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애·봉사·애국이 나의 정신…언론이 잘돼야 나라가 바로 서"

[이슈 메이커] 이길여 가천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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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범람 시대 언론이 중심 잡아주길


이길여 가천대 총장은 지난 3월8일 여성의 날을 맞아 뉴스위크가 선정한 ‘세계의 여성 150’에 이름을 올렸다. 이 총장이 의료·교육·언론·문화 등 다양한 사회활동을 벌인 점을 평가한 것이다. ‘여성 150인’ 선정 뒤에는 그에게 쏟아지는 사회적 관심이 더 커졌다. 하지만 이 총장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국내 최초 산부인과 여의사로 출발해 사재를 털어 의료법인을 세운 데 그치지 않고 지난해에는 입학정원 기준으로 국내 3위의 사립대학이 된 통합 가천대를 출범시킨 이력은 언론이 선호하는 ‘입지전적 인물’의 전형이다. 가천대는 수많은 기자 출신 교수와 간부들이 주요 위치에서 활약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어느 오피니언 리더보다 왕성한 활동과 젊어 보이는 외모 덕분에 애써 기록을 찾지 않으면 나이를 짐작하기 힘든 그를 봄이 찾아온 캠퍼스에서 만났다.

-뉴스위크의 ‘세계의 여성 150인’에 선정된 소감은.
“평생을 의사와 교육자로 살아왔다. 그동안 환자를 따뜻하게 돌보고 학생들을 마음으로 대하며 실천해 온 ‘박애, 봉사, 애국’의 정신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것 같아 뿌듯하다. 진심은 통하듯 제가 하는 일에 공감하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박애, 봉사, 애국’의 재단정신도 점점 공감의 폭을 넓혀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많은 분들이 나눔과 돌봄을 이야기한다. 그만큼 많은 분들이 나눔과 봉사에 공감하고 있다는 희망의 증거다. 나누는 ‘봉사의 정신’, ‘공존의 정신’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 질 것이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어 가는 데 계속 앞장설 것이다. 우리 학생들이 국내는 물론 베트남과 동티모르, 캄보디아 등지에서 봉사활동을 하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도 우리가 가진 의료와 교육 인프라를 바탕으로 국경을 넘는 봉사를 적극적으로 실천해 나갈 계획이다. 우리 학교 학생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젊은이들 가운데 봉사의 철학을 계승해 주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의료, 교육, 언론,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리더로서 공통적으로 실현하고자 하는 철학이 있는지.
“종합공익재단인 가천길재단은 의료, 문화, 교육, 언론, 봉사를 아우르고 있다. 재단은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바람을 일으키고자 한다. 사람은 누구나 고귀하고 평등하며(박애), 어렵고 고통 받는 이들을 돕는 것(봉사)은 나의 행복이다. 또한 질병퇴치와 인재양성으로 국가에 기여(애국)해야 한다는 신념을 실현하는 데 전 생애를 바쳤다. 나는 이웃이나 사회, 국가와 따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내 삶이 이웃을 위해, 사회를 위해, 국가를 위해 도움만 될 수 있다면 그것이 나의 소명이자 행복이다. 박애·봉사·애국을 가천길재단의 이념으로 삼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나로 인해 이웃과 사회, 국가에 도움이 된다면 그것으로 감사할 따름이다.”

-언론에서도 이 총장을 다각도로 조명하고 있는데 언론에 바라는 점은 없는가.
“평소 언론이 잘돼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언론이 나를 비롯해 우리 대학에 관심을 가져줘 감사하다. 요즘 미디어환경이 급변하는 것 같다.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정제되지 않은 많은 정보들이 무분별하게 범람한다는 단점도 있다. 언론에서 중심을 잡고 정확한 정보제공과 올바른 여론 형성을 위해 앞장서 줄 것을 당부한다.”

기자 출신들 능력 뛰어나 많이 등용



   
 
   
 
-기자 출신들을 주변에 중용하고 있는데.

“기자 출신들과 같이 일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 사안의 핵심을 짚어내는 데 탁월하다. 판단이 정확하고 빠르다. 어느 직종 출신보다 뛰어난 능력을 보여준다. 가천대를 널리 알리는 데도 솔선수범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 학교에 기자 출신들이 많아진 것 같다. 앞으로 우리 대학 출신의 언론인도 더욱 늘어나도록 지원하려 한다.” (현재 김충식 교수(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동아일보), 송양민 보건대학원장(조선일보), 양승현 가천길병원 행정원장(서울신문), 오대영 교수(대외협력부처장·중앙일보), 이상우 가천학원 상임이사(문화일보), 이원섭 교수(한겨레), 이종현 교수(매일경제), 최성근 홍보팀장(세계일보, 이상 가나다순) 등 다수의 기자 출신들이 활약하고 있다.)

-그간 활발한 사회활동을 벌여왔는데 정치 입문을 생각해본 적은 없었나.
“권유를 받은 적은 있다. 하지만 이 일을 통해 사회에 봉사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통합 가천대 출범 2개월이 지났는데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통합 이후 가천대는 종합대학으로 다시 태어났다. 메디컬 캠퍼스(인천)의 의대와 약대, 글로벌 캠퍼스(성남)의 한의대 등 기초 의과학 인프라를 골고루 갖추고 인문과학과 자연과학을 망라했다. 한 해 신입생 모집인원이 4500명에 이른다. 대학원을 포함하면 재학생 규모 2만여 명의 매머드급 대학이 됐다. 올해 가천대에 지망한 학생들의 성적도 크게 올랐다. 2012학년도 신입생 모집에 총 9만명이 지원했다. 통합 대학의 첫 신입생 성적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왜 대학의 경쟁률이 오르고 입학 성적이 향상됐다고 보는가.
“우리 대학이 추진하고 있는 각종 프로젝트와 통합대학 비전에 대한 학부모와 수험생들의 높은 신뢰가 반영된 결과라고 본다. 우리 대학의 특성화 학과 가운데 소프트웨어설계·경영학과가 있는데, 올해 백분위 성적 92.4%를 기록했다. 첫 입학생이 현재 3학년인데 20명 가운데 18명이 벌써 국내 유수의 대기업 및 중견기업에서 졸업 전 채용을 보장받았다. 통합대학의 시너지 효과인 것이다. 앞으로 대학의 경쟁력이 상승하며 신입생 경쟁률 및 성적 향상 뿐만 아니라 취업률 향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확신한다.”

-가천대를 어느 수준의 대학으로 키우고 싶은가.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는 글로벌 인재 양성’이 우리의 교육목표다. 통합 가천대의 비전은 ‘2020 톱 10’이다. 2020년까지 특성화를 기반으로 글로벌 명문으로 발돋움하겠다. 명문대학 발전을 견인할 핵심 성장동력 분야 발전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선도 분야 집중특성화(G2), 국내 최고 수준을 지향하는 융합연구분야 육성(N3)을 통해 차세대 글로벌 인재(GL-Global Leader)를 양성하겠다.”

인문학 등 기초학문은 대학 교육 근간



   
 
   
 
-대학들의 인문사회과학 홀대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큰데.

“메디컬 캠퍼스(인천)는 의학, 약학, 보건, 생명과학 분야의 특성화대학이지만 글로벌 캠퍼스(성남)는 인문학과 사회과학, 공학, 예술분야에 강점을 가진 종합대학이었다. 앞으로 이러한 인프라를 기반으로 특성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인문사회와 자연과학은 모든 학문의 근간이다. 어떠한 분야를 특성화, 집중육성한다고 해서 기초분야를 도외시해서는 절대 안된다. 우리 대학 특성화의 기본정신은 기초학문 분야에 대한 충실한 교육이다. 다만 유사중복학과는 낭비적 요인 및 중복투자의 비효율성을 없애기 위해 통합해 육성할 방침이다.”

-요즘 각 정당들이 반값등록금 공약을 내세우는 등 등록금 문제가 사회적 관심사다.
“총장으로서 ‘돈이 없어 학업을 계속할 수 없는 상황’은 없어야 한다는 게 신념이다. 그러나 대학을 운영하고 학생들에게 복지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재원은 확보돼야 한다. 한편 대학은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학생들에게 혜택을 줘야 한다. 통합 후 (사재로) 장학재단 설립을 약속했다. 장학금은 지급액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효율적으로 지원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렇기에 학생들이 어떤 애로를 겪고 있는지를 세심히 살피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이 있더라도 외국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계획을 갖고 있다. 우리 대학의 장학제도는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바이오나노학과와 소프트웨어 설계·경영학과, 법학과 등은 수능반영 영역 비율을 적용해 1.8등급 이내 학생들에게 4년간 전액 장학금과 매달 30만원이상의 학업보조비를 지원한다. 정시 최초합격자에게도 1년간 전액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앞으로 지원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 지난해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적립한 183억원을 장학금으로 전환했다. 올해도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등 생활 형편이 어려운 학생 등을 위해 장학금을 대폭 확충했다.”

-교내에 운행되고 있는 ‘에코버스’가 인상적이다.
“놀이공원에서나 볼 수 있는 버스지요? 강의 듣기에 바쁜 학생들의 캠퍼스 내 이동을 돕기 위해 만들었다. 이 또한 국내 대학 최초의 시도라고 할 수 있다. 학생들이 시간에 쫓기며 강의실을 뛰어다니는 것이 안쓰러웠다. 특히 여학생들이 힘들게 경사진 길을 오르내리는 것을 보고 버스가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다. 캠퍼스 내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전기 충전으로 운행되는 친환경 교통수단이다. 학생들 취향에 맞춰 디자인에도 신경을 써서 귀여운 딱정벌레 모양으로 만들었다. 학생들에게 반응이 매우 좋아 다행이다.(웃음)”


대담=박종률 한국기자협회 회장
정리=장우성 기자 jean@journalist.or.kr




<주요 이력>
△1957 서울의대 졸업
△1958 이길여산부인과 개업
△1978 의료법인 인천길병원 설립
△1991 가천문화재단 설립
△1998 가천의대 설립, 경원대 인수
△1999 경인일보 회장
△2000 경원대 총장
△2002 가천길재단 회장
△2012 통합 가천대 총장 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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