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흰 소띠 해, 기자들의 새해 소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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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협회보가 2021년을 맞아 기자 20명이 바라는 새해 소망을 들어봤습니다. 시원한 맥주 한잔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일상을 회복하고 ‘언택트’가 아닌 ‘컨택트’ 취재,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원년이 되기를 소망했습니다. 기자협회보가 연말에 진행한 ‘2021년 새해 소망 이벤트’에 참여해준 기자들에게 감사 말씀 전합니다. <편집자주>


(1) 장혜선 파이낸셜뉴스 기자

2019년 말 육아휴직 끝내고 007 작전처럼 복직에 성공했습니다. 편집국 돌아와 보니 그동안 정말 좋은 선후배님들과 일하고 있었구나! 새삼 소중함과 감사함을 따뜻하게 느꼈습니다. 편집부원 모두 지성과 미모를 갖춘 건 말할 것도 없고요. 새해 소띠 해를 맞아 올해도 소처럼 묵묵히 꾸준하게 일하려고 합니다. 우리 편집부원 모두에게 지면편집에 대한 무한한 아이디어가 샘솟길 기원합니다.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새로운 한 해 밭을 갈고 씨를 뿌릴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화이팅! 파이낸셜뉴스 편집부 화이팅!


(2) 황덕현 뉴스1 기자

새해 우리 언론이 ‘의미 있는 경쟁’으로 ‘기본’을 향하길 기원합니다. 각 회사 선수들의 특징을 잘 살린 저마다의 기사, 획일적인 스트레이트 외 멀티미디어로 다양성이 공작새 날개처럼 펼쳐지길 바랍니다. 더욱이 ‘기본 기 근본 본’ 단어 뜻 그대로 진실과 사실의 중심으로 숨김과 가림 없이 파고드는 치열한 취재 및 막힘없는 보도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턱턱 막힌 경제, 사회, 정치 또 문화의 맥을 여는 단초가 되면 좋겠습니다. 저 또한 신발 끈 단단히 매고 뜨는 해를 맞이할 계획입니다.


(3) 최남호 서울경제신문 기자

한 편의 재난영화를 찍고 있는 듯한 요즘. 거리마다 지하철마다 마스크를 끼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참 기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 같은 현실에선 언제쯤 슈퍼맨이 등장할까. 인류를 구원할 백신과 치료제가 모두에게 희망이 될 새해를 기원한다. 그리고 하나 더. 양평에 집을 짓고 있는 우리 가족에게 새로운 보금자리가 싱그러운 햇살처럼 쏟아지길 기대해본다.


(4) 이창호 기호일보 기자

올해는 딸아이가 우리 나이로 7살이 됩니다. 언제 커서 학교에 갈까 생각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1년 후면 입학한다니 실감이 나지 않네요. 아이가 크면서 걱정이 하나 늘었습니다. 부모님이 늙어가는 모습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환갑을 지나고 있는 부모님이 제 나이였던 때가 떠오르면 항상 아련해집니다. 부모님과 제 가족, 지인 모두가 코로나19에서 벗어나 하고 싶었던 일들이 모두 이뤄지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기호일보와 한국기자협회도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새해에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했으면 좋겠습니다.


(5) 황정환 KBS대전 기자

20년 방송기자 생활을 하면서 항상 마음에 간직해온 중요한 원칙 중에 하나가 취재는 직접 발로 뛰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이런 취재의 기본 원칙이 점점 무너지고 있다. 덕분에 역설적으로 치열하게 현장을 찾아다니고 취재원과 진솔하게 대화하는 취재의 소중함을 알게 된 것 같다. 백신 개발이 속속 진행되면서 코로나19 종식도 가능하다는 희망이 생기고 있다. 어서 코로나19가 종식돼 새해에는 다시 마음 놓고 ‘언택트’가 아닌 ‘컨택트’ 취재를 했으면 한다. 취재원 여러분, 새해에는 얼굴 한 번 봅시다.


(6) 김미희 국제신문 기자

“기자는 사람 장사다.” 병아리기자 시절부터 선배들에게 들었던 말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사람을 만나기 조심스러워졌다. 취재원과 약속을 잡을 때도 눈치를 보게 됐다. ‘이 시국에 선뜻 만나자는 이야기를 꺼내도 될까’라는 생각이 앞섰다. 다른 기자들도 다들 같은 마음일 것이다. 이 사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믿는다. 언젠가는 끝이 있다는 것을. 희망을 놓지 않고 하루하루 충실히 보내다 보면 ‘코로나 드디어 종식’이라는 1면 톱기사를 쓸 날도 곧 올 것이다. 2021년엔 마스크 없이 사람과 자유롭게 만났으면 한다.


(7) 김영준 KBS춘천 기자

2020년 한 해 동안 강원도 인제와 양구, 철원, 고성 등 접경지역을 취재했다. 국방개혁2.0으로 군부대 통폐합, 코로나19 확산으로 스포츠 대회 중단, 남북 관계 악화로 안보관광지 운영 제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까지. 이로 인해 접경지 마을 주택가는 활기를 잃고, 상점은 하나 둘씩 문을 닫고 있다. 그래서 2021년 군사 규제와 환경 규제로 겹겹이 쌓여 있는 접경지역의 발전과 활기를 위한 깊이 있는 기사를 쓰고 싶다. 접경지 주민들이 공감하고 자각할 수 있는 기사, 제도적 반향을 이끌 수 있는 기사를 쓰고 싶다. 접경지역의 눈물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싶다.


(8) 김성호 파이낸셜뉴스 기자

2015년, 처음 기자가 돼 출근했던 때를 기억한다. ‘기레기’라는 말이 막 태어났고 이제는 그보다 심한 말도 종종 들려온다. 신뢰가 무너진 시대, 매일 한 명에게만 믿음을 심어줄 수 있다면 좋겠다. 여기 노력하는 기자가 아직 있구나, 이 기자는 믿을 수 있겠구나, 얼굴도 모르는 사이지만 진심이 느껴지는 기사를 쓸 수 있다면 좋겠다. 2015년보다 나는 조금은 더 나아졌다. 더 나은 취재, 더 나은 기사가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 오직 나아지는 사람만이 부족함을 안다. 부디 다가오는 해의 끝에서 오늘의 나를 부족하게 느낄 수 있기를.


(9) 박형민 일요신문 기자

2020년처럼 언론에 대한 불신이 높았던 해도 없었습니다. 누구를 탓할 것 없이 언론인의 잘못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100건의 좋은 기사를 써도 1건의 오보가 나오면 언론의 신뢰는 추락합니다. 훌륭한 언론인이라면 좋은 기사를 쓰는 건 당연한 일이고 오보는 있어서 안 될 일입니다. 최근에는 기자들이 공격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사실에 근거한 완벽한 기사를 써야 기자들도 당당해질 수 있습니다. 2021년에는 100건의 좋은 기사와 0건의 오보를 목표로 하겠습니다. 어디 가서 당당하게 “나는 기자다”라고 외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10) 최소리 충청투데이 기자

지난해는 ‘네?’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 마스크 때문에 가려진 입모양 때문이리라. 마음은 거리두면 안된다지만, 만날 수 없어 몸이 멀어지니 마음도 멀어지는 기분이다. 새해에는 ‘네?’라는 말을 듣지 않도록, 막힘없는 의사소통이 가능할 수 있도록 답답한 마스크를 벗을 수 있기를. 또 그리웠던 사람들과 아무런 장벽 없이 자유롭게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11) 남정현 뉴시스 기자

새해에는 입사 이래 몸담아 온 문화부를 떠나 사회부로 부서를 옮길 계획이다. 문화부에서는 인터뷰, 리뷰, 르포 등 다양한 기사 형태를 배웠다면 사회부에서는 좀 더 정형화되고 틀이 잡힌 기사쓰기를 배울 수 있기를 희망한다. 또한 사회부, 특히 사건팀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최전선에서 맞닥뜨리고 처리하는 부서인 만큼 세상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배울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새로운 부서의 일원으로서 단독기사도 많이 쓰고, 기자로서 더욱 인정받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12) 김윤지 이데일리 기자

신축년에는 노약자들이 마음껏 활보할 수 있고, 청소년들이 친구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고, 고생한 의료진들이 한숨 돌릴 수 있고, 마음 졸였던 자영업자들과 서비스 업종 종사자들이 다시 기 펼 수 있고, 휴가만 바라보고 사는 직장인들이 어디든 휴가를 떠날 수 있고, 모두 잠시 잊고 살아야 했던 소중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13) 배재한 국제신문 기자

우리가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들고 어려운 한 해를 보냈습니다. 사람이 만나고 모이는 일을 통해 공론의 장을 만들어가는 역할이 많은 언론사와 언론 종사자에겐 2020년이 그 어느 때보다 가혹한 시간이었습니다. 2021년 새해는 코로나19가 물러가고 언론이 국민의 신뢰를 조금씩 회복하는 원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그래서 언론이, 기자들이 ‘기레기’라는 욕을 더는 먹지 않기를 바랍니다. 특히 우리 사회의 그늘지고 소외된 이웃에 더 관심을 쏟고, 지역과 계층, 세대를 통합하는 저널리즘이 꽃피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4) 이배운 데일리안 기자

단지 소박한 일상들이 다시 돌아오기를 희망합니다. 출근길 맑은 공기와 시원한 바람의 감촉, 이른 아침 카페의 아늑한 분위기, 갓 볶은 커피콩의 향기 그리고 부드러운 목 넘김 한잔, 반가운 사람들과의 푸근한 점심식사, 짬 내서 들른 서점의 퀴퀴한 책 냄새, 퇴근 길 별처럼 총총한 여의도 마천루의 풍경, 오늘밤 한잔 어떠냐는 친구의 반가운 카톡, 하루의 고생을 씻어 내리는 시원한 맥주 한잔, 집으로 돌아가는 고요한 둘레길, 손꼽아 기다려온 주말약속, 근심걱정 없는 삶 나눔. 단지 이처럼 소박한 일상들이 다시 돌아오기를.


(15) 정석한 e대한경제 기자

부동산 부서에서 몇 년간 있으면서 2020년만큼 바빴던 해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만큼 정부 정책도 많았고, 시장 반응도 시끌벅적했던 한 해였기 때문입니다. 2021년에는 기자가 좀 덜 바쁘더라도, 정부와 시장이 함께 원하는 ‘안정화’를 이뤄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주변의 후배들, 즉 2030세대들이 주말마다 임장을 다니면서 투자를 알아보는 게 아닌 주말마다 다음 한 주를 위해 휴식을 취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집값 걱정 없는 대한민국, 2021년에는 이뤄지기를 기원합니다.


(16) 김현아 YTN 기자

기자의 힘과 존재의 이유는 현장에서 나오는데 코로나로 공개적인 의사표현이 많이 저해된 한 해였습니다. 현실에 발 딛고 살아가는 개인들의 일상에 큰 영향을 줬거나 주게 될 많은 이슈들이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그 가치만큼 중요하게 부각되지 못했는데 새해에는 정말 모두가 그토록 바라던 일상으로 최대한 빨리 돌아가서 지금의 고통을 이겨내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다양한 목소리를 내며 고민할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목소리들을 뉴스를 통해 충실히 담아낼 수 있는 보다 나은 환경을 함께 만들어가길 고대합니다.


(17) 이성진 TV조선 기자

염치를 모르는 정치인·지식인이 판을 친다. 오죽하면 교수들이 ‘아시타비(我是他非)’를 2020년의 사자성어로 꼽았을까. 잘못했으면 반성하고 사과하고 성찰하는 정치인·지식인이 판쳤으면 좋겠다. 촛불혁명을 계승했다면서 말 안 듣는 검찰총장 찍어내기를 개혁으로 둔갑시키고, 청년 노동자의 죽음과 서민의 삶을 비아냥댔던 이가 사과 한 마디로 국무위원이 되는 나라. 이른바 ‘사회 지도층’을 자임하는 이들의 몰염치는 국민들 사이에서 웃음거리가 된지 오래다. 새해에는 다른 이에게 비전을 제시하는 정치인·지식인을 더 많이 취재했으면 한다.


(18) 김동표 아시아경제 기자

“이제 엄마가 당분간 용돈 안 준대.” “헐~” 지난해 7월 중순, 어느 가게에 줄을 서 있을 때였다. 교복 차림의 학생이 자신의 어머니가 학습지 방문교사라며 코로나19 때문에 어머니가 일을 못 나가시게 됐고 그 때문에 용돈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친구에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멀찍이 떨어져 있었음에도, 이들의 대화는 내게 너무 생생히 들려왔고 지금도 잊히지가 않는다. 세계 각국에 이어 한국도 이르면 올해 2분기 백신 접종 시작이 가능하다고 한다. 부디 2021년에는 그 학생이 다시 용돈을 받을 수 있게 되길 바란다.


(19) 박종민 한스경제 기자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취재 현장에서 들었던 관중의 커다란 함성 소리가 지금도 귓가를 맴돕니다. 그러나 작년엔 경기장에서 함성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관중이 사라졌습니다. 함성이 없는 경기장 공기는 차갑게만 느껴졌습니다. 낯설고 허전했습니다. 새해엔 경기장에서 다시 함성이 들리길 기원해 봅니다. 스포츠의 존재 이유 중 하나는 관중입니다. 7월 도쿄올림픽이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하는 자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올림픽 현장에서 관중의 함성을 들으며 열정적으로 취재할 날을 기다려봅니다.


(20) 홍국기 연합뉴스 기자

1953년 이래 해마다 보신각에서 열려온 ‘제야의 종’ 야외 타종 행사가 코로나19로 인해 67년 만에 처음으로 비대면 방식으로 개최됐습니다. 유치원에 다니는 제 딸은 이제 선생님과의 대면 수업보다 컴퓨터를 통한 화상 수업에 더욱 익숙해진 듯한 모습이네요. 남편의 재택근무와 딸의 재택학습으로 제 처의 일상은 고달프기만 합니다. 신축년 새해에는 백신과 치료제가 하루빨리 보급돼 예전처럼 다시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는 모습을 그려봅니다. 지난해 몇 달도 채 나가지 못한 기자실의 모습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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