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혁신 근간에 놓이는 CMS 개편 작업이 새해 벽두 몇몇 신문사에서 일제히 추진되고 있다. 조선일보는 미국 유력지 워싱턴포스트의 AI 콘텐츠 관리시스템을 들여왔고, 한국일보와 서울경제신문은 국내 업체와 협업을 통해 CMS 구축에 한창이다. 향후 기자들의 업무방식과 콘텐츠 성격 변화는 물론 조직 개편까지 파장이 미칠 수 있는 움직임에 언론계 관심이 쏠린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11월 워싱턴포스트와 AI CMS ‘아크’(Arc) 도입 계약을 마무리하고 1월 말~2월 초부터 커스터마이징 작업을 진행키 위해 논의 중이다. 한글화를 비롯해 기존 CMS·서비스와의 연결, ‘조선닷컴’의 아크 기반 전환, 국내 시장에 맞춘 아크 플랫폼 구축 등이 필요하다. 3월쯤 베타 테스트, 상반기 내 “아크를 접목시킨 새로운 미디어 서비스” 론칭이 거론된다. 구축 비용까지 포함해 총 250만 달러(29억원)를 들였다. 사스(Saas) 기반 클라우드 서비스인 만큼 아마존웹서비스(aws) 이용에 따른 추가 지출도 이뤄진다. ‘한국화’ 작업에 대한 권리 성격으로 수 년 간 국내시장에서 독점적인 사용이 계약조건에 담겼다.
13~14년 전 도입한 기존 CMS와 비교해 아크는 기능면에서 월등히 우월하다. 단순한 기사 작성기가 아니라 광범위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콘텐츠와 광고, 비즈니스 전반에 활용할 수 있는 도구다. 특히 콘텐츠 생산·유통과 관련해 기사 제목이나 온라인 지면 편집에 선택지를 주고 독자 선호를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A/B 테스트’, 선거나 스포츠 결과 등에 대한 AI 기사작성 모듈 ‘헬리오그래프’, 기사 인기도를 예측하는 ‘바이럴리티’ 등 기능은 잘 알려져 있다.
우진형 조선일보 디지털전략실장은 “아크를 들여왔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디지털 중심으로 가기 위해 콘텐츠와 조직운영을 어떻게 할지, 지면만 보고 일하는 방식을 어떻게 바꿀지가 주 작업”이라며 “디지털 전환에 대한 큰 내부 공감대 아래 적극 논의하며 방향을 잡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지난해 8월 독자적인 CMS 구축을 함께 할 국내 업체를 선정하고 프로젝트를 본격 진행해 왔다. 인프라서버와 홈페이지까지 손보는 대규모 디지털 개편 작업이 추진 중이다. 3월 말~4월 초 CMS 1차 버전을 내부에 선보인다는 목표지만 내부에선 창간일이 포함된 6월쯤을 거론하기도 한다. 지난 2014년 ‘한국일보 사태’를 겪고 ‘한국아이닷컴’과 분리되며 급하게 구축된 현 CMS는 충분한 기능을 갖추지 못했다는 평을 받아온 터다.
디지털전략부가 주도하는 CMS 개편엔 총 23~24억원이 투입됐다. 사진, 영상 등 언론사 DB를 기자들이 손쉽게 검색해 기사에 활용토록 하고, “기자들의 업무 플로우에 매우 유용한 몇몇 기능들도 기획되어 준비되”는 상태다. 특히 GA(구글 애널리틱스) 등에 의존한 기존과 달리 콘텐츠·독자데이터 분석시스템이 구축돼 모든 기자가 기사 유통과 독자반응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이영성 한국일보 사장은 신년사에서 “몇 달 후면 한국 언론 중에서 최고의 CMS를 갖출 것”이라며 “독자 분석시스템이 마련되면 엄밀한 과학적 분석을 통해서 (우리만의 콘텐츠가 무엇인지 결정하는 게) 가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고주희 한국일보 디지털전략부장은 “인터넷환경에서 뉴스 유통을 하면서 반응과 유통현황, 통계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다. 현재 개발범위가 어마어마해 초기엔 기본 기능에 충실하겠지만 향후 기자들이 사용하며 더 좋은 시스템으로 만들어 갈 수 있으리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경제신문도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사업에 선정돼 올해 4분기 오픈을 목표로 CMS 구축 작업에 돌입했다. 기존 선정된 언론사의 시스템을 참고하고, 이전 서울시스템의 CMS와 향후 AMI의 시스템 싱크를 맞추는 등 작업을 위해 테스트를 하고 있다. 이연선 서울경제 디지털미디어센터 온라인운영팀장은 “초기단계지만 직접 웹 접속이 돼 기자들의 기동력이 확실히 좋아질 것으로 본다. 기사 작성과 송고, 승인 등을 모바일로도 할 수 있게 할 계획”이라며 “독자분석시스템은 현 버전에 포함되지 않았는데 고도화 작업 때 추가하려 한다”고 했다.
CMS 구축은 콘텐츠 생산과 유통, 데이터 수집과 분석 차원을 넘는 변화를 야기할 수 있다. 플랫폼에 맞는 생산 콘텐츠 성격 변화, 이에 맞춘 조직개편 등이 담보되지 않고선 ‘총을 들고선 칼처럼 휘두르는 일’에 그칠 수 있어서다. 실제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이 아크 도입 효과를 거론한 신년사에서 “100년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신문과 디지털의 장벽을 없애야 한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디지털과 지면을 각각 담당한 조선비즈와 조선일보의 이원화된 구조가 변동하리라는 예측도 나온다.
조선일보 한 기자는 “CMS는 가져왔지만 부사장이 지분을 가진 조선비즈와 관계는 어떡할지 기자 업무방식은 어쩔지 결정난 게 없다. 조직과 콘텐츠가 같아선 달라지지 않는 건데 별 말이 없는 상황”이라며 “TF 설명회 자리에서 ‘이걸 왜 나한테 설명하냐’는 기자가 있올 정도인데 디지털마인드는 충분할까. 목전에 온 변화에 너무 나이브하다고 본다”고 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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