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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매체, n번방 사태로 재조명

범죄 거래수단 악용된 암호화폐… 자금흐름·수익규모 파악 맹활약

최승영 기자2020.04.01 14:44:44

n번방 사건으로 코인데스크코리아 등 국내 기성 언론이 출범한 블록체인 매체가 재조명받고 있다. 암호화폐가 거래수단으로 사용된 텔레그램 ‘성착취 박사방’의 자금 흐름과 범죄수익 규모파악 등에 맹활약하면서다.


코인데스크코리아는 지난달 25일 <‘성착취 박사방’ 조주빈 암호화폐 계좌서 32억 포착> 기사로 조주빈씨 이더리움·비트코인 지갑의 최초 입금 시점과 시기별 거래내역, 금액규모를 보도했다. <18개 거래소에서 ‘박사방’ 220여차례 입금…‘누군지 알 수 있다’>, <조주빈 암호화폐 범죄수익, 은닉·세탁 땐 환수 ‘산 넘어 산’>, <조주빈, 수사에 혼선 주려고 박사방에 가짜계좌 뿌렸다> 등 기사를 내놨고, 지난달 30일 ‘박사방’ 비트코인 자금흐름을 추적하는 시리즈를 시작했다. 조씨는 텔레그램과 암호화폐를 신원을 감추고 수사를 피하는 용도로 활용했는데, 이에 따라 전문지의 노하우와 인적네트워크가 빛을 발하며 타 매체에서 보기 힘든 기사가 이어지는 상태다.


박근모 코인데스크코리아 기자는 “암호화폐마다 특성이 다른데 모두 다 아는 전문가가 없어 각 화폐 전문가에게 따로 묻고 종합하는 작업이 어려웠다”며 “2~3년만 해도 블록체인을 아는 이가 적었던 탓에 지금은 블록체인 분석·보안업체를 설립한 소수 전문가 집단과 네트워크를 공고히 할 수 있었고 (이번 취재에)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간의 취재 역시 복수의 암호화폐 솔루션 기업들과 협업한 결과다.


조씨 체포 이후 n번방 사건 조사는 암호화폐 자금흐름에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익명성이란 특징 때문에 지갑 주소만으론 추적할 수 없는 암호화폐 모네로 거래내역 파악이 과제다. 이를 알아야 범죄수익 몰수 역시 가능하다. 박 기자는 “다크코인인 모네로는 송금자가 아니면 거래내역을 알 수 없어서 이를 보지 않고 추적하는 방안을 전문가와 함께 고민 중”이라며 “문제자금 유입 시 자율적으로 동결하는 등 공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국내외 거래소에서 나오는 상황”이라고 했다.


n번방 사건은 블록체인 매체엔 또 다른 전기이기도 하다. 관련 담론은 2~3년 전 있었던 ‘비트코인 투기담론’ 이후 위축됐고, 다크웹 아동성착취물 판매사이트 웰컴투비디오(W2B) 사건 등이 있긴 했지만 대부분 미래 산업적 측면에 집중돼 있던 터라 이번 사건을 계기로 주류 담론에 들어온 셈이 돼서다. 한겨레신문사의 자회사 22세기미디어(주)가 운영하는 코인데스크코리아의 경우 2018년 3월 창간 당시 4명으로 시작했지만 현재 구성원이 8명(기자 5명)까지 늘었고, 최근 새 대표와 편집장 체제를 맞이한 상태다.


유신재 22세기미디어 대표이사는 “거품이 꺼진 지난 2년 동안 암호화폐 산업은 빠르게 발전해 스스로 생태계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왔고, n번방 사건을 통해 이 같은 노력이 드러나게 됐다고 본다”며 “올해 초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검법)이 개정돼 암호화폐가 법 체계 안에 들어오는 등 암호화폐 산업제도화의 원년이 될 것으로 본다. 사회 중요한 일부분으로 자리잡는 데 필요한 담론을 선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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