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 앞에서 MBC 노조가 방문진의 PD수첩 진상조사위 설치 요구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PD수첩’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하루 만에 철회했다.

방문진은 3일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 방문진 사무실에서 이사회를 열어 전날 심의 안건에 상정한 'PD수첩 진상조사위' 설치 요구를 결의하지 않았다. 대신 방문진 이사들 다수 의견으로 MBC에 PD수첩 자체 조사를 요구했다.

방문진 대변인 격인 차기환 이사는 “방문진 이사 다수가 아이티 보도에 대한 MBC의 조사처럼 PD수첩에 대한 자체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며 “김우룡 이사장이 엄기영 사장에게 이런 내용을 전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차 이사는 “PD수첩 ‘광우병’ 편에 대한 형사 소송에서 MBC가 승소한 상황에 진상조사위 설치 요구는 적절치 않다는 의견과 형사소송과 정정보도 청구소송의 재판 결과가 다르고, ‘형사소송 1심 PD수첩 무죄’ 편 보도로 사회적 갈등이 일어나고 파문이 생긴 만큼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팽팽했다”고 말했다.

차 이사는 “자체 진상조사는 강제사항도, 권고도 아닌 방문진 의견을 MBC에 전달하는 것”이라며 “(진상조사 과정이나 결과 등을) 보고하지 않는다면 사태 진전을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문진의 이런 결정은 1년 6개월의 검찰 수사가 무죄판결을 받은 상황에서 진상조사위를 꾸려도 새로운 내용이 나올 가능성이 낮은 데다 무엇보다도 MBC 내부의 강한 반발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날 MBC 노조는 방문진 앞에서 팻말시위를 하며 방문진의 PD수첩 진상조사를 강하게 비난했다.

이근행 노조위원장은 “PD수첩 진상 조사는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엄기영 사장 등 경영진을 물갈이하고 낙점인사를 투하해 MBC를 조직적으로 장악하려는 시도”라며 “총파업 찬반투표 등을 거쳐 MBC를 지키기 위한 싸움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이사회에서 엄기영 사장은 최근 사과방송을 내보낸 아이티 보도와 관련해 방송 경위와 자체 진상조사 결과를 보고했으며 “샤워와 매트리스, 맥주 부분 등은 추가로 조사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문진은 인터넷 등에서 지적한 문제점에 대해 철저한 진상조사를 주문하고, 담당 기자가 왜곡 보도와 경솔한 보도를 한 전력이 있다는 내용이 인터넷에 돌고 있으니 오해없이 조사를 하라고 지시했다.

차기환 이사는 “MBC가 추가조사를 하겠다고 했으니 방문진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