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가운데 맞은 여름휴가. 집에만 있기 억울했다. 바다를 보고 싶었고, 서핑을 하고 싶었다. 바다가 낙조에 물들 때까지 보고 싶었고, 서핑을 가능한 오래 하고 싶었다. 방충망과 매트를 챙기고, SUV인 엄마 차를 빌렸다. 전남 고흥을 향해 두세 시간 차를 몰았다. 녹초가 될 때까지 서핑을 하고, 눈이 아릴 때까지 붉은 바다를 보고, ‘치맥’을 하다 차에서 잠들었다. ‘쏴아’ 파도 소리에 깬 새벽, 해변을 걷다 커피 한 잔을 하며 허단비 뉴스1 광주·전남취재본부 기자는 문득 생각했다. ‘또 오고 싶다.’
‘차박’은 뭔가를 하지 않기 위한 과정이다. “탁자 조립하고 의자 꺼내서 밥을 차리면 자연스레 저녁”이 된다. “바다 보며 앉아 밥 먹고 술 한 잔 하다 치우면 (하루가) 끝난다.” “차 뒷좌석을 접어 매트를 놓고 침낭을 깔고 핫팩을 뜯어” 잘 준비를 한다. “다음 날 주변 맛집에서 백합죽이나 빵을 사먹고 낮잠 자다 깨면 꿈을 꾼 거 같다.” 얼마 전 통신사 대리점에 갔다가 직원에게 들은 말은 “영업하세요?”였다. 한 달 평균 통화시간 900분. ‘솔로 차박’이 주는 ‘불멍’의 시간은 그가 스스로에게 가장 필요했던 걸 찾아낸 것일 게다.
“하루종일 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게 정말 큰 매력이에요. 숙소를 잡으면 숙소에만 있기 아까운데 ‘차박’을 가면 거기 있기만 해도 괜찮으니까요. 원래 이거저거 하고 싶어 하는 스타일인데 기자를 하고선 하고 싶은 게 사라진 게 정말 슬펐어요. 낮에 여기저기 가고 말도 많이 하니까 너무 피곤하고 의욕도 안 생겼거든요.”
‘차박’ 후 그는 달라졌다. 한뎃잠을 잘 자려고 운동을 시작했다. 가서 푹 쉬려다보니, 돌아와 피곤한 티를 내지 않으려다보니 업무 집중도도 높아졌다. 무엇보다 하고 싶은 게 생긴 자기 모습이 가장 만족스럽다. 2018년 9월 기자생활을 시작한 그는 사회부 소속으로 북부경찰서와 북구청을 출입해 왔다. 경찰서, 고속도로 순찰대, 소방서에 사건사고를 체크하고 통화 ‘900분’을 채우는 일상. 어느새 사건팀 5인 중 중간연차가 돼 부족한 역량과 늘어나는 기대 사이에서 고민한다. ‘차박’은 지치기 쉬운 연차를 맞은 기자가 자신을 들여다보고 한 주 살아낼 힘을 얻는 방법이다.
물욕(?)이 늘어 폭발하는 근로의욕은 부수적인 효과다. 텐트, 이너매트, 그라운드매트, 방수포, 단열재, 화로대, 가스렌지, 온풍기, 가습기 등은 샀거나 사야 될 물품 목록이다. “‘차박’이 아쉬운 게 차가 들어갈 수 있는 데가 한정적이라서요. 더 예쁜 뷰를 찾아 장비를 모으고 있어요, 승용차에 루프박스를 올리려다 ‘할부로 차를 사는 게 낫나’ 그러고 있습니다. 장비 욕심 때문에 일을 더 열심히 해야 돼요. (웃음) 겨울 휴가 때 전국투어를 계획 중인데, 기자 ‘차박러’ 분들이 히든 스팟을 beyondb@new1.kr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전남권 히든 스팟은 제가 알려드릴게요.”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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