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과거 뒤로 하고, 미래가 있는 디지털로"

[2021 언론사별 신년사 분석]
최다 언급 키워드는 '콘텐츠' 7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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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격변의 한 해를 보내고 신축년 새해가 밝았다. 팬데믹과 사회적 거리두기는 시무식 풍경마저 바꿔놓았다. 대다수 언론사는 시무식을 취소하거나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미증유의 위기 속에 새해를 맞는 사장들의 신년사에선 절박함을 넘어 비장함마저 느껴졌다. 지금부터 ‘코로나 이후’를 준비하지 않으면 무너지고 도태될 것이라는 경고의 메시지도 담겨 있었다.


기자협회보는 전국 단위 종합일간지 9개사를 비롯해 방송사, 경제지, 통신사 등 16개 언론사 사장 신년사를 입수해 분석했다.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콘텐츠(‘콘텐트’ 포함)로 77회 등장했고, 디지털이 71회로 그 뒤를 이었다. 레거시 미디어의 디지털 전환은 이미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중앙일보가 가장 먼저 신문제작과 디지털을 분리하는 초유의 실험에 성공했고, 지난해 한국일보가 디지털 뉴스 중심 조직으로 혁신을 이뤄냈다. 올해는 경향신문과 한겨레가 그 강을 건넌다. 김석종 경향신문 사장은 신년사에서 “전면적인 ‘디지털 전환’을 더이상 미룰 수 없다”며 “익숙하고 편안하지만 지속가능하지 않은 과거의 제작방식을 뒤로 하고, 낯설고 힘들더라도 시대에 맞는, 미래가 있는 길로 뛰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향은 조만간 ‘편집국 디지털 전환 실행 TF’를 출범시키고, 상반기 중에 디지털 전환을 시작할 계획이다. 한겨레도 올봄 후원회원제를 론칭하며 편집국을 전면적인 디지털뉴스룸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정희택 세계일보 사장 또한 “내실 있는 통합뉴스룸 구축을 위해 디지털 전환 속도를 높여나가겠다”며 현재 채용 진행 중에 있는 수습 기자들도 디지털 업무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아크(Arc) 도입으로 디지털 경쟁력을 높인 조선일보는 올해 ‘비욘드(beyond) 디지털 시대’로 나아갈 거라며 “조선미디어그룹의 모든 분야에 디지털 유전자를 심는 작업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변화(36회)와 혁신(24회)을 위해 구성원들의 노력(41회)과 도전(18회)을 당부하는 내용도 많았다. 기존의 관행에서 벗어나 일하는 방식까지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김재호 동아일보·채널A 사장은 “콘텐츠 가치를 높일 수 있다면 우리의 일하는 방식과 결과물을 얼마든지 바꿀 수 있어야 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하며 외부의 누구와도 손잡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호 한국경제신문 사장도 ‘생산성 제고’를 위해 “일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정립하고, 일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정도 중앙그룹 사장 역시 ‘새판짜기’를 주문하며 “종래의 방식에 안주하지 말고, 지금부터 철저히 코로나 이후에 바뀔 세상을 예측하고, 미리 준비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영성 한국일보 사장은 ‘나의 혁신’을 화두로 던지며 “내가 변하고, 우리가 변하고, 그 결과 한국일보가 강해진다”고 했다.


지난해 팬데믹 위기 속에서도 의미 있는 경영성적을 거둔 것에 대해 구성원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격려하는 메시지도 이어졌다. 아직 결산 전이긴 하지만 경향신문, 서울신문, 세계일보, 한겨레, YTN 등이 지난해 흑자를 냈다고 밝혔다. 특히 한경은 “이익 규모만 하더라도 다른 언론사들은 평상시에조차 감히 꿈꾸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은 지난해 “‘1등 신문’ ‘1등 종편’을 이뤄냈다”고 자축했다. 이어 “이를 뛰어넘는 ‘1등 미디어 기업’을 향한 대장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며 전폭적인 지원도 약속했다. 방 사장은 “올해부터 생활자금의 대출한도를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주택자금은 1억원에서 2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국내 대기업 통틀어 최고 수준”이라며 “회사는 여러분이 맘껏 뛸 수 있도록 모든 걸 지원하고,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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