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검열·차단 역풍 두렵지 않나

한국기자협회 온라인칼럼 [김주언의 미디어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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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주언 전 한국기자협회장  
 
“http://www.twitter.com/2MB18noma에 대한 접속차단은 절차상 심의, 시정요구를 할 수 없는 상임위원회에서 결정된 것으로 위법하고, 트위터 계정에 오른 게시물의 내용이 아닌 계정 그 자체를 심의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부당합니다.
또, 정치인인 대통령에 대한 비판, 불만을 나타내는 상징으로서 단순한 욕설은 표현의 자유의 보호를 받음에도 불구하고 모호한 기준을 자의적으로 적용하여 접속 차단시켜야 할 정보라고 본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의문입니다.”

방송통신심의위 트위터 계정 차단 ‘파문’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상임위원회가 지난 12일 의결 시행한 트위터 계정 차단이 잔잔한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방통심의위는 트위터 상에 올린 글은 문제가 없지만, 트위터 아이디가 과도한 욕설을 사용해 ‘유해정보’로 판단해 차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언론인권센터 진보네트워크 등 인권·시민단체들은 “‘불법’도 ‘청소년유해’도 아닌 트위터 계정에 대한 접속 차단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법률상 직분에서 벗어나는 위법한 조치”라며 피해 당사자에 대한 법률적 자문과 대응을 지원하기로 했다.

회사원인 피해 당사자는 이의신청서에서 상임위원회에서 통신심의를 하거나 시정요구를 의결할 근거가 없고, 트위터 ID와 트위터 계정은 심의대상 정보가 아니며, 대통령에 대한 욕설을 심의할 근거규정이 없으므로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18noma’에서 연상되는 욕설은 일반 대화에서도 사용되는 수준으로 ‘혐오감 또는 불쾌감’을 느낄 만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려워 정보통신 심의규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더구나 정치인인 대통령에 대한 욕설은 반대의사를 나타내는 정치적 의사표현의 하나로 “대통령에 대한 진정한 의미의 욕설이라기보다는 정치적 비판과 불만, 반대의사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트위터 계정에 대한 접속차단은 해외에 서버를 둔 사업자의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우회로를 이용하지 않고서는 트위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며 트위터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차질이 없도록 해달라며 시정요구효력정지신청을 이의신청서와 함께 방심의위에 발송했다.

개인, 이의신청사례 드물어
이처럼 개인이 방통심의위의 시정요구에 이의신청을 내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방통심의위는 2010년 4만1,103건에 대해 시정요구를 하였지만, 이의신청은 10건 이내에 불과했다. 개인의 의사소통수단인 통신내용을 당사자의 의견청취를 듣지 않고도 방통심의위가 ‘행정명령’으로 차단하거나 삭제해버려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방통심의위가 ‘행정지도’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의사표현을 제한해왔지만, 시정요구에 대한 준수율이 95%가 넘을 정도로 문제제기가 없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러한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민주당 몫으로 추천된 방통심의위 통신소위 박경신 위원은 “행정명령은 공권력을 행사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당사자들에게 소명기회를 주지 않으면 안된다”고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 보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당사자에게 의견진술 기회를 주지 않는 데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국가기밀 누설정보, 국가보안법 금지 정보, 범죄 목적의 교사 또는 방조 정보 등 중앙행정기관의 요청이 있는 사항을 제외한 부분에 대한 심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SNS의 여론 형성력 막강 ‘선거에 영향’
이처럼 방통심의위의 통신심의를 둘러싸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것은 SNS(Social Network Service)의 막강한 영향력 때문이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의 여론 형성력은 방송과 신문 등 기존 매체를 압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내년 총선과 대선이라는 최대 규모의 정치행사를 앞두고 SNS는 태풍의 핵으로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지방선거와 올해 재보궐선거에서 나타난 SNS의 영향력은 신문과 방송을 능가하기 때문이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차단한 트위터 계정 'http://www.twitter.com/2MB18noma'  
 
SNS는 핵심 속성이 ‘대화’이기 때문에 정치변화에 가장 적합하다. 정보가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면 이에 반응하는 과정을 통해 여론이 형성되기 때문에 신문과 방송 등 일방향성 매체는 쌍방향성 매체인 SNS를 따라올 수 없다. 게다가 SNS는 손쉽게 휴대하고 언제 어디서나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생활매체이기 때문에 정치를 생활이슈로 변환시키는 특성을 갖추고 있어 정치에 대한 친화력을 확산시킬 수 있다.

종편도 내년 총선, 대선 대비 카드로 보여
이명박 정부가 공영방송을 장악한 이후 온갖 반대를 무릅쓰고 보수신문들에 4개의 종합편성 채널을 허가한 정치적 동기의 최종 목표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보수의 재집권을 위해서는 국내 미디어 환경을 보수중심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 복병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SNS이다.
일부 신문과 인터넷 매체가 대항 미디어로 어려운 싸움을 벌여왔지만, 여기에 엄청난 위력을 갖춘 SNS가 합세했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의 여론형성 대립구도는 지상파 방송사와 종합편성 채널, 보수신문의 연합전선 대 진보신문, 인터넷 언론, SNS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립구도만 보면 진보개혁성향의 매체는 보수매체에 둘러싸인 형국이다.
SNS가 이 벽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인지가 가장 큰 변수이다. 지상파 방송과 종편채널에 진출한 보수신문의 논조는 이미 국민에게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들 방송 뉴스의 신뢰성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지상파 방송의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에 대한 문제제기는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터넷과 SNS를 통해 방송 뉴스에 대한 신뢰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된다면 방송의 영향력은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SNS가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널리 확산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권력기관, 트위터나 페이스북 검열강화
‘공안심의위’로 불리는 제2기 방통심의위 첫 번째 작품이 트위터 계정의 폐쇄로 나타난 것은 어떻게 해서든 SNS의 힘을 약화시키려는 의지의 소산이라고 보아야 한다. SNS의 위력이 강해질수록 기득권의 반발도 비례해서 강해질 것으로 예상돼왔다.
권력기관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 상의 대화에 대한 검열을 강화하고 명예훼손이나 선거법 위반 등으로 처벌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 그것이다. 조선일보가 “개인 정보와 사생활이 공개되면서 언제라도 집단 따돌림이나 명예훼손에 악용될 수 있는 위험은 커졌다”며 전면을 할애해 SNS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방통심의위는 앞으로 얼마나 강력한 칼을 빼 들 것인가. 박경신 위원이 관행적인 통신심의에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일단 방통심의위의 ‘시정요구’ 남발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게 됐다. 법원도 방통심의위의 시정명령에 이의를 제기한 적이 있다.
방통심의위가 삭제 명령을 내린 최병성 목사의 ‘쓰레기 시멘트’ 게시글에 대해 법원은 행정처분취소 소송을 받아들였다. 법원은 “방통심의위의 행정처분은 한국양회공업협회의 일방적 요청에 의한 공정하지 않은 심사결과”라며 “국민의 표현권을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더 나아가 통신심의가 헌법상 금지하는 실질적 검열로 작동할 우려가 있으므로 위헌성이 높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특히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방통위법) 제21조 제4호의 위헌여부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이 조항은 방통심의위의 직무를 ‘전기통신회선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되어 유통되는 정보 중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정보의 심의 및 시정요구’라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조항의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 ‘시정요구’ 등의 개념이 지나치게 불명확하여 명확성의 원칙, 포괄위임입법금지의 원칙을 위반한다는 것이다.

불법정보 심의대상 위헌성 제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의 ‘불법정보’를 심의대상으로 삼고 있는 데 대해서도 위헌성이 제기됐다. 해당 조항의 ‘불법정보’에는 음란 정보, 명예훼손 정보, 국가보안법위반, 국가기밀누설, 범죄관련 정보 등이 포함돼 있다. 이는 형사 처벌을 받아야 할 행위로 유죄여부를 법원이 판단하기 전에 방통심의위가 판단하도록 한 것은 헌법상 무죄추정원칙에 반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도 통신심의를 민간자율심의기구에 이양할 것을 권고했다. 방통심의위의 시정요구는 단순한 행정지도가 아닌 사실상의 행정명령이므로 “방통심의위에 부여돼 있는 전기통신망을 통해 유통되는 불법정보 심의권 및 시정요구권을 민간자율심의기구에 이양하는 내용으로 규정을 개정하라”는 요구이다.

유엔, 표현의 자유 위축 지적
유엔도 여기에 동조하고 나섰다. “방통심의위가 정부에 비판적인 정보를 정보통신망법 위반이라는 이유로 불투명한 절차를 통해 삭제하는 것은 사실상 검열이므로 국가인권위 결정에 의거해 독립적인 기구로 이관해야 한다”는 것이다.
프랭크 라 뤼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6월 3일 유엔인권이사회에서 발표할 보고서에 포함된 내용이다. 그는 지난해 5월 방한해 인권실태를 조사했다. 보고서는 ‘인터넷상 의사와 표현의 자유’ 항목에서 정보통신망법 제44의 7에서 불법정보에 대한 유형이 광범위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SNS를 통한 표현의 자유를 방해하는 법률은 이밖에도 무수하게 많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공직선거법 제93조 1항이다.
이 조항은 ‘누구든지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이 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거나 정당의 명칭 또는 후보자의 성명을 나타내는 광고, 인사장, 벽보, 사진, 문서·도화 인쇄물이나 녹음·녹화테이프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을 배부·첩부·살포·상영 또는 게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인터넷 상에서 후보나 정당에 대한 단순한 지지나 반대의사 표명까지도 단속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 지난 2007년 2월 21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선거용 UCC의 역할과 바람직한 규제 방안 정책토론회’. (뉴시스)  
 
중앙선관위는 2007년 1월 이 조항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에 ‘인터넷 UCC’를 포함하여 ‘선거 UCC물에 대한 운용기준’을 발표하고 대대적 단속에 나섰다. 이에 따라 8만7,000여건의 게시물이 삭제됐고 인터넷 상에서 누리꾼의 정치적 의사 표현은 급속히 위축됐다. 선거법으로 형사 입건된 누리꾼이 수백명에 달하고 ‘겁이 나서 이제 인터넷에 글 안 올린다’는 누리꾼이 부지기수였다.
2010년에는 선관위가 이를 적용하여 트위터 단속 방침을 밝혔고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4대강, 무상급식 정책캠페인’ 단속 근거로 내세웠다.

검열하고 처벌해도 언론막을 수 없어
그러나 검열하고 처벌해서 언로를 막을 수는 없다. 규제기관의 어설픈 규제는 오히려 역풍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방통심의위가 트위터 계정 ‘@2MB18noma’를 임의적으로 삭제하지 않았다면, 이러한 ID를 가진 트위터 계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대통령에 대한 욕설이 포함된 트위터 계정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게 됐다.
앞으로 방통심의위의 처사에 반발하여 이와 유사한 ID를 가진 트위터 계정을 개설하는 움직임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지도 모른다.

미디어 장악을 통해 여론을 호도하거나 왜곡하려 할수록 ‘아는 사람끼리 공유하고 대화하는’ SNS는 더욱 힘을 발휘하고 확산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아무리 SNS를 포함한 인터넷을 규제한다고 해도, 모든 방송을 ‘친MB 매체’로 만들어 언론환경을 친 보수 체제로 바꾸더라도 SNS의 영향력을 차단할 수 없는 이유이다.
자칫 SNS를 잘못 차단하다가는 한국에서도 중동지역의 ‘재스민 혁명’을 능가하는 새로운 형태의 시민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명박 정부와 통신규제 기관은 알아야 할 것이다.
<김주언 전 한국기자협회장> 김주언 전 한국기자협회장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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