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내가 좋아하고 마음에 담아 둔 시다. 뜨거운 사람이 된다는 것. 그건 무엇일까?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초심을 잃지 않는 것, 그리고 욕심을 덜어 내는 것….

나는 그런 결론을 내리고, 그렇게 살려고 노력 중이다.
얼마 전 나는 재즈의 자유정신을 담은 이름 ‘프리즘’이란 라틴재즈밴드를 만들어서 쇼케이스(특별공연)를 열었다.

코미디언이, 지금 시사프로를 진행하고 있는 사람이 왜 재즈밴드인가? 이상해선지, 기자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많이 왔다. 공연은 대성공이었다. 인터넷에는 3백건에 가까운 기사가 떴다. 방송 신문에 기사가 나가고 보도가 되고 ‘김미화의 가수 변신, 그 숨겨진 속셈’이라는 한 기자의 블로그에 몇 십만명이 다녀가는 일대 사건이 벌어졌다.

이 블로그에는 내가 보도자료를 돌리고 전화하고, 쇼케이스에 남편이 나와서 섹소폰을 불고, 피아노를 치고 노래를 하고 ‘프리즘’이란 라틴재즈뮤지션들을 소개하고는 본격적인 무대에선 쏙 빠지더라. 그 이유가 뭘까? 남편이 교수라는 직업을 관두고 연예계에 본격 진출하려는 걸까? 그럼 결론은?

그 글을 읽고 나는 깜짝 놀랐다. 짧은 시간에 분석적으로 쓴 그 글이 내 마음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정확하게 내 속셈을 읽었기 때문이다.

내가 줬던 CD를 분석하고, 내 자료를 다 찾아서 보고, 내 심리까지 연구한, 치밀한 구석이 많은 기자였다.

나는 몇해 전 KBS의 ‘TV 책을 말하다’를 진행할 때 리영희 선생을 모시고 한 시간 동안 그 분의 생각을 들어보는 귀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 가운데 “언론인이 돼야지 언롱인(말을 가지고 독자를 희롱하는 사람)이 돼선 안되잖소!”라는 말이 귀에 쟁쟁하다. 리영희 선생은 평생을 뜨거운 사람으로 살고 계시는 것 같다.

리영희 선생과 말씀을 나누면서 특히나 마음에 와 닿았던 것은 이분이 외무부 출입기자 시절에 무슨 정책이든지 나오면 항상 먼저 도서관으로 달려가 관련된 책을 빌려보고, 해외특파원 시절에도 역사적 사건에 대해 연람할 수 있는 한 지나간 중요 서류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어떤 역사적 오류가 있었는지, 따져 물을 수 있는 자세를 키워왔다는 얘기였다.

리영희 선생은 자신의 저서 자유인에서 “지난 한 세월 동안 나에게는 이 사회에 신문지는 있어도 신문은 없었다. 무슨 말인지 알 수도 없는 넋두리를 인쇄한, 나에게 신문은 조석으로 배달돼 왔지만 새 소식은 찾아 볼 수 없었다. 그 소식이라는 것이 한결같이 권력을 두둔하는 낡은 것이고, 권력에 아부하는 구린내 나는 내용들이었다. 그러기에 그따위 ‘신문종이’를 만들어 내는 신문인들이 감히 언론인을 참칭할 때 나는 그들을 언롱인이라는 호칭으로 경멸해 왔다”고 일갈했다.

요즘 기자들은 18년 전에 쓴 이 글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들까? 이 땅의 기자라면 뜨거운 사람이어야 한다.

얼마 전 미국 의회도서관 주제어변경회의에서, ‘독도’를 일본식표기인 ‘리앙쿠르암석’으로 변경하려 한다는 소식을 듣고, 캐나다 토론토대학 동아시아도서관 한국학 책임자 김하나씨가 북미와 유럽지역에 있는 한국학 사서들의 의견을 모으고 대응자료를 수집했고 온힘을 다해 반박논거를 찾아서 의회도서관으로, 주미한국대사관으로 호소한 덕에 소리소문 없이 바뀔 뻔했던 의회도서관 주제어 변경이 잠시 보류됐다는 것을 아실 것이다. 물론 주제어 변경보류가 영구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래가지 않을지 모른다. 이분은 무엇 때문에 캐나다에서 독도문제를 가지고 이리저리 애를 태웠을까?

김하나씨 역시 뜨거운 사람이다.

가끔 내가 하는 시사프로그램에 다른 나라 기자들과 인터뷰를 해보면, 우리나라를 ‘다이내믹’하다고 표현한다. 여러분들도 ‘다이내믹’하게 살고 계시는지? 일본의 속셈을 좀 정확히 들춰내 깜짝 놀라게 해줄 수는 없는지?

일본에 대해 반박할 수 있는 자료를 모아 미국의 지리전문가를 설득하고, 나아가 전 세계에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것을 알리는 데 기자 여러분이 뜨거운 마음으로 한몫을 해주길 간절히 바란다.

기자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마세요, 당신은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습니까.” 김미화(방송인)의 전체기사 보기