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마저 속보 경쟁… 인터넷 커뮤니티 글 받아쓰기도

[오보 양산… 클릭수 높이려다 망신]
YTN, 산 사람을 사망했다고 보도
머투, 온라인 글 검증없이 내보내
세계·조선일보 보도도 논란

타사 오보 확인도 없이 받아쓰고
외부 지적 받으면 고치거나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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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진 가운데 언론사들의 코로나19 관련 오보가 속출하고 있다. 더욱 철저한 사실 확인 후 보도해야 하는 시점이지만, 코로나19 기사도 속보 경쟁과 클릭수를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YTN은 지난 13일 <“마스크 달라” 대기 줄에 ‘버럭’ 70대 쓰러져 숨져>를 단독 보도했지만, 해당 기사는 오보로 밝혀졌다. 기사에서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기다리던 70대 남성이 쓰러져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마스크를 빨리 사게 해달라고 항의하던 남성은 쓰러진 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으나 해당 남성은 사망하지 않았다. YTN은 해당 기사를 삭제하고 사망에서 중태로 내용을 수정한 <‘마스크 빨리 달라’ 항의하던 70대 쓰러져 중태> 보도로 바꾸고, 오보 경위와 사과가 담긴 정정보도문을 함께 실었다. 수정된 기사는 현재 삭제된 상태다.


조선일보는 지난 9일 지면에 <코로나 난리통...조합원 교육한다고 딸기밭에 간 서울대노조>, <“대구 거주자 아니다” 거짓말...서울 백병원 뚫렸다>를 보도했지만 모두 오보로 판명이 났다. 조선일보는 각각 지난 11일, 13일 지면에 <바로잡습니다>를 실어 기사를 정정했다.


(왼쪽부터) 머니투데이는 지난 5일 보도한 <‘우린 KF94 보냈는데’...불량 마스크 보내온 중국?>기사가 사실 관계가 틀렸음을 알리고 오보 경위와 사과를 담은 알림 기사를 지난 7일 올렸다. YTN은 지난 13일 <“마스크 달라” 대기 줄에 ‘버럭’ 70대 쓰러져 숨져>를 단독 보도했지만, 오보로 드러나 같은날 정정보도문을 실었다.

▲(왼쪽부터) 머니투데이는 지난 5일 보도한 <‘우린 KF94 보냈는데’...불량 마스크 보내온 중국?>기사가 사실 관계가 틀렸음을 알리고 오보 경위와 사과를 담은 알림 기사를 지난 7일 올렸다. YTN은 지난 13일 <“마스크 달라” 대기 줄에 ‘버럭’ 70대 쓰러져 숨져>를 단독 보도했지만, 오보로 드러나 같은날 정정보도문을 실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내용을 검증없이 그대로 기사로 내보내기도 했다. 머니투데이는 지난 5일 <‘우린 KF94 보냈는데’...불량 마스크 보내온 중국?> 온라인 기사에서 “인천시가 중국 웨이하이시로부터 받은 마스크 20만 장이 ‘부적합’ 판정을 받은 물품”이라고 보도했다. 이날 인천시가 해명자료를 내면서 오보로 드러났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의 지난 6일 온라인 모니터에 따르면 머니투데이는 극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올라온 주장을 인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머니투데이는 같은 날 제목을 <‘우린 KF94 보냈는데’...중국이 보내온 마스크는?>로 바꾸고 기사에 인천시의 반론과 수정된 기사 내용을 설명한 글을 추가했다. 민언련은 “민감한 감염병 사태에서 ‘중국이 보낸 마스크가 부적합 판정 받았다’는 낭설을 유포했다는 점은 치명적”이라며 “뒤늦은 기사 수정과 사과만으로는 이미 오염된 여론을 되돌릴 수 없다. 진심으로 오보를 바로잡고 싶다면 최초 기사를 삭제하고 구체적인 오보 경위와 정정, 사과를 담은 별도의 기사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후 지난 7일 머니투데이는 기사를 삭제하고 알림 기사를 통해 오보를 낸 경위와 사과문을 올렸다.


더 큰 문제는 언론사들이 오보를 내거나 잘못된 부분이 확인돼도 설명 없이 기사를 수정하고, 아예 기사를 삭제한다는 점이다. YTN이 지난 13일 ‘70대 노인 사망 오보’를 보도한 이후 뉴스1, 한국경제가 해당 내용을 그대로 따라 썼지만, 이후 설명 없이 내용만 수정하거나 기사를 삭제했다. 어느 때보다 구체적인 설명과 정정, 사과가 필요하지만, 언론의 무책임한 모습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세계일보의 지난 10일 <일본은 마스크 5부제 안 해도 1인1매 구매한다...시민의식+> 기사도 문제가 됐다. “일본에도 마스크 사재기와 되파는 행위가 있음에도 마스크는 대부분 매장에 배치되고 있고 시민들도 1인당 1매만 구매하고 있다는 점”이라는 기사 내용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는 일본 현지 거주자들의 댓글이 쇄도했다. ‘일본에서 마스크 구하지 못한 지 오래’라는 것이다. 다음날 세계일보는 기사 제목을 <일본이 마스크 1인 1매 구매하는 이유...시민의식과는 차이>로 바꾼 것으로 일단락했다.


주영기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는 “하나의 오보가 뉴스 소비자의 위기대응 능력과 판단에 심각한 타격을 가할 수도 있다. 오보의 문제는 그것을 줄이는 것도 하나의 목표지만 오보에 대해 바로잡는 빈도를 높이는 것도 저널리즘의 질적 고양을 위한 목표임을 인식해야 한다”며 “감염병 위기는 또다시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기자협회뿐만 아니라 데스크, 국장 보도본부장급 모임을 통해 이번 보도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돌아보고 다음에 재연하지 않기 위한 가이드라인이나 원칙들을 수립하는 실천적 자기 학습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박지은 기자 jeeniep@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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