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훈 기자협회장 "정필모 비례추천 건, KBS 구성원에 사과… 철회는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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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이 정필모 전 KBS 부사장을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로 추천해 KBS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침해했다는 비판과 관련해 KBS 구성원들에게 사과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명분보다는 실리를 택했다”며 추천 결정은 철회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동훈 회장은 31일 기자협회보와의 통화에서 “미처 KBS지회와 충분히 논의하지 못한 점을 KBS 구성원들에게 사과한다”고 말했다. KBS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이런 상황이 또 생긴다면 그때는 기자협회 집행부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KBS기자협회가 성명을 통해 공개 요구한 사항에 대한 답변이다. KBS기자협회는 지난 30일 성명을 내고 “첫째, 절차와 결과는 물론 그 자체가 부적절한 이번 후보 추천을 지금이라도 철회하라. 둘째, 공식 사과하라. 셋째,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고 요구했다. 김 회장은 추천 철회 요청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KBS 구성원들에게만 사과의 뜻을 밝혔다. 재발 방지 약속과 관련해서는 “이런 우를 다시는 범하지 않겠다”고 했다.



지난 24일 더불어시민당이 발표한 21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 명단에서 정필모 전 부사장이 퇴임 한 달 만에 당선권인 8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자 언론계 비판 여론이 거셌다. 특히 정 전 부사장을 추천한 게 기자협회장과 한국PD연합회장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당 단체와 KBS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결국, 고찬수 PD연합회장은 지난 27일 추천 결정을 철회했다.


KBS기자협회도 지난 30일 추천 철회를 요구하며 “한국기자협회가 여당 비례대표 후보를, 그것도 논란과 지탄의 대상인 위성정당 비례대표 후보를 추천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가”라며 “누가 더 뻔뻔한가를 경쟁하는 위성정당 선거판에 한국기자협회가 그럴싸한 ‘실리’를 내세우며 추천인으로 등장했으니 앞으로 기자들은 무슨 면목으로 권력 감시를 말할 수 있겠는가”라고 성토했다. 또한 “추천 과정에서 김동훈 회장은 각 지회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서 “한국기자협회 권위를 회장이 사유화했다는 비판에 뭐라 답하겠는가”라고 꼬집었다.


기자협회 집행부 등 내부 논의 절차를 생략했다는 지적에 대해 김 회장은 지난 26일 기자협회보와의 통화에서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며 “지나고 보니 아쉬운 부분”이라고 답한 바 있다. 김 회장은 더불어시민당으로부터 기자협회와 PD연합회, 전국언론노조 등 현업 3단체에서 ‘언론개혁’ 인사를 추천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이후 후보자 물색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정 전 부사장에게 전화를 한 것도 서류 접수 마감이 몇 시간 안 남은 시점이었다고 설명했다. 언론노조는 내부 격론 끝에 하루 전 추천 단체에서 빠졌고, 추천서에는 두 단체장만이 서명했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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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기자협회 성명] 모든 것이 잘못된 후보 추천, 한국기자협회는 철회하라

정필모 전 KBS 부사장의 21대 총선 비례대표 출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정 전 부사장이 어떤 과정을 거쳐 후보로 추천되었는지도 드러났다. 정 전 부사장을 추천했던 한국PD연합회는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추천을 철회하기까지 했다. 함께 추천했던 한국기자협회 입장은 아직 그대로다.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명분보다는 실리가 우선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우리는 지금 한국기자협회가 ‘누구를’ 추천했는지 문제 삼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엉뚱한 사람을 추천했다 해도 결국 받아들이고 책임지는 사람은 후보자 본인이기 때문이다. 해묵은 언론인 출마 논쟁을 다시 하자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그 전에 추천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기자협회의 이번 추천은 시작부터 과정, 후보자 적격성에 이르는 결과까지 모두 부적절하다.

언론의 역할은 진실 보도와 권력 감시다. 모든 기자는 각자 맡은 분야에서 진실을 전달하며 크고 작은 권력을 감시한다. 때문에 권력과 거리 두기는 언론인이 요구받는 중요한 윤리 가운데 하나다. 좋은 권력과 나쁜 권력이 있을 수는 있지만 도덕적으로, 실무적으로 완벽한 권력은 없다. 정당 기관지나 정부가 발행하는 소식지가 아닌 이상 기자는 모든 권력을 끊임없이 의심하며 혹여 감춰져있지 모를 진실에 다가가야 한다. 한국기자협회는 그런 기자들이 만든 단체다. 회원 모두가 기자다.

따져보자. 한국기자협회가 여당 비례대표 후보를, 그것도 논란과 지탄의 대상인 위성정당 비례대표 후보를 추천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가. 시민사회단체가 주도한 정당이라는 외피를 둘렀으니 괜찮은가? 여당 대표는 아예 “지역구는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는 더불어시민당”이라는 선거 슬로건을 제안했다. 이제는 속아주고 싶어도 속아줄 수가 없는 상황이다. 누가 더 뻔뻔한가를 경쟁하는 위성정당 선거판에 한국기자협회가 그럴싸한 ‘실리’를 내세우며 추천인으로 등장했으니 앞으로 기자들은 무슨 면목으로 권력 감시를 말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추천 과정에서 김동훈 회장은 각 지회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심지어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KBS기자협회에도 묻지 않았다. 이토록 중요한 사안을 결정하며 회원사 목소리를 들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한국기자협회 권위를 회장이 사유화 했다는 비판에 뭐라 답하겠는가?

KBS기자협회는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절차와 결과는 물론 그 자체가 부적절한 이번 후보 추천을 지금이라도 철회하라. 둘째, 공식 사과하라. 셋째, 재발방지를 약속하라.

2020년 3월 30일
KBS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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