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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숙 지도위원이 2010년 1월 29일 한진중공업 구조조정 철회를 요구하며 금속노조 한진중공업 지회 앞에 천막을 치고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그는 24일 동안 단식을 한 후 병원으로 이송됐다. (노동과 세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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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에 분노보다 연민 “기자 본분 잃지 말길”
“기자요? 기사에 실망이 너무 커 차라리 보도를 안했으면 할 때가 많아요.” 요즘 기자들에 대해 묻자 김진숙 지도위원은 대뜸 이 말부터 꺼냈다. 기자들의 취재와 보도에 대한 불신이 깊이 깔린 말이다. 기자들에게 맺힌 응어리가 큰 듯했다.
“절박할 때는 작은 기사 하나에도 큰 상처를 받아요. 2차 희망버스 때 언론이 쇠파이프가 발견됐다고 허위사실을 보도했고, 6월27일 행정대집행 때는 노동자들이 강제로 끌려 나가는데도 축제분위기였다고 보도를 했어요.”
8일로 크레인에 오른 지 307일째다. 평생 노동운동을 하며 언론에 당할 만큼 당한 그지만 요즘 기자들을 생각하면 어느 때보다 답답하다. 그러나 점점 분노보다는 연민이 강해진다.
“사회정의를 좇는 기자정신이 있다면 희망버스에 탄 시민들의 마음이 이해되고 쌍용차에서 17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끊은 이유가 궁금해질 텐데 왜 스스로를 통제하는지 안타까워요.”
특히 희망버스를 타고 와 한진중공업 노동자들과 연대해준 시민들을 외부의 불순세력으로 매도하는 기사를 볼 때면 안타까움은 더 커진다. “현장에서 취재하는 기자들이 저항하면 언론이 이렇게까지 망가지지는 않을 텐데”하는 생각에서다.
기자도 노동자이기 때문에 그는 기자들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PD수첩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언론의 본분을 잃지 않고 제 역할을 하잖아요. 마찬가지입니다. 군사독재를 견딘 기자 선배들도 있는데 용기를 가지고 맞서면 이길 수 있다고 봐요.”
벌써 부산의 바다 바람은 차갑다. 지난겨울에 덮었던 이불과 외투를 다시 꺼냈다. 매일 전국 어디에선가 시민들이 찾아와 용기를 준다. 그들이 그에겐 가장 큰 힘이다. 기자 중에서는 한겨레 허재현 기자가 직접 취재도 하고, 트위터나 문자로 소통하며 항상 크레인 상황을 점검해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
그는 부산 영도의 크레인 위에 있지만 트위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국의 노동자, 시민들과 소통한다. 종이신문과 방송을 접할 수 없어 트위터에서 친구들이 추천하는 기사를 주로 읽는다. 노트북도 반입되지 않아 휴대폰이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도구다. 자연히 그는 트위터의 여론형성 기능에 주목한다.
“트위터는 빠르고 정확해요. 조·중·동이 잘못된 보도를 해도 트위터에서는 금방 진실이 드러나요. 한나라당과 정부가 SNS를 규제하겠다고 하는데 그들의 발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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