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희망을 밝히는 횃불 되길"

김동훈 한국기자협회 회장 신년사

김동훈 한국기자협회 회장

▲김동훈 한국기자협회 회장

시련과 격동의 해, 경자년을 보내고 근면과 평화를 상징하는 소의 해, 신축년이 밝았습니다. 한국기자협회 1만여 회원 여러분! 희망찬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지난해 매서운 삭풍을 딛고 올해는 새로운 희망과 도전으로 큰 결실을 맺는 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우리 언론계는 지난해 유례없는 세계적 감염병으로 큰 고통 속에 살아왔습니다. 무급 휴직과 임금 삭감이 이어지는 등 크나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꿋꿋하게, 담대하게 잘 견뎌내셨습니다.


지금 우리의 현실은 사면초가입니다. 가짜뉴스가 판치면서 언론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고, 동시에 기자의 사기도 추락하고 있습니다. 우리 기자들은 걸핏하면 언론중재위에 불려가고, 소송에 시달립니다. 이제는 그것도 모자라 민사 손해배상액의 몇 배를 배상해야하는 ‘징벌적손배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징벌적손배제에 찬성하면 개혁이고, 반대하면 반개혁이라는 프레임은 위험천만합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국경없는기자회’가 발표한 세계언론자유지수에서 180개국 중 42위를 차지했습니다. 전년도보다 한 계단 하락했습니다. 10년 전 이명박 정부 때도 언론자유지수는 42위였습니다. 그런데 징벌적손배제가 시행되면 우리나라의 언론자유지수는 더욱 하락할 것이라고 국경없는기자회는 경고합니다.


사명감과 정의감으로 기자의 세상에 뛰어들었지만 우리 주변 환경은 어깨를 짓누르기만 합니다. 기자협회보 조사 결과 기자 직업 만족도는 3년 연속 하락했고, 급기야 지난해 조사에서는 50% 아래(46.4%)로 내려앉았습니다.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뼈아픈 반성과 성찰이 필요합니다. 이제 우리 기자들 스스로 나서지 않으면 신뢰 회복은 불가능합니다. 국민들이 일일이 ‘가짜뉴스’나 ‘정파적 보도’를 판단하고 걸러내기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언론 현장을 지키는 우리 기자들이 개혁의 기수가 돼야 합니다.


우리 기자들은 국민의 박수를 받으며 신명나게 일하고 싶어 합니다. 보수언론·진보언론 가릴 것 없이 권력의 치부를 들춰내며 국민의 지지와 성원을 받았던 4년 전 국정농단 때처럼 말입니다. 그것이 월급 몇 푼 더 받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언론, 저는 개혁과 혁신에서 답을 찾습니다. 우리 스스로 개혁과 혁신의 선봉에 나서 언론의 위기를 극복해야 합니다. 언론이 ‘진영 논리’에 갇혀 서로 평가 절하해선 안 됩니다. 좋은 기사는 진영을 떠나 서로 격려하고 칭찬해야 합니다. 언론이 확증편향에 빠지면 스스로 신뢰를 떨어뜨리는 것입니다. 철저한 ‘게이트 키핑’으로 검증하고 또 검증해 좋은 품질의 기사를 국민들에게 제공해야 합니다.


언론의 공익성과 공공성 강화도 절박합니다. ‘공룡’이 돼버린 포털의 권력화를 하루빨리 해소해야 합니다. 6년마다 깔딱 고개를 넘는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의 연장 또는 일반법 전환도 시급합니다. 신문법과 방송법도 편집권이 온전히 보장받을 수 있도록 개정해야 합니다.


자랑스러운 한국기자협회 회원 여러분!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을 감시·비판하는 사명감과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정의감으로 조금만 더 힘내주시기 바랍니다. 2021년 새해에도 한국기자협회는 회원 여러분들의 자존감 회복을 위한 버팀목이고 기댈 언덕입니다. 아울러 우리 언론이 국민의 희망을 밝히는 횃불이 되길 간절히 염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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