수신료 회계 분리와 사용 내역의 공개 의무와 관련해선 이미 지난해 9월 방송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이에 더해 방통위는 “공정하고 투명한 수신료 산정을 위한 방송, 경영, 회계 등 전문가 중심의 수신료위원회 설치 근거 마련”을 위해 오는 6월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방송법은 수신료 금액을 KBS 이사회가 심의·의결토록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KBS가 지난해부터 본격 추진 중인 ‘수신료 현실화 로드맵’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KBS는 자체적으로 필요한 수신료 액수 산정을 마치고, 이달 중 이사회에 수신료 현실화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었다. 이사회가 의결한 수신료 안건은 방통위를 거쳐 국회의 승인을 얻어 확정되는데, 이대로라면 이사회 통과조차 장담하기 어렵다.

방송광고·허가 등 규제 개편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중간광고 문제 역시 큰 틀에서 볼 필요가 있다. 방통위는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 문제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광고·편성규제를 포함해 규제체계 전반을 재검토하고 바꿔나가는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이를 설명했다. “기존 방송 광고 규제를 ‘원칙 허용, 예외 금지’ 방식의 네거티브 규제로 전면 전환”하고 “중간·가상·간접광고, 협찬고지 등 방송매체 간 광고·협찬에 관한 규제 차이를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지상파 중심 방송구조에서 만들어진 현행 광고 규제는 매체·종류별 칸막이식 규제와 광고 시간·횟수를 제한하는 형식규제 중심인데, 이젠 매체별 구분 등의 의미가 없어진 만큼 규제 차이를 해소하고 내용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방송 허가·평가 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지상파 재허가와 종편·보도채널 재승인을 거치며 허가·승인 제도의 실효성 등에 관한 많은 논란이 있었다. 이에 5기 방통위는 방송사 허가・평가 제도 전반을 개선하고 매체별 특성에 적합한 허가・승인 제도 및 방송평가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방송법상 국가 기간방송인 KBS가 재허가 심사에서 탈락 점수를 받아도 재허가를 거부할 수 없는 현실적 한계 등을 고려해 “공영방송 재허가 제도는 구체적인 ‘공적책무 협약제도’로 대체하여 이행 여부를 엄격히 점검”하는 방식으로 개편하도록 2022년 내에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얼마 전 한상혁 위원장의 한겨레 인터뷰 이후 종편 승인제에서 등록제 전환 가능성이 제기된 것과 관련해서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한 위원장은 “일반 PP와 종편, 보도채널의 관계를 지금처럼 칸막이 쳐놓고 나누는 게 앞으로 가능하겠나”라고 운을 뗀 뒤 “(종편 등록제 전환도) 전반적인 규제체계를 들여다보다 보면 당연히 검토돼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같은 것은 같게 취급하고 다른 것은 다르게 규제의 방향성을 설정하겠다”고 밝혔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논의? 국회에서 막혀 있잖나”

올해 KBS, 방송문화진흥회(MBC), EBS 등 공영방송 이사회 개편이 줄줄이 예정된 상황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가능성을 묻는 말에는 국회의 책임을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공영방송 이사 선임 구조 문제는 결국 어디에서 막혀 있나. 국회에서 논의가 안 돼서 막혀 있다”면서 “공영방송 이사의 정치적 후견성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에 관한 우리 의견은 이미 제출해 놓은 상태고 지금 여러 안이 나와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선 정치권에서 합의가 이뤄져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본질적으로는 입법을 통해 해결돼야 하겠지만, 그게 안 되더라도 시민사회를 비롯한 각계각층에서 제기하는 문제점을 완화하거나 해결할 수 있는 실행방안에 대해 방통위 차원에서 적극 고민하고 반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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