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연합, 만우절 기사 낚였다
확인 없이 외신 게재…검증절차 없는 속보주의 결과
김창남 기자
kimcn@journalist.or.kr
2008.04.09 14:51:03
중앙일보와 연합뉴스가 외신이 보도한 ‘만우절 기사’를 그대로 게재했다가 사과하는 등 우리 언론의 ‘외신 맹신주의’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전세계 언론이 지난 1~2일 만우절을 맞아, 기상천외한 거짓기사를 선보인 가운데 중앙과 연합이 ‘만우절 기사’의 희생양이 됐다.
이 같은 오보는 외신에 대한 맹신과 그 나라의 문화에 대한 이해부족, 그리고 속보주의가 맞물려 양산됐다는 게 중론이다.
연합은 3일 ‘전문취소’를 통해 “2일 오후 8시22분 송고한 연합 ‘‘알프스 소녀’하이디, 파란만장했던 80년 회상’제목의 기사는 만우절 기사로 확인돼 전문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연합은 지난 2일 “명작 동화 ‘알프스 소녀 하이디’의 실존 모델이었던 하이디 슈발러(92) 할머니가 스위스의 루에탈이라는 마을에서 여생을 보내고 있으며 인터뷰를 통해 파란만장했던 자신의 일생을 회고 했다”며 스위스 국제방송을 인용해 기사화했다.
또 연합은 앞서 1일 중앙일보가 오보를 했던 것과 같은 내용의 기사(‘브루니에 감명받은 英총리 “우리도 스타일 바꿔”’)를 게재했다가 만우절 기사로 판명돼, 이 기사 역시 홈페이지에서 내렸다.
연합은 “경위를 불문하고 혼란을 일으킨데 대해 회원사와 독자들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외신 보도의 사실 여부를 철저히 확인해 정확한 기사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중앙 역시 지난 2월 중국 폭설사진 오보에 이어 ‘만우절 기사’를 그대로 게재한 뒤 사과의 글을 냈다.
중앙은 지난 2일 “브루니, 영국인 좀 세련되게 해주세요”란 제하의 기사를 게재했으나 이 기사는 가디언이 만우절을 맞아 만든 거짓 기사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중앙은 3일 지면(17면)을 통해 “독자 여러분께 혼란을 일으킨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 기사는 영국의 권위지 가디언 인터넷판이 1일 보도한 내용을 토대로 작성했다”고 밝혔다.
순천향대 장호순 교수(신문방송학)는 “외신보도의 맹신주의와 그 나라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그대로 받아쓰는 바람에 생긴 문제”라며 “언론이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크로스 체크를 해야 하는데 최소한 검증 절차도 거치지 못하면서 사과하는 사태까지 이르게 됐다”고 지적했다.
김창남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