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 화제 된 '강원도 감자 10㎏ 5000원' 기사의 이면

농민들 울며 겨자먹기 처분하지만
강원도 밖에선 '재미의 영역' 해석
도내선 농가의 현실적 어려움 주목

"어려운 사정, 단발 이벤트와 맞물려
재미로 소비… 씁쓸한 뒷맛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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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발 감자 뉴스가 전국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미출하 된 감자 재고 소진에 도지사가 나선 것이 큰 흥미를 모으고 저렴한 가격에 관심 대상이 되면서다. 지역매체에선 높은 기사 조회 수에 반가워하면서도 코로나 국면에서 행정력 분산, ‘울며 겨자 먹기’ 처분에 나선 지역 농민에 대한 우려가 교차하는 분위기다.


지역 일간지 강원일보는 최근 강원도 감자 기사의 파워를 실감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나선 감자 재고소진 관련 기사가 높은 조회수를 연일 기록하고 있어서다. 지난 12일 <“강원도 청정감자 10Kg에 5000원!” 감자 팔아주는 최문순 지사> 기사는 전국 대상 종합일간지·경제지 등과 경쟁하는 네이버 많이 본 기사에서 당일 4시간여 동안 전체 1위, 이날 하루 정치 부문 많이 본 기사 11위에 놓일 만큼 큰 관심을 얻었다. 강원일보 한 기자는 “앞선 기사는 (23일 현재) 34만3539명이 봤고, 댓글만 560여개가 달릴 정도였다. 디지털용 후속 감자 기사들 역시 조회수가 높다”며 “최 지사의 경우 농산품을 처음 판매한 게 아닌데 갑자기 빵 터져 예상치 못했고 매우 놀랐다. 감자와 관련한 기획기사를 별도로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국적으로 강원도 감자에 대한 관심은 이상 현상이라 할 정도다. 매일 오전 10시 수십만명이 스마트폰 등으로 하루 1만 상자만 풀리는 감자 구매를 위해 ‘감자 대전’에 참여한다. 아이돌 콘서트 ‘티케팅’과 비견해 SNS에선 ‘포케팅’이란 용어를 사용할 정도다. 이에 전국 대상 여러 매체에서도 관련 기사와 콘텐츠를 쏟아내고 있다.



예상치 못한 화제에 지역 매체 기자들은 반가움을 드러내면서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지역 방송사 한 기자는 “미담이 시류가 되고 도내 지자체에서도 유행이 됐다. 농가를 돕는다는 취지는 좋지만 도내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추가되는 상황에서 행정력 수반이 이 시류에 올인을 하면 역량이 분산될 수밖에 없지 않나”라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얘기되는데 감자 싹을 따러 공무원이 현장에 동원된다. 경제회생은 중요하지만 선후가 필요하고 방역은 종식선언 때까지 긴장의 끈을 늦추면 안 된다는 점에서 걱정”이라고 했다.


수도권과 지역에서 뉴스를 주목하는 방식에서 괴리도 확인된다. 강원도 이외 지역에서 감자 뉴스는 ‘재미의 영역’이었다. 특히 최 지사의 친근한 외모와 감자라는 작물의 생김새를 결부해 흥미를 표한 측면이 컸다. 마침 코로나 국면으로 사회 전반 분위기가 경직됐던 터 즐거운 뉴스에 대한 수요는 상당했다. 반면 지역언론에선 농가의 ‘현실적 어려움’을 지속적으로 주목해 왔다. 4월 햇감자 파종 전 저장감자를 헐값에라도 처리해야하는 농민들의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지역 통신사 한 기자는 “강원도 마케팅으로 대다수 소비자는 10㎏에 5000원을 적정가로 여길 테지만 도매에서도 불가능한 가격이고 농민들은 눈물을 머금고 처분하는 것”이라며 “그간 선거 국면 등에서 최 지사는 감자 이미지를 잘 활용해왔는데 이번 최고 수혜자 역시 농가는 확실히 아니다. 어려운 사정이 단발성 이벤트와 맞물려 재미로 소비되는 데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고 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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