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을 향한 징계의 칼춤은 거세게 몰아쳤고, 하루아침에 권력의 품에 안긴 언론인들은 또 나왔다. 돈을 받고 홍보기사를 써주는 언론사의 민낯이 드러났고, 권력은 공영방송 이사회를 장악하기 위해 뉴라이트 인사를 대거 포진시켰으며 인터넷 여론 통제의 고삐를 쥐었다. 국무총리 후보자는 자신에 대한 보도 내용에 불만을 터뜨리며 “(기자들) 웃기는 놈들 아니야 이거”라고 막말을 했다. 언론인들은 민주주의 퇴행에 맞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을 반대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기자협회보가 선정한 ‘2015년 미디어 10대 뉴스’의 주요 내용이다. ‘10대 뉴스’는 기자협회보 기자들의 개별 추천과 토론, 편집위원들의 투표를 거쳐 선정했다.
<끝없는 징계·재징계·해고>
언론사들이 징계의 칼춤을 춘 한 해였다. 지난달 18일 KBS는 사내 게시판 코비스에 욕설과 함께 공정보도를 요구하는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경영직군 신모씨를 해고했다. 올해 초 회사를 비방하는 웹툰을 SNS에 올렸단 이유로 3년차 권성민 예능PD를 해고하며 구설수에 오른 MBC는 잇따른 재징계로 직원들의 복귀를 막았다. 지난해 4월 미국산 쇠고기 파동을 보도한 ‘PD수첩’ 제작진을 상대로 재징계를 내리는가 하면, 대법원으로부터 해고무효 확정판결을 받고 2년6개월만에 돌아온 이상호 기자에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같은 기간 대전일보에서는 장길문 기자가, 연합뉴스에서는 김태식 기자가 회사 밖으로 내몰렸다. 칼바람의 2015년이었다.
<요동치는 뉴스 플랫폼…디지털 드라이브>
주요 언론사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디지털 분야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카드뉴스, 인터랙티브뉴스 등 온라인 전용 콘텐츠 제작에 공을 들이는 것은 물론이고 페이스북, 카카오톡채널 이외에 빙글, 캐시슬라이드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한 콘텐츠 유통 확대까지 모색하고 있다. 온라인 콘텐츠 제작을 효율화하기 위한 ‘통합CMS(Contents Management System)’도입에도 관심이 커지면서 파이낸셜뉴스, 한국일보 등에 이어 한겨레도 동참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중앙일보는 지난 9월 창간 50주년에 맞춰 ‘중앙 혁신보고서’를 내놓고 후속 작업으로 여러 매체의 취재인력을 통합시키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겨레, 세계일보 등도 체형에 맞는 디지털 조직개편 작업에 나섰다. (사진=뉴시스)
<언론인 처벌 포함 ‘김영란법’ 논란>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은 올 상반기 언론계를 강타한 뜨거운 이슈 중 하나였다. 당초 예상과 달리 공직자 외에 언론인 등도 법 적용대상에 포함되면서 직무 관련성과 상관없이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형사처벌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논란이 가열되자 처음 관련법을 제안한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지난 3월 기자회견을 열고 “‘김영란법’은 위헌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언론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며 대한변호사협회 등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다. 헌법재판소는 이르면 내년 초 언론인을 ‘공직자 등’으로 정의한 게 평등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사진=뉴시스)
<이완구 총리후보자의 언론 협박>
지난 1월23일 청와대가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새 총리로 지명한 이후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다방면의 의혹검증 작업이 진행됐다. 그러다 2월6일 KBS가 ‘뉴스9’를 통해 이 총리 후보자가 언론사에 외압을 행사한 사실을 폭로하면서 순식간에 여론은 악화됐다. KBS는 이 후보자의 육성 녹취록을 공개하며 이 총리 후보자가 1월 말 시내 한 식당에서 정치부 기자들을 만나 언론사 간부들과의 친분을 통해 자신의 의혹과 관련된 방송이 나가는 것을 막았고, 인사에 개입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즉각 사퇴 여론에도 이 후보자는 2월16일 국회에서 국무총리에 임명됐다. 결국 그는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연루되면서 국무총리에서 낙마했다. (사진=뉴시스)
<전방위적 인터넷 여론통제>
올해 정부여당은 인터넷여론을 통제하기 위한 전방위적 조치를 취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난 9월 포털뉴스가 야당에 편향됐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하며 시작된 ‘포털 길들이기’는 국정감사에 포털 관계자를 소환하는 조치까지 이어졌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10일 인터넷 게시글의 명예훼손 심의를 제3자 신청과 방심위 직권으로 착수, 삭제 등의 조치를 가능케 하는 정보통신 심의규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정치인 등 권력자에 대한 비판글을 삭제하는 식으로 오·남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던 터였다. (사진=뉴시스)
<언론인, 또 하루아침에 청와대행>
박근혜 정부의 ‘언론인 청와대 기용’이 올해도 계속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13년 이남기 SBS미디어홀딩스 대표이사가 홍보수석에 임명된 후 지난해 민경욱 KBS 문화부장이 대변인, 윤두현 디지털YTN 사장이 홍보수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올해는 김성우 SBS 기획본부장이 홍보수석으로, 정연국 MBC 시사제작국장이 대변인으로 하루아침에 정권의 입이 됐다. 현역 언론인이 정치권으로 자리를 옮길 경우 최소한의 공백 기간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언론 윤리다. 공공성 확보를 위해 현직 언론인이 정치로 곧바로 나갈 수 없게 하는 법적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당장 현실화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사진=뉴시스)
<공영방송 장악한 극우 인사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8월 KBS와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의 차기 이사를 확정했다. 뉴라이트계 학자인 이인호 KBS이사장이 연임에 성공했으며,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도 이때 이사진에 합류했다. 세월호 유가족을 비난해 온 차기환 변호사는 8·9기 방문진 이사를 역임하더니 이번엔 KBS이사가 됐다. 대표적인 뉴라이트 인사로 거론되는 김광동 방문진 이사도 3연임을 이어갔다. “동성애자는 더러운 좌파”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조우석 KBS이사도 ‘국민의 방송’ 이사진에 이름을 올렸다. 이로써 극우·친박·문제적 인사들이 공영방송사의 최고의결기구인 이사회를 채우게 됐다. (사진=뉴시스)
<“기사 팝니다” 대놓고 정부 홍보하는 언론>
2015년은 정부부처의 돈을 받고 홍보기사를 써주는 언론사들의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난 한 해였다. 지난 8월엔 채널A와 매일경제, 머니투데이, 한국경제 등이 총 60여억원의 돈을 받고 고용노동부의 협찬기사를 쓴 것으로 드러났다. SBS와 조선일보, 매일경제 등도 보건복지부의 홍보기사를 써주는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중앙일보는 국방부 홍보대행사로부터 1억원을 받고 4차례 이상 기사를 게재해 구설수에 올랐다. 본지와 새정치민주연합 배재정 의원실이 ‘정부부처 언론홍보 예산집행 현황’을 분석한 결과 농림축산식품부를 비롯해 병무청, 농촌진흥청 등 산하기관들도 대행사를 동원해 기사를 의뢰하고 언론은 관련기사를 무더기로 쏟아낸 것으로 드러났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현업 언론인 시국선언>
현업언론인 4713명이 한국사 교과서 강행을 반대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언론인들은 “역사를 권력의 입맛대로 기록하려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한다”며 “역사 역행, 민주주의 퇴행에 맞서 불복종을 선언하고, 국민들의 희생과 피땀으로 일궈온 민주주의와 저항의 역사를 반드시 지켜내고 기록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앞서 연합뉴스와 KBS가 시국선언에 참여하는 기자들에게 ‘인사 상 불이익 조치’할 것이라고 경고해 논란이 일었다. 실제로 연합은 노조위원장에게 감봉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당시 노조는 “시국선언 참가는 지극히 정당한 조합활동이다. 근거 없는 징계에 몰두하지 말고 공정보도를 바로 세우기 위한 작업부터 진행하라”고 촉구했다. (사진=뉴시스)
<기자 폭행에 물대포…경찰의 취재 방해>
지난 9월23일 민주노총 총파업 집회를 취재하던 기자들에게 경찰이 폭력을 행사한 일이 벌어졌다. 당시 경찰은 취재기자라는 사실을 거듭 밝힌 김규남 한겨레 기자의 목을 뒤에서 조르며 강제로 연행을 시도했고, 카메라를 들고 있는 정의철 민중의소리 사진기자에게도 캡사이신을 뿌리며 연행하려 했다. 당시 경찰은 종로라인 기자단의 강력한 재발방지 요구에 “취재가 보장될 수 있도록 존중하고 대우하겠다”고 답했지만 지난달 14일 열린 1차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기자들에게 최루액이 섞인 물대포를 쏘며 공권력을 남용했다. 당시 박정호 오마이뉴스 기자를 비롯해 수십 명의 기자가 다치거나 취재 장비가 손상됐다. (사진=노동자연대 이미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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