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끔찍한 사고다. 피해자가 어린 학생들이라는 점에서 더 안타깝다.”
세월호 침몰 5일째인 20일, 세월호 희생자 시신 발견이 점점 늘어나면서 진도에서 취재 중인 외신기자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실종자 가족을 취재하며 눈시울을 붉히는 외신기자들이 있는가 하면 브리핑 내용을 듣고 한숨을 내쉬는 기자들도 있었다. 미국 CNN의 폴라 핸콕스 기자는 “실종자뿐만 아니라 모두가 슬퍼할 충격적인 사고”라고 말했다.
AP, AFP, 로이터, CNN, 알자지라, 교도통신, 후지TV, 주니치신문, BBC 등 수많은 외신들은 세월호 사고 발생일인 16일부터 5일째인 이날까지 진도 현장에서 취재 활동을 벌이고 있다. 국적도 다양하다. 미국, 중국, 일본, 영국을 비롯해 베트남과 덴마크, 독일 언론사들도 한국으로 기자들을 급파하고 있다.
▲ 베트남 통신사 기자가 팽목항을 배경으로 리포트를 하고 있다. 베트남 외에도 덴마크, 독일, 프랑스 등 다양한 국적의 언론사들이 한국으로 취재기자를 급파했다. | ||
독일 일간지 빌트(Bild)의 한 기자는 “사고가 터지자마자 데스크에서 바로 한국으로 가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며 “독일에서도 이번 사고를 매우 중대하게 보고 있고 계속해서 일간지 1면과 온라인판 메인에 세월호 사고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주니치신문의 기노시타 다이스케 기자도 “이웃나라에다 대형사고라 회사에서 급하게 취재를 보냈다”며 “현재 총 4명이 진도를 취재 중”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주로 팽목항과 진도체육관 등에서 구조상황과 희생자 가족들의 모습, 정부 발표를 취재해 타전한다. 또 해경 경비정이나 민간 어선을 타고 사고 현장에 직접 나가 국내 언론 못지 않은 생생한 장면을 보도하기도 한다. 미국 NBC의 한 기자는 “희생자 가족들을 취재하는 경우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며 “인터뷰 할 의향이 있으신 분들 위주로 취재 요청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언론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탓인지 실종자 가족들은 주로 외신기자에게만 취재 협조를 하고 있다. 팽목항과 진도체육관 곳곳에서 실종자 가족을 인터뷰하는 매체가 모두 외신인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국내 언론은 실종자 가족 근처에 접근하지 못하거나 암암리에 조용히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었다. 일본 NTV의 한 카메라기자는 “실종자 가족이 먼저 찾아와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요청하기도 한다”며 “한국 언론에 대한 불신이 커 외신에게만 협조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실종자 가족이 일본 NTV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국내 언론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탓에 실종자 가족들은 외신에게만 취재 협조를 하고 있다. | ||
외신들은 한국 언론의 보도 실태를 우려하는 한편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일본 NTV의 카메라기자는 “한국 언론이 오보도 많고 왜곡도 많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한국 언론의 오보를 지적하기도 했다. 일본 주니치신문의 기노시타 다이스케 기자는 그러나 “잘못된 점도 있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일본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면 다를 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의 무능함을 질타하는 외신도 있었다. 미국 NBC 기자는 “한국 정부의 위기관리대응 매뉴얼이 없는 것 같다”며 “매번 비슷한 사고가 일어나는데 더 이상 많은 희생자가 나오는 이런 사고는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17일 “세월호 침몰 사고를 통해 대한민국 리더십의 명과 암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본보 4월20일 온라인에 게재된 '외신기자의 슬픔' 기사 중 알자지라 방송의 한 프로듀서가 말했다는 "한국은 리더십이 실종된 나라"라는 내용은 당사자를 직접 인터뷰한 게 아니라 현지 취재 과정에서 전해들은 내용입니다. 알자지라 방송의 한 프로듀서는 "이같은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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